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기획예산과
추보람

학교를 다닐 때의 일이다. 반 친구 몇 명과 함께 계단 청소를 맡았더랬다.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들이라 각자 구역을 정해서 청소하고 끝나면 알아서 돌아가곤 했었다. 어느 날은 맡은 구역 청소를 끝내고 돌아가려는데 선생님께 붙잡혀 꾸지람을 들었다. 알고 보니 한 친구가 쓸어놓은 먼지를 그대로 두고 돌아간 모양이었다. 나는 그 사이 전부 흩어진 먼지를 다 쓸고서야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아마 그 친구는 담당 구역이 깨끗해졌으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청소를 할 때는 누구나 대개 이런 식이다. 자신의 집이 깨끗해지면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나온 쓰레기는 밖에 갖다 버리고 곧 그 존재를 잊어버린다.

하지만 쓰레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무책임하게 방기하고 간 쓰레기로 인해 도입 당시 획기적이었던 클린하우스는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다. 또한 분리배출하지 않고 마구 섞어버리는 쓰레기들은 소각하지 못하고 매립할 수밖에 없는데, 쓰레기양의 폭발적인 증가로 매립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조금 더 시야를 넓혀보자. ‘깨끗한 우리 집’에서 ‘깨끗한 우리 동네’로. 클린하우스에 중구난방으로 쌓여있는, 전혀 ‘안 클린’한 쓰레기 더미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다. 조금 귀찮아도 깨끗해질 ‘내 방’, ‘내 집’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듯, 조금의 손길을 더해 깨끗한 동네, 거리를 만들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쉽게 버린 쓰레기들이 어떤 식으로든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기억하자. 당장은 느끼지 못하지만, 거리에 방치된 지저분한 쓰레기더미보다 태워지고 묻힌 쓰레기들이 나와 내 가족에게 더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되도록 처음부터 쓰레기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하고 나온 쓰레기는 올바른 분리배출로 재활용되도록 한다면 쓰레기가 ‘문제’가 될 일은 없지 않을까 한다.

* 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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