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가을은

오름 능선마다 온통 은빛물결 억새로 출렁이고

돌담 사이로 노랗게 익어가는 감귤은 침샘을 자극하고

한라산도 울긋불긋 색동옷으로 갈아 입고 등산객들을 맞이합니다.

 

자동차 시동을 걸었더니 바깥온도는 13℃

도로에는 짙게 어둠이 깔리고 성판악을 향해 달리는 동안

온도는 점점 내려가 찬기가 느껴집니다.

성판악의 아침온도는 7℃

이른 아침인데도 성판악주차장에는 반 이상 자동차로 채워져 있고

등반로 입구는 아직은 어둠이 깔려 환하게 불을 밝혀줍니다.

등산에 필요한 장비들을 확인하는 분들과 랜턴을 켜고 오르시는 분들도 보입니다.

주차요금 1,800원을 지불하고 백록담으로

출발~

단풍나무 사이로 하늘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잠깐 동쪽을 향해 바라보다 등산객과 눈 마주치자

'안녕하세요, 상쾌한 아침입니다.'

오고가는 인사말에 발걸음은 더 가벼워집니다.

속밭에도 아침이 밝아옵니다.

예전에는 넓은 초원지대로

털진달래, 정금나무 등이 많아 한라정원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삼나무와 소나무가 빽빽하게 자라 숲을 이루고 있네요.

삼나무 숲 속에서 삼림욕의 즐거움을 느끼며 천천히 걷다보면 

뺨에 닿는 차게 느껴졌던 아침 기운은 속밭을 지나면서 상쾌한 아침으로 바뀝니다.

숲속의 아침은 크게 웃게 해주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네요.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는 9.6km(4시간 30분소요)입니다.

성판악을 출발하여 속밭대피소까지 4.1km(1시간 20분)를 쉬지 않고 걸었지만 

그냥 통과합니다. 

산딸나무 사이로 아침해가 드디어 떠올랐습니다.

어둡던 숲속은 새소리와 함께 활기찬 아침을 열어줍니다.

숲터널을 지나니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외나무 '서어나무'도 아침햇살을 받으며 꿋꿋이 서 있네요.

일찍 겨울을 준비하는 앙상한 나무가지...

나무가지 사이로 겨우살이가 둥지를 틀었네요.

계곡에도 아침이 밝아옵니다.

시원한 한라산의 천연삼다수를 한모금 마시고...

삼다수병에는 가득 물을 채우고 오르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물맛이 꿀맛입니다.

무리한 산행을 자제해주라는 안내판도 보입니다.

노란색선은 완만함을 나타내는 선입니다.

샘터를 지나면서 초록선은 조금은 힘든 구간으로

해발 1,400m에 꼭지점을 찍는 순간 가파른 계단으로 숨을 깔딱거리게 하네요.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밑을 바라보니 거의 수직에 가까워보입니다.

주목은 벌써 보이고 이 구간부터 구상나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부악(백록담)이 살짝 보입니다.

진달래밭에 거의 도착했다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화장실과 마실물이 없다는 안내글과

정상 등산 통제시간(12:30분)과 정상에서 최종 하산시간(14:00시)이 적혀 있네요.

참고하고 올라가세요.

정상까지는 2.3km로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빨간선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가파르고 힘든 구간이라는 뜻입니다.

구상나무의 푸르름과 신갈나무의 노랗게 물든 단풍모습의

보색대비는 더 아름다운 한라산을 만들어주네요.

드디어 해발 1,800m 산상의 정원에 도착했습니다.

사라오름과 성널오름 너머로는 구름바다를 이루고 있고

서귀포 앞바다가 보여주는 황홀함은 이 곳 한라산이 보여주는 비경입니다.

여름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호장근과 바늘엉겅퀴는 씨앗을 품고

조금은 초라한 모습에 눈길을 주지 않은 등산객들이 야속한가 봅니다.

계절 잃은 구름패랭이꽃은 나홀로 피어 발목을 붙잡네요.

해발 1,900m 이후부터는 공사중이라 옆으로 돌아서 가야되네요.

작업하시는 분들은 헬기와 모노레일카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올라와  

일주일을 산에서 작업하시다가 내려가신다고 하네요.

