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지상파(KBSㆍMBCㆍSBS) 3사의 TV 낮시간 방송 허용 요구가 난항을 보이고 있다.

전국 케이블TV업계가 광고시장 장악을 우려한 독과점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낯 방송 허용 문제는 정작 방송의 수용자인 시청자는 빠진채 동종업계간 '잇권' 다툼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주지역 방송 3사 '총대'

제주지역 지상파 방송 3사는 지난 9월 "국제자유도시와 지방자치 시범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지역 방송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제주지역 낮시간대(낮 12-오후 4시) TV 방송을 허용해줄 것을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방송위원회에 건의한 바 있다.

이들 방송사는 "선진국 중 지상파 TV의 방송 시간을 규제하는 나라가 없을 뿐만 아니라 타 매체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며 "제주지역 지상파 낮 방송을 자율적으로 편성, 방송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입장을 견지, 규제 철폐를 건의하고 있는 상태다.

현행 지상파 TV의 방송 시간은 평일의 경우 오전 6시~낮 12시,오후 4시~다음 날 새벽 1시까지로 제한돼 있다.

이는 KBSㆍMBCㆍJIBS 등 제주지역을 포함해 전국 지상파 방송이 비슷한 입장으로 지상파 방송3사는 지난달 24, 28일 사장단 협의회를 열고 방송위원회에 지상파 T V 방송 시간 연장을 승인해줄 것을 공식 건의한 상태다.

따라서 낮시간 방송 연장은 제주지역에만 별도로 허용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전국 지역에서 동시에 이뤄져야 할 문제로, 사실상 제주지역 방송사가 '국제자유도시' 등을 이유로 총대를 맨 형국을 띠고 있다.

방송 3사...겉으론 '개방', 속으로 '광고 수입'

이에 제주도의회도 지난 1일 "제주지역 지상파 TV는 제주국제자유도시 특성상 24시간 방송 체계가 구축되어 있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주변 경쟁국들과는 달리 평일 TV의 낮(낮 12시∼오후 4시) 방송을 중단하는 규제에 묶여 있는 형편"이라며 찬반 논란끝에 '제주지역 지상파 TV 낮 방송 허가 관련 건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방송시간 연장 문제는 광고시간 연장에 따른 광고수입 증대 등 재정 확보를 염두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방송사 관계자는 "사실 지역 방송사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활성화가 필요한 실정"이라며 "지역 광고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미약하지만 중앙의 광고료를 나눠 갖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시청자(도민)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채 방송사의 논리만 일방적으로 전해져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청자 문정국씨(44.3도2동)는 "제주지역의 경우 공들여 만든 특집 로컬 방송 프로그램이 1회성으로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며 "낮시간에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면 장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일요 시간에도 오락 중심으로 채워지고 있는 방송현실을 감안할 때 얼마나 실속있는 시간대로 채워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케이블TV 겉은 '독점.전파낭비', 속은 '실속 챙기기'

케이블 TV업계는 ""지상파가 광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 시간이 더 확대되면 지상파 독점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적극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크게 세가지.

1.지상파 방송사의 독과점 심화 2. 공공 재산인 전파의 낭비 3. 방송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 등을 들고 있다.

실제 제주지역의 경우 낮방송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열악한 장비와 인력으로 인해 현행 10% 내외의 로칼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중앙 특집프로그램의 재방송이나 흥미 위주의 드라마나 오락물 등을 내보내는 등 방송의 질적 저하는 물론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할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케이블TV 관계자는 "지금도 지역방송이 자체 프로그램 부족으로 허덕이는데 과연 방송시간이 늘어났다고 얼만큼 양질의 프로그램을 내보낼 수 있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속내는 선점하고 있는 각종 잇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큰 실정이다.

실제 도내 케이블TV 방송만 하더라도 지자체의 의정활동 생중계를 비롯해 각종 문화행사, 주요 세미나(평화포럼 등), 대규모 이벤트(민족평화축전 등)을 독점 중계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상파 방송이 낮시간대로 진출할 경우 독점계약으로 이뤄지는 방송 중계권을 둘러싼 경쟁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점차 증가추세에 있는 광고수주건을 감안할때 지상파의 진출을 반길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케이블TV 제주방송 관계자는 "오히려 지상파 낮방송이 이뤄지면 방송시장이 활성화되는 등 좋은 면이 있다"며 "하지만 좁은 지역 광고 시장 및 각종 중계권 등을 고려할 때 편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청자' 빠진 동종업계 '잇권 챙기기' 우려

이에대해 방송위원회는 방송시장 개방화를 이유로 방송업계간 이해관계가 쉽지만은 않지만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한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방송의 수혜자인 시청자의 입장은 전혀 배제된 채 방송업계간에 실속 챙기기로 비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시청자를 볼모로 한 '잇권 다툼'으로 흐를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제주지역 한 시청자는 "사실 집집마다 유선과 케이블TV가 들어오고 있는 마당에 어떤 방송 프로그램을 더 내보내겠다는건지 모르겠다"며 "과연 시청자에게 얼만큼의 혜택이 돌아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청자는 "방송의 수용자인 시청자에게는 아무런 설명없이 낮방송 운운하는 것은 방송사들의 제 몫 챙기기로 밖에 보여지 않는다"며 "정말 낮방송이 이뤄졌을 때 시청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이로운지를 상세히 설명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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