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주사회가 발칵거리고 있다. 제 정신이 아니다.

목욕탕에서, 미장원에서, 식당에서, 올레 길에서, 두 세 명만 모이면 그 이야기로 낄낄대고 있다.

입이 간지러워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살이 붙고 갖은 양념까지 더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가정을 갖고 있는 50대 남성이 두 명의 40대 유부녀와 가진 ‘카섹스 동영상’을 유포하면서 일고 있는 파문이다.

김모(56)씨는 지난 3~4월 경, 서귀포의 모처 자신의 차에서 40대 두 여성과 각각 ‘카섹스’를 가졌다.

그는 두 여성과 성행위를 하면서 이 과정을 디지털 카메라로 동영상 촬영했다.

이 동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다시 찍어 지인에게 보냈고 급기야 SNS 등을 통해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발가벗은 내용물은 엽기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알몸 상대의 ‘거시기’를 빨고 핥으며 전문 포르노 그림을 능가하는 변태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한다.

상대 몰래 동영상을 찍어 유포한 50대는 구속됐다.

그러나 이런 충격적 영상이 무작정 번지면서 제주사회는 부끄러움도 모르고 ‘집단 관음증(觀淫症)’에 빠져 끼리끼리 키득 거리고 있다.

제주사회가 병들고 있음이다.

돌려보기 식 동영상 유포 확산으로 온갖 괴담도 새끼 치면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영상에 드러난 두 여인의 신상이 여과 없이 털리고 있다.

고향마을, 친정과 시댁, 친족관계, 출신학교, 가족관계, 동아리 모임 등등이 낱낱이 까발려지고 있는 것이다.

가정은 이미 해체되고 풍비박산(風飛雹散)이다.

관음증은 물론 심각한 사회 병리현상이다. 그러나 이를 찍어 유포시키는 ‘악마의 몰카(몰래카메라)’는 가정과 사회해체의 암이며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각각 가정을 둔 남녀가 카섹스를 즐기고 음란행위에 탐닉하는 것은 제주사회의 전통윤리를 더럽히고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다. 동정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제주사회가 음란 동영상에 눈 박고 침 흘리며 낄낄 정신 줄을 놓아서는 아니 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음증으로 표현되는 은밀한 엿보기의 출발은 심리적 카타르시스를 찾는 일일수도 있다는 논리도 있다. 고약한 습관이 되기 전까지는 그렇다.

그러나 그것이 훔쳐봄으로서 성적 만족을 느끼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습관적으로 발달하게 되면 이는 심각한 병이다. 비정상적인 성적 도착증세인 것이다.

엿보기나 훔쳐보기는 들킬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으로 인해 더욱 짜릿한 성적 흥분을 불러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엿보기나 훔쳐보기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라고 해석하는 쪽도 없지 않다.

고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관음본성을 드러낸 전설이나 작품도 많다.

성서에서도 남의 아내의 목욕장면을 훔쳐보는 두 장로이야기가 나온다.

신윤복의 그림 ‘단오도(端午圖)’도 그러하다. 단오 날 젖가슴을 내놓은 채 머리를 감는 아낙네들을 그린 것이다.

이 그림에서 바위 뒤에 숨어 훔쳐보는 두 명의 젊은 승려는 ‘훔쳐보기의 백미(白眉)’라 할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훔쳐보기가 자제력을 잃고 공격 기제로 작용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 된다.

최근 암세포처럼 번지는 소위 ‘몰카’나 ‘도촬’의 폐해도 여기에 속할 것이다.

당하는 쪽에서는 심각한 사생활 침해와 함께 인격적으로 학살당하는 꼴이다.

이로 인한 사회적 불안감은 공공의 윤리의식을 훼절(毁節)시키는 심리적 협곡이다.

인간관계 모두를 투명 안경을 쓰고 관음(觀淫)의 대상으로 보려는 유혹을 부를 수도 있다.

지난달 경찰은 연도별 ‘