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종합사회복지관 현지우

대한민국 남자라면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19세가 되는 해에 징병신체검사를 받고 신체등위에 따라 현역으로 갈지 아니면 사회복무요원으로 갈지 또는 면제를 받을지 결정이 된다. 나는 신체등위 4급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를 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소극적인 성격과 편협한 사고에 빠져 자신감이 없었으며, 다른 사람들과도 친해지기 어려웠고, 스스로도 친해지려 하지 않았지만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를 하면서 변화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서귀포종합사회복지관으로 배치를 받아 처음 배운 임무는 복지관 환경정비와 경로식당 운영 보조였다. 경로식당을 운영하는 날에는 혼자서 식사를 해결하기 어려운 지역주민들을 위해 ‘행복 도시락’을 배달하였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떤 집은 음식에 대해, 어떤 집은 배달시간에 대해 불평을 하였고, 어떤 집은 낯선 얼굴이라 그런지 문전박대를 하는 집도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문전박대에 너무 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집집마다의 특성을 파악하게 되었고, 특성에 맞게 도시락을 배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문전박대를 하시던 분들도 오랜만이라며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실 때마다 나도 모르게 행복한 웃음이 먼저 나오곤 한다.

사회복무요원 복무가 익숙해질 무렵, 선임이 내 친구와 함께 서귀포오석학교에서 재능을 기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연스레 관심과 의욕이 생겼고, 올해 1월부터 선임과 함께 자원교사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재능기부에 대한 관심과 봉사정신은 한층 더 커져서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아동청소년 야간보호사업 꿈키움터’ 운영에도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나는 근무시간 중에는 행복 도시락을 배달하고, 퇴근시간 이후에는 오석학교와 꿈키움터 두 곳에서 각각 주 2회씩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기 전에는 나와 타인 사이에 선을 그어 거부감이 많이 들었지만, 복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인 자율적인 봉사정신이 진실한 마음으로 타인과 소통하게 하고 즐겁게 일하는 법을 알아가도록 해주었다. 내가 이곳에서 복무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외면적으로는 타인과 공감하며 잘 어울리고 싶다고 말을 할 수 있겠지만 내면적으로는 두려움을 가지고 서서히 밀어내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자신감도 생기고, 매 순간이 새롭게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누군가가 “군대를 어디 갔다 왔니?”라고 물어 본다면, 나는 당당하게 말을 할 수 있다. “저는 지금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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