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와 깡패, 경찰과 기자 등 네 사람이 술자리를 같이 했다. 술값은 누가 냈을까? 거지가 냈다고 했다.

깡패와 경찰, 기자가 함께 하는 술자리의 계산은 깡패 담당이었고 경찰과 기자가 마셨을 경우 술값은 경찰 몫이라고 했다.

70년대 기자 초년시설 들었던 우스갯 소리다. 말하는 쪽에서는 농지거리였을 터이지만 듣는 기자 입장에서는 여간 불쾌하고 부끄러운 말이 아닐 수 없다.

등치고 얻어먹는 소위 ‘공짜의 먹이 사슬’의 위쪽에 기자가 자리했다는 이미지는 아무리 우스개라해도 진실추구가 사명인 언론에는 치명적이고 치욕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우물을 흐리게 하듯 저질 악덕 사이비 기자는 건전 언론활동을 더럽히는 구정물이다. 거세해야 할 암적 존재라 할 수 있다.

최근 심야 길거리에서 현직 신문기자의 시청 간부 공무원 폭행사건도 여기서 벗어 날 수 없다.

피해자 측이나 공무원 노조 등에서 주장하는 바로는 그렇다. 사건 구성의 대강은 이러하다.

19일 밤 늦은 자정 무렵이었다. 제주시 신제주 대로변이었다.

제주에서 발행되는 종이 신문사 소속 현역기자가 길거리에서 제주시청 모 간부 공무원과 함께 걸어가는 광고 관련 업체 대표와 만났다.

양측은 안면이 있는 사이로 알려졌다. 기자가 간부 공무원 등 일행에게 함께 술이나 하자고 했다.

간부 공무원이 음주 의사가 없음을 밝히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공무원의 음주 요구 거부에 기자는 “공무원을 그만 두게 하겠다”는 등 욕설과 함께 협박하면서 간부 공무원을 폭행했다는 것이다.

그 간부 공무원은 사건 발생 20여분 뒤 경찰(노형지구대)에 신고 한 후 피해 진술서를 작성했다.

경찰은 21일 오전 11시 사건현장에 같이 있었던 광고 관련 업체 대표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했다.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기자는 사건 발생 사흘만인 22일 오후 7시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그는 여기서 폭행 혐의 대부분을 부인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폭행을 당했다는 간부공무원이 23일 새벽 5시50분경 참고인 진술을 했던 광고관련 업체 대표의 집 4층 건물에서 투신 자살을 시도 했다. 중상이었다.

투신 직전 간부공무원은 일부 도의원과 공무원 노조, 지인 등에게 의미 있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이었다.

문제의 기자가 소속돼 있는 언론사에 대해 “공직 인사에 개입하고 이를 통해 자기 사람을 심어 사주의 사업을 추구하는 집단”이라고 매도했다.

공무원 노조에는 “7000여 공직자 여러분이 중심이 되어서 부당한 언론에 흔들리지 말고 꼭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로 인해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각종 의혹이 새끼치고 있다. 새로운 진실 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가장 큰 의혹은 간부 공무원이 ‘왜 투신자살을 시도 했는가’이다. 그것도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광고관련 업체 대표의 건물에서 투신해야 했는가.

간부공무원은 폭행 혐의의 기자보다 15살이나 연상이다. 한 참 조카뻘 되는 손아래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억울하고 분통터질 일이다. 맨붕 상태 일 수도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참고인 건물에서의 투신자살 시도는 아귀가 맞지 않는 부분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은 ‘투신자살 시도’의 원인과 연결될 수도 있을 터이다.

첫 번째는 피의자와 참고인 간 사전에 입을 맞춘 ‘진술 조작 의혹’이다.

시청 간부공무원은 같이 술을 마셨던 참고인에게 ‘배신감이 잔뜩 묻은 메시지’를 보냈다.

“무슨 약점이 잡혀서 사실을 왜곡했느냐”는 내용이다. 사실상 ‘진술 조작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당초 참고인 대상 조사는 20일 오후 3시 예정이었다. 그러나 참고인이 시간을 미뤘다. 실제 조사는 21일 오전 11시에 있었다.

