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FTA대응특별위원회 허창옥 위원장

 

제주 농촌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통계청의 ‘2014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제주 농어촌의 고령화률은 23.8%로 대한민국 전체 고령화률인 14.2%보다 9.6%나 높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도내 30대 농가 경영주는 1,282명으로 전년대비 400명가량 감소한데 반해, 80대 이상 농가 경영주가 1,763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고령화률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는데, 제주도정의 자랑거리인 순유입인구의 증가와 귀농·귀촌 증가라는 일련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농어촌의 지표가 별로 나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왜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고 있을까?

연간 수익 1억원 이상인 농가의 수는 지난해 2,214가구로 전년대비 127가구가 줄어든 대신에 연간소득 1,000만원 미만의 영세농이 2,214가구로 전년대비 127가구가 늘었다. 이제는 농어업을 전업으로 해서는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2014 지역별 농산물 소득자료’를 살펴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제주를 대표하는 노지감귤의 조수입이 10a(300평)당 2,657,198원으로 소득을 1,586,200원으로 보고 있다. 즉, 1ha(3,000평) 감귤농사를 지어도 평균적으로 16,000,00원의 수입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삶이 팍팍해질 수밖에 없고, 젊은이들이 돈벌이를 찾아 농어촌을 등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최근 크게 오르고 있는 농지가격도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농지를 팔면 돈이 될 것 같지만, 한번 판 농지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아니 두 번 다시 살 수 없을 만큼 가격이 상승한다. 결국 임대농으로 전락하거나 다른 직업으로 전업해야 한다. 농가부채도 일종의 시한폭탄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2015 농축산식품현황’에서 제주농가의 가구당 소득은 42,700,000원으로 전국1위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역으로 부채도 54,555,000원으로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즉 소득이 감소하면서 부채를 갚기 위해서 결국에는 농지를 처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이런 설상가상의 상황에서 농산물부터 서비스, 지적재산권에 이르는 거이 모든분야의 무역장벽을 허무는 초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어렵다.

개방수준이 매우 높아서 미국과 캐나다 같은 농업강대국들 조차 설탕과 낙농품 개방을 버거워 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이니, TPP에 가입하면 농업을 유치산업으로 치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농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십중팔구 대외무역의존도를 운운하면서 TPP에 참여할 것이며, 발 빠른 우리 정부는 이미 참여 가능성을 타진하는 예비 양자협의를 두차례 이상 진행해 왔다. 솔직히 우리 농업은 안중에도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TPP에 따른 농업분야 피해 예측을 살펴보면, 육류·과실·과채·낙농품을 중심으로 1,000억원에 이르는 생산액 감소와 연간 400억원의 무역수지 악화를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FTA체결 후 발생하고 있는 간접피해와 점진적 관세철폐에 따른 피해발생 규모를 비견해 본다면, TPP에 따른 피해가 결코 이전의 FTA를 합친 것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산업간 심각한 부의 편중을 유도하고 있는 TPP협상의 추진에 앞서, 지난 FTA협상결과를 되돌아보고, 무역이익공유제와 이를 통한 피해보상, 농업인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해법을 마련하여, 최대 피해자인 농업인들의 동의를 구한 이후에 TPP협상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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