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광노인복지센터
사회복무요원 오민규

사회복무요원으로 지내는 1년여 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이런저런 감정도 느끼게 되었다.

첫 출근할 때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해서 경계심을 가졌었지만 지금은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같이 만나는 어르신들에게도 정이 들었다.

이제는 누구누구 어르신이라고 이름을 말하곤 하는데, 그럴 때면 사회복무에 익숙해졌음을 새삼 느낀다.

복지센터에서 근무하다 보면 다양한 일을 하게 된다. 도시락 설거지나 세차, 청소, 물건 나르기 같은 것들 말이다.

예전에는 그런 일들을 할 때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하루는 시멘트 바르는 작업과 벽지 떼는 일도 해보았는데, 같이 작업을 하던 국장님께서 “민규, 여기서 별의별 일을 다 하고 가네.”라고 농담 삼아 말씀하셨다.

그 때 비로소 내 역할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됐음을 깨닫게 됐다.

이제는 정이 든 어르신들을 만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 센터에는 만날 때마다 웃음을 주는 어르신이 계시다.

내가 보이면 항상 먼저 “민규, 안녕” 이라고 인사해 주시는 분이다. 예전에는 내 이름이 민규라는 걸 알면서도 장난삼아 다른 이름으로 나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 때마다 제복에 있는 내 이름표를 가리키면서 “저, 민규예요.”라고 장난스럽게 대답하기도 했다.

또 센터에 온지 얼마 안 되어,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을 잘 몰랐을 때는 저 선생님은 이름이 무엇이고 어디에 살고 있는지 말씀해주시기도 했다.

1층에 계실 때는 얼굴을 자주 뵀지만 지금은 2층에서 생활하셔서 얼굴을 볼 기회가 많이 없다.

그래도 가끔 2층에 갈 일이 있으면 변함없이 먼저 “민규, 안녕”이라고 인사해주신다.

파란색 제복을 입고 2층에 가면, 나를 많이 보지 못한 어르신들은 신기한 눈으로 나를 볼 때가 있는데, 그러면 내가 어디에 사는 사회복무요원 민규라고 대신 설명해주시기도 한다.

한번은 2층에 볼일이 있어서 갔는데 한 분이 힘겹게 일어나서 내게 오시더니 내 손을 꼭 잡으셨다.

그 때 어르신 눈이 그리워했던 누군가를 드디어 만난 것처럼 젖어있어서 마음 아프고 뭉클하기도 해서 한동안 어르신 옆에 있어드렸다.

우리 센터에서는 주중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사업도 하고 있다. 그 중 한 어르신께서 도시락 받는 것을 잠시 중단하기를 원하셨다.

그래서 그 어르신께 전화한 일이 있었다. 그 어르신이 도시락을 중단하는 이유를 들어보고 전화를 끊는 인사말로 “그럼 어르신 건강하세요.” 라고 말했다.

그 때 “아이고, 아이고,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그 때 괜히 뭉클해졌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도시락 배달사업을 보조하는 내 일이 어르신들께 관심을 가져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는 동안, 참 많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생소한 경험들이라서 낯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내가 하는 일에서 긍정적 의미를 찾은 것,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웠던 것, 내 일의 의미를 알았을 때 뿌듯했던 것들이 훗날 내 인생을 살아갈 때 큰 거름이 될 거라고 믿는다.

아직도 나에게는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고 그 동안 사회복무요원이기에 겪을 수 있는 것들을 경험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

그리고 다시 온전한 내 인생을 살아갈 때가 되면 2년간의 시간이 있었기에 더욱 성숙해 있는 내가 되고 싶다.

*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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