고생하시는 여러분들이 계셔서 한라산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한라산의 백록담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해발 1,950m 산정화구호로

원지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아름다운 경관의 명승지입니다.

백록담 명칭의 유래는

'이 곳에서 흰사슴이 많이 살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2007년)으로 지정되었다.

백록담을 설명하는 표지글입니다.

'삼각봉 낙석발생으로 하산이 불가하니 한라산 정상으로 되돌아가세요'

해질무렵 석양이 암릉을 붉게 물들이면

그 모습이 마치 금빛 왕관을 연상하게 하는 왕관릉의

늦가을 단풍의 숨겨둔 비경을 놓치고 가네요.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합니다.

보이시나요~

구름바다가 만들어내는 파노라마, 황홀함...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한라산의 신비로움 그 자체입니다.

여기저기서 셔터누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누군가에게 사진을 전송하며 기뻐하는 모습들

백록담에서는 와이파이도 팡팡 터진다는 사실~

 

아쉽지만 이 아름다운 풍광을

눈과 마음속에 담고 하산합니다.

하산길에 만난 헬기~

헬기소리에 작업하시는 분들이 내려가지도 올라오지도 못하도록 소리를 지르신다.

지탱하기가 힘들 정도의 엄청 센 바람을 몰고 온 헬기는

물품을 떨어뜨리고 아무일 없듯이 하늘을 한 바퀴 빙 돌고는

유유히 산 아래로 내려갑니다.

 

산 아래로 보이는 서귀포와

지귀도~섶섬~문섬~범섬으로 이어지는 능선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듯 아름다운 모습에 넋이 나갔습니다.

사라오름 위로 구름바다는 몇 번을 보고 또 보아도 탄성의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알록달록 물들어가는 은빛쟁반 사라오름의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오르는 자는 고개를 떨구고 힘겹게 숨을 몰아쉬지만

내려가는 자의 뒷모습은 여유로울 뿐입니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네요.

백록담을 중심으로 해발 1,400m이상의 고산지대에서

강한 바람과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며 자라는

살아 백년, 죽어 백년 상록침엽수인 '구상나무'와

한라산 해발 1,700~1,800m에서 볼 수 있는 낙엽활엽수 '좀고채목'은

하얀 수피가 기형적인 모습에서 백골나무로 불립니다.

한라산의 혼효림을 대표하는 나무이면서

한라산을 빛내주는 주인공들입니다.

잠시 쉬어갑니다.

내려오다 작업하시는 분들에게 간식거리를 드리고 나머지로

한끼를 해결합니다.

단풍구경에 나선 등산객들은 백록담으로 오르는 중이라 

진달래밭 대피소는 한산합니다.

12시 30분을 막 지나 도착한 분들은 정상을 오르지 못하는 이유를

직원분들이 설명을 해주시네요.

아쉬워라~

참나무에 기생하며 진액을 뽑아 먹고 사는 기생식물입니다.

나무 끝에 새둥지처럼 보금자리를 만들어

겨울 내내 싱싱한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한라산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 신갈나무는 참나무중에 가장 큽니다.

가을 갈색 단풍의 주인공으로

봄에 새순이 나와 겨울에 모든 잎이 떨어지는 낙엽활엽수입니다.

도토리 열매를 맺는 나무들을 통틀어 참나무라 합니다.

하산하는 길에 사라오름을 올랐습니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사라오름은

출렁다리가 잠겼던 여름날과는 대조적으로 물이 많이 말라 있었지만

새들이 호수 위를 날아다니며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네요.

동능 정상(백록담)이 보이고

산 아래에는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낙엽수들 사이로

녹색의 구상나무군락지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속밭대피소를 지나고~

도착 300m를 앞두고 돌발상황이 발생했네요.

내 부주의로 돌틈에 등산화가 걸려 돌과 가까이 인사를 하고 말았네요.

주위분들이 걱정해준 덕분에 응급처치를 하고

바로 병원으로 직행해야하는 아픔이...

 

정상에서의 아름다운 풍광과

울긋불긋 색동옷으로 곱게 물들어가는 가을 한라산을 보여주고는

얼굴에 영광의 흔적을 남겨주네요.

산행하는 동안 많은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걱정을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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