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새벽, 남북 고위급 회담이 타결되면서 제주도민들의 관심은 민간 교류 재개에 쏠리고 있다.

제주는 그동안 제주산 감귤과 당근보내기 등 꾸준히 북한 교류 사업을 벌여 온 만큼 새로운 남북 관계에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98년부터 지난 2010년까지 이어진 북한 감귤보내기 사업은 전국에서 민관이 함께하는 최초의 북한 교류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북한에 보낸 감귤만 48000여 톤으로 이를 계기로 도민 대표단 800여 명이 4차례에 걸쳐 직접 평양을 방문하는 등 활발한 교류 사업으로 남북 평화 협력에 기여를 해온 것이다.

2010년 북한에 제주산 감귤보내기 선적 모습

하지만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급속히 냉각된 남북관계로 교류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회담 종료 뒤 발표된 합의 내용인 지뢰 폭발과 관련한 북측의 유감 표명과 남측의 대북 확성기 중단, 북측의 준 전시상태 해제 방침 외에 남과 북이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으며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교류를 활성화할 것을 합의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발 빠르게 이날 남북 고위급 협상 타결에 따라 그동안 추진해온 남북교류협력제안 5대사업 등을 활성화하는데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남북협력 5대교류 협력사업은 ▷북한 감귤 보내기 추진 ▷제주와 북한을 잇는 크루즈 관광라인 개설 ▷'한라에서 백두까지' 남북한 교차관광 ▷한라산 백두산 생태·환경보존 공동협력사업 ▷2016 제주포럼 북측 대표단 참석 등이다.

또한 지난 제10회 제주포럼때 북측인사를 초청하기 위해 통일부 승인을 받아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를 거쳐 북측인사와 접촉했던 경험을 살려 소강상태에 있는 북측인사와의 대화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원희룡 도지사는 남북협력의 물꼬를 트기 위해 우선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제3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북한을 경유하는 동북아 평화크루즈 관광사업의 추진을 제안할 계획이다.

지난 17일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고 돌아 온 원희룡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메가와티 전 대통령은 제주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하기로 했다. 북한을 방문할 때 제주감귤도 가지고 들어가기로 약속했다. 메신저 역할을 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이날 “인도네시아 메가와티 전 대통령이 북을 2번 방문했다. 김정일 위원장 때도 통일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금 인도네시아는 비동맹 77개국 의장국이다. 북한으로서는 인도네시아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방문시 메가외티 전 대통령과 면담

원 지사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치쇼’라는 맹비난과 함께 지사가 ‘몸 값’을 올리기 위해 '제주(감귤)'를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지금 남북관계로 보면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제주대 고성준 교수는 "그동안 제주와 북한이 쌓아놓은 신뢰 관계가 있거든요. 감귤 보내기가 재개된다면 남, 북 관계에 상당한 윤활유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미 원 지사가 북한 감귤보내기 운동을 다시 전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지난 4월에는 ‘남북협력 제주도민운동본부(이사장 강영석)’가 다시 결성됐다.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대북교류 사업을 할 수 있는 이 단체는 2010년 남북관계가 빙하기로 접어들면서 활동을 중단했지만 지금 부터는 다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현재 이 단체에는 강영석 이사장을 포함, 고성준 부이사장(제주대 교수), 강인숙 사무총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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