“우리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네이스를 전면 거부한다"

지난달 26일 오후 제주도교육청에 집결한 전교조 조합원 교사들은 하나된 목소리로 NEIS(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교육행정정보시스템) 반대를 외쳤다.

이날의 집회가 있은지 불과 이틀후 고3 학생들이 제기한 대입전형용 CD 제작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면서 NEIS는 또 다시 교육계 최대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법원의 이같은 결정은 교육행정의 편의와 효율성에 앞서 학생들의 동의없는 정보 유출 등 인권침해 방지를 중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교조제주지부는 지난 1일부터 도내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NEIS로 입력된 CD 제작과 배포에 반대하는 서명 활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서명서 모두에서 밝히고 있듯 “학생생활기록이 NEIS로 입력되어 교육청·교육부에 모아지고 다시 CD로 제작되어 모든 대학에 일괄 제공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학부모, 졸업생도 예외 없어=NEIS는 전국 1만여개의 초·중등학교, 16개 시·도교육청 및 산하기관, 교육인적자원부를 인터넷을 통해 하나로 연결한다. 한마디로 교육관련 정보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전국 단위의 전산환경이다.

정부는 NEIS의 미래로 ‘편의와 효율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입장은 곳곳에서 장벽에 부딪치고 있다.

가장 큰 반대의 목소리는 우선 학생 인권을 침해한다는 것. 당초 교육부는 NEIS 서버에 학생은 물론 학부모의 이름과 직업, 주민등록번호와 심지어 학교 성적, 상담자료, 병력(病歷) 등 세세한 개인 정보를 교육청 서버안에 담아낼 계획이었다.

또다른 우려는 바로 해킹 등으로 인한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다. 전교조 등 NEIS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재학생은 물론 학부모, 졸업생들의 정보까지 담아내고 있는 NEIS가 뚫릴 경우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NEIS 이전에는 지난 1997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학교별 CS체제(학교종합정보화관리시스템)가 유지됐었다. 이 CS가 NEIS에 자리를 내어주면서 CS 구축에 투입된 1400여억원은 기 한번 못펴보고 날려버릴 형편이다.

도내에서도 CS체제 구축을 위해 각 학교별로 지원된 유닉스 체제의 서버 등 1700만원 상당의 장비가 고스란히 잠자고 있는 형편이다. 도내에서만 줄잡아 수십억원이 투자된 장비들이 효용 가치를 잃고 있는 것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CS관련 장비들을 교수·학습 지원서버로 활용하기 위해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제주지역 NEIS 운용 현황=현재 도내 175개 학교중 NEIS를 채택하고 있는 학교는 모두 142곳으로 도교육청은 파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기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15곳, NEIS와 수기를 혼용하는 등 결정을 유보한 곳이 18개 학교다.

현재 NEIS 안에 입력하는 정보는 생활기록부 등의 교무학사와 입학, 그리고 건강기록부로 대변되는 보건영역의 경우 각 학교에 결정이 위임된 상태. NEIS체제로 갈 것인가의 결정은 각 학교별 교직원협의회의 결의를 통해 결정되고 있다.

그러나 도내 고등학교 3학년의 경우는 대입전형 등에 따른 정부 지침에 따라 모든 학생 정보가 NEIS로 처리되고 있다.

이같은 도내 NEIS 운용 현황을 살펴볼 때 대다수 도내 학생들의 정보가 도교육청내 NEIS 서버안에 보관되고 있는 셈이다.

이 서버안에 보관되는 정보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는 졸업후 1년간, 고등학생의 경우는 졸업후 5년간 존치 보존된다. 고등학생의 정보 존치 기간이 긴 것은 졸업증명서·생활기록부 발급 등의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 “뚫리지 않는 시스템은 없다"=도내 모 고교의 NEIS 담당 교사는 “NEIS도 해킹 등에 의해 뚫리지 않으리란 보장을 못한다"며 “NEIS의 경우는 잘못 입력된 것을 고치는 것도 이전 시스템보다 쉽지 않다"고 일선에서 겪는 고충을 털어놨다.

또 다른 고등학교의 일선 교사는 “수천, 수만명의 학생 자료가 한 곳에 모이는 것도 문제지만 학생들이 그 사실조차 모르는 사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도내 대다수 학교가 NEIS를 채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NEIS로 가야한다는 주장이 주도권을 잡아나가고 있는 형세다.

도내 모 중학교 교사는 “사실 처음에는 정보유출이 걱정돼 반대할까 생각해봤지만 인터넷이란 문명의 이기를 이용해 편리성을 추구한다는 게 시대의 흐름이라고 본다"고 도입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어 “문제는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해 나가는 노력과 더불어 잘못된 정보유출을 막을 인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는 대안을 내놓았다.

NEIS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한 일선학교 담당자도 “과거 CS 때나 현 NEIS 체제나 입력되는 자료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며 “대세는 NEIS인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교육현장에서 NEIS를 둘러싼 불씨가 겨울 입시철을 맞아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공통된 목소리도 있다.

‘편의와 효율성', 그리고 ‘학생 인권 보호'라는 상반된 대전제를 모두 살릴 합의점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 핵심에 우리 사회의 미래인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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