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강명자

더위가 조금씩 가을에 자리를 내어주는 선선함이 느껴지는 날에 전동스쿠터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부둣가로 나왔다. 그리 멀지 않은 수평선에 서귀포를 호위하는 섬들과 하늘이 조화로운 그림에 마음에 평안을 얻는다.

나 같은 지체 장애인들에게 있어 집밖으로의 외출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집 가까운 곳에 간단한 외출임에도 불구하고 보호자 없이, 활동보조인 없이는 교통약자이기에 늘 현실에 좌절하고야 마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가끔 길을 가다보면 오토바이처럼 생긴 전동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이들을 보며, 나도 전동스쿠터와 같은 기구를 사용할 수만 있다면 근처 동네나 가까운 시장, 은행 등 한층 편리하게 스스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동스쿠터를 구입하려고 의료공단에 문의했더니 정권이 교체되면서 법이 바뀌어 양손을 자유로이 사용하는 장애인은 전동스쿠터를 구입할 수 없다는 실망스러운 말만 들게 되었다.

평소에 크러치에 의존해 그나마 힘이 있는 한쪽 발에 힘을 실어 간단한 외출은 가능했으나 힘 있는 다리만 사용하다보니 결국 불균등한 다리 사용으로 인해 세월이 흐르자 점점 무릎이 아파왔고, 이로 인해 여러 병원에 다녀봤는데 더 이상 고칠 수가 없다는 진단만 받고, 거동이 불편해져 가까운 거리도 도움이 없이는 힘든 상황이 되었다.

무릎이 너무 아파 5분 이상 서있기가 힘들어서 씽크대 앞에서는 겨드랑이를 크러치에 걸치고 팔꿈치를 씽크대에 얹은 자세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럴때면 크러치에 눌린 겨드랑이부터 피가 통하지 않아 팔이 저려와 큰 움직임 없이 설거지를 한번 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들고 서있는 일조차 정말 힘들어졌다. 그러다보니 은행일이나 시장보기가 점점 힘이 들어 점차 외출은 미루고 미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몰아서 겨우 보고 오게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힘들게 살다 보니 어깨가 자주아파 양쪽 크러치를 사용하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병원에서 전동스쿠터를 구입할 수 있는 진단서를 받은 것은 의료공단에서 거절된 지 2년 정도 지난 후였다. 어렵게 마련한 전동스쿠터는 내 발이 되어 시장은 물론 은행, 산책 등 30분 정도의 거리조차 꺼리던 생활에서 밖으로의 나들이를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집구조상, 마당에 세워두고 사용하는 스쿠터는 비닐을 덮어 두기는 하지만 비바람이 심하게 불면 걷어져 점차 녹이 슬고 소모품인 배터리도 많이 닳아 지는 것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구입 한지 4년 정도 지났을 때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는 고장이 났다.

새로 구입 할 기간이 안돼서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을 때 가끔 좋은 프로그램으로 장애인들을 교육의 장으로 불러주는 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구대여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받게 되었다.

부품을 새 것으로 교체하기에는 여유가 되지 않았지만 센터측에서 기증받은 다른 전동스쿠터에 비슷한 부품이 있으니 고쳐준다고 했다.

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구대여센터에서는 사용하지 않은 이들에게서 여러 가지의 보조기구들을 기증받아 나처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장애인들이 쓰고 있는 보조기구들의 무료수리에 이용되거나 임대해주는 좋은 일을 하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스쿠터를 수리 도움을 받은 나의 외출은 이후 다시 자유로워졌다.

센터의 좋은 서비스 덕분에 다시 외출이 편리해지기는 했지만, 실내에서도 서있기가 점점 힘들어져서 집안일을 하는데 사용하기위해 일반 휠체어를 구입했다.

여지껏 휠체어에 대한 자세한 지식이 없었기에 아무거나 구입해서 사용했는데, 사용기간 내내 어깨에서 등 쪽이 자주 아프고 힘이 들었다.

나중에 센터 직원과의 상담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휠체어 역시 장애인 당사자의 체형에 각각 맞는 규격이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체형보다 크게 구입한 휠체어를 사용하는 것을 본 보조기구대여센터 직원은 휠체어 크기를 줄일 수 있다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내 몸에 맞게 고쳐진 휠체어는 움직이면서 겪었던 통증마저 줄여 편리한 생활을 하게 해주었다.

장애인을 우선으로 장애인을 위해 도움이 되는 보람된 일을 하는 보조기구대여센터에서는 장애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늘 부족하다며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쓰던 보조기구라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면 묵혀두지 말고 센터에 기증을 해주는 고마운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센터를 지원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에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보조기구대여센터가 “사람을 위한 사람이 중심인 센터”처럼 멋지고 좋은 이념이 튼튼하게 뿌리 내리길 빌어본다.

※ 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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