피의자 조사는 22일 오후 7시 경이었다. 사건이 접수된 후 사흘만이었다.

그런데 참고인 또는 피의자 조사 전에 참고인과 피의자가 접촉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기자의 소속사 기자 등이 공무원 노조 간부 등에게 참고인과 관련 기자의 녹취록을 제시하며 “사건의 진실은 간부 공무원의 주장하는 것과 다르다”고 회유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참고인과 관련기자와의 녹취록은 두 사람이 사전에 만나 입을 맞췄다는 정황을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진술 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음은 관련 언론사와 소속 기자들의 전방위적 회유 압력 의혹이다.

사건이 공개되면서 간부공무원이 전직 제주도 최고위 공직자 출신의 유력 인사와 피해자의 상사 등 영향력 있는 주변 인사들로부터 ‘원만한 합의’를 종용하는 압박이나 압력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신 직전 공무원 노조 등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도 주변 압력이 만만치 않았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있다.

공무원 노조 간부들을 상대로 한 해당 언론사 기자들의 회유작업도 드러났다.

해당 언론사나 해당 기자가 떳떳했다면 왜 유력인사를 동원한 사건 무마 압력이나 압박, 회유 작업을 벌였겠는가. 뒤 구린 부분이 있어서가 아니던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의혹의 핵심은 해당 언론사와 관련 기자의 비윤리적이고 부당한 언론 활동이다.

간부 공무원은 투신 직전 해당언론사를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집단'이라고 했다.

공직 인사에 개입하여 해당 언론사 사주의 기업 경영에 유리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늬앙스를 풍겼다.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다.

그렇지 않아도 사건이 나기 전부터 해당 언론사 사주의 기업 경영과 관련 행정당국에 유형 무형의 압력이 행사되고 있다는 소문이 쉬쉬하며 떠돌아 다녔다.

사주가 권력의 양지를 찾아 정치권을 기웃거리고 일정부분 정치권 인사와 음으로 양으로 교분을 맺으며 권력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권력과 언론의 유착을 읽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기에 '진상 진실 은폐 시도, 사건 무마 압력 회유, 참고인과 피의자간 진술조작 의혹, 언론사와 관련 기자의 부당한 간섭 등 제기되는 의혹을 감당할 수 없어 ‘투신’이라는 극단을 선택한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은 그냥 넘겨버릴 일만은 아니다.

따라서 제기된 의혹의 진실이나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그 같은 부류의 언론은 이미 제대로 된 언론일 수가 없다.

악덕 저질 사이비 언론에 다름 아니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철저히 파헤쳐 사실 여부를 밝혀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력과 금력 등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내외부의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을 배격하는 것은 기자의 일반적 윤리 강령의 범주에 속한다.

부당 이득을 취하지 않으며 취재원으로부터 제공되는 사적 특혜나 편의를 거절해야 하고 소속회사의 판매 및 광고 문제와 관련, 기자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일체의 행동을 하지 않는 것도 기자가 실천해야 할 덕목이자 윤리의식이다.

그러기에 언론사 사주의 사욕을 위해 행정이나 공무원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면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정도 언론의 영역을 벗어난 일탈이다.

따라서 언론은, 그리고 기자는 다른 어떤 직종의 종사자들보다도 투철한 직업윤리가 요구 된다.

높은 도덕성 유지와 ‘진실에의 충성’이 그것이다.

권력이나 금력에 유착되거나 편벽되지 않는 치열한 독립성 유지는 기자의 마지막 보루다.

일찍이 20세기 최고의 독립 언론인으로 추앙받았던 IF 스톤(1907~1989)은 “관리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기자로서의 독립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언론과 행정의 유착을 경계한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경찰과 검찰의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는 언론인의 독립성 유지에 대한 반성의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불의하고 부도덕한 언론의 가면을 벗기는 작업이기도 하다.

검경의 수사 결과발표에 관계없이 물의가 야기된 것 자체만으로도 해당 언론사와 관련 기자는 도민 앞에 진실을 고백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정의라는 가면을 쓴 불의한 언론의 민낯‘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마련이다.

진솔한 고백과 제살을 깎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용기가 그나마 치부를 드러낸 언론의 부끄러움을 덜어주는 처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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