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란 시대와 함께 변하는 생물체이다.  좋은 의미던 나쁜 의미던 간에 시대와 더불어 공존하면서 그 시대를 대변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60년대 제주도가 관광 산업을 주산업으로 육성 시킬 때 구호처럼 내건 캐치 프레이즈가 <제주도를 동양의 하와이로>였다.

그 당시만 해도 제주도민의 대부분은 하와이에 대한 동경속에 명문구(?)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후 40여년의 지난 제주도는 지금 엄청나게 변했다.

물론 제주도에 대한 수식어도 그 사이 우후죽순처럼 나와서 어느 것이 과연 제주도를 대표하는 수식어인지 제주도민들도 헷갈릴 정도이다.

‘환상의 섬’ ‘신들의 고향’ ‘국제자유도시’ ‘평화의 섬’ ‘동북아의 중심지’등등 아직도 신문을 펴놓고 보면 기사마다 제주도에 대한 수식어의 다양성에는 놀랄 따름이다.

그 만큼 제주도가 다각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수식어들을 살펴보면 독자적인 제주도를 알리기 위한 언어들을 구사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즉, ‘동양의 하와이’라는 구호처럼 구제척인 어느 지명을 들추면서 그곳과 닮겠다는 추종의 목표를 버리고 제주도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겠다는 도민 의식의 발로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양의 하와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사어(死語)가 되고 화석이 돼버린 언어이다. 제주도는 어디까지나 제주도이다.

그런데 그 언어가 되살아나서 어리둥절했다.

지난 11월 5일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關西)지방에 처음으로 ‘제주관광 사무소’가 개설 되었을 때, 그 기사를 다루면서 “‘동양의 하와이’를 PR"이라는 타이틀 속에 신문에 실렸었다.

제주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 처음 개설된 ‘제주 관광 사무소’를 제주 출신이 경영하는 신문에 이렇게 활자화 된 기사를 읽었을 때 놀랍다기보다는 서글픔이 더 앞섰다.

물론 재일동포들과 일본인들에게 알기 쉽게 제주도를 PR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동양의 하와이’라는 말을 사용했을런지 모르지만 응용과 비유의 대상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할 것이다.

몇년 전, 필자가 아는 동포 2세가 하와이 간다면서 자랑하더니 나중에 가서 ‘동양의 하와이’라면서 혀를 내밀던 모습이 씁쓸하게 떠올랐다.

과연 제주도는 동양의 하와이인가.<김길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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