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게 될 독자들이 이 제목을 보면서 필자가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 것인지 궁금해 할 것 같다. 참치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참치를 먹으면 위험하다는 것인지 말이다. 정답은 둘 다이다. 참치는 멸종위기에 처해있고, 이런 참치를 적정 수준 이상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 단순히 참치를 맛있는 먹거리 또는 고급 식재료로만 생각해서는 안 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참다랑어 출처-구글 이미지

멸종을 향해 치닫고 있는 참치

 한국은 참치 어획량으로는 세계 2위를 차지하는 등 중서부태평양 참치 어업에서 큰손으로 불린다. 실제로 참치는 담배와 함께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농림수산식품 수출 1, 2위를 다툴 만큼 수출 효자 품목이다. 2009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수산물 수출량 793,045t 중 참치 수출량은 333,924t으로, 전체 수산물 수출량의 42%를 차지한다.

참치가 우리나라의 수출효자 상품이라는 사실을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지나친 참치 남획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수준으로 말이다. 한국과 대만, 미국, 일본, EU 등 주요 조업국들이 경쟁적으로 참치를 남획해온 탓에 이미 일부 참치 어종은 멸종위기에 직면해 있다.

실제 참치 중 최고급 어종으로 손꼽히는 참다랑어는 1970년대 이후 개체 수가 90%정도 감소했고, 현재 8개의 참치 어종 중 5개 어종은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멸종위기목록 ‘레드리스트’ 상에 등재되어 있다.

현재 전 세계 참치 생산량의 70% 이상이 태평양에서 어획되고 있는데, 태평양의 참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는 이미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이유로 참치종의 하나인 눈다랑어는 제한어획(쿼터)까지 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개체 수 회복력이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 가다랑어 조차 그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는 사실이다. 여기에 IUU(불법·비보고·비규제)는 참치 멸종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 한국의 수산자원 남획을 비판하는 그린피스 @그린피스 제공

불법을 일삼는 한국원양어업


 한국이 참치를 남획하는 것과는 별개로 불법까지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국제적으로 비난의 대상이다. 일례로 한국선박이 지난 2월 남극해에서 제한어획량의 339%에 달하는 메로를 남획하다 적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실상 어업자체를 할 수 없게 하는 조치인 IUU 선박리스트에 올려져야 함에도 우리나라 정부는 1년 조업금지 조치로 사실상 구제해줘 버렸다. 우리나라 정부가 불법어업 근절에 의지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그동안 금어수역 지정 및 집어장치(FAD)와 같은 반생태적인 어업 도구 사용의 금지처럼 국제적으로 해양과 해양생물을 보호하려는 조치를 논의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오죽하면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나서 우리나라 정부를 참치멸종과 해양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할 정도다. 하지만 국제기구의 노력과 환경단체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은 금어수역 지정 및 집어장치 사용 금지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반생태적 어업 도구를 이용한 어업이 결과적으로 참치 이외의 수많은 해양생물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선망어선의 집어장치 사용으로 인한 혼획량(목표로 하지 않은 종의 어획)은 연간 182,500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축구장 80배 크기의 그물들이 만들어 낸 피해인 것이다. 그리고 횟감을 위한 포획 방법으로 수 천 개의 낚시 바늘이 달린 줄을 바다에 뿌리는데 이 때 목표로 한 참치 뿐 아니라 바다거북이나 상어, 바닷새 등의 해양생물들도 피해를 입는다. 

참치 그리고 수은


 참치의 멸종문제를 떠나 참치를 먹는 것 또한 우리에게 좋은 일은 아니다. 이유는 수은 때문이다. 지난 10월 7일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시중에 판매되는 참치통조림 40개를 수거해 수은함량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조사된 수은함량 평균은 0.06mg/kg으로 조사됐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메틸수은 기준치 1.0mg/kg를 초과하지는 않았지만 적정섭취를 권고하기 위한 참치통조림 메틸수은 평균치 0.03mg/kg을 2배 초과한 것이다.

출처-구글 이미지

 식약처는 올 상반기에 수은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임신 여성의 생선 안전섭취 요령"을 발표했는데 일반어류와 함께 참치통조림의 섭취권고량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참치통조림은 평균 0.03mg/kg의 수은이 함유돼 있어 우리가 흔히 먹는 고등어 등의 일반어류 수은함량과 같이 낮은 수준이라며 참치통조림은 일주일에 400g이하(150g 참치통조림 3개)로 섭취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날개다랑어 등 중대형 다랑어류와 새치류, 심해성 어류 등은 일주일에 100g이하를 섭취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수거된 40개 중 38개가 식약처의 권고수준을 초과했고, 15개는 수은함량이 0.07mg/kg~0.10mg/kg에 달했다. 결국 중대형어종인 날개다랑어 등이 통조림에 사용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실제 이보다 한 달 앞선 참치통조림 어종표시현황 조사에서는 4개사 12개 제품 중에서 7개 제품이 황다랑어와 날개다랑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참치통조림의 높은 수은함량은 예견된 일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식약처는 왜 참치통조림의 수은함량 수준을 낮게 평가한 것일까. 이유는 식약처가 참치 중에 가장 소형종인 가다랑어를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약처에 따르면 소형어종인 가다랑어 대비 대형어종인 참다랑어의 수은함량이 4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FDA 역시 대형종인 날개다랑어의 경우 일반 참치통조림의 1/2 섭취를 권장하고 어린이에게는 날개다랑어를 먹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렇듯 대형종의 참치일수록 건강에 해롭다는 말이다.

참치를 위해 그리고 우리 건강을 위해


 참치 하나가 사라진다고 무슨 큰 일이 벌어지겠냐고 말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참치의 개체수 감소가 수산업과 관광산업에 엄청난 손실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바로 여름철 마다 해변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해파리문제이다.

해파리 증가는 단순히 해변활동에서 해파리 쏘임 사고의 증가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해파리의 증가로 수산자원 역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렇게 해파리가 증가하는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상승의 영향도 있지만 해파리를 먹이로 하는 참치 등의 대형어종의 감소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 역시 주요한 요인으로 손꼽힌다. 참치 하나가 사라짐으로써 해양생태계가 얼마나 심각하게 뒤틀릴 수 있는지 그리고 인간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으로 줄 수 있는지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참치를 보호하는 것이 지구의 해양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인가? 참치를 많이 먹으면 그만큼 수은중독에 가까워진다. 수은중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는 일본의 미나마타병이 증명해 주고 있다. 1950년 미나마타 만에서 발생한 수은중독 사태로 수많은 사람들이 진행성 근육약화, 시력상실, 대뇌의 기능장애, 사지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났고, 몇몇의 경우에는 의식상실·사망까지 이르렀다. 특히 임산부와 어린이 노약자 그리고 면역력이 약한 사람일수록 수은에 의한 피해는 더욱 커진다는 것이 의학계의 설명이다.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위해서 우리가 참치를 조금이라도 덜 소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도 지구의 해양생태계가 지속가능하게 유지되어야 우리 수산업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 저녁 술안주로 참치회를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오늘 하루만이라도 참치 대신 다른 안주거리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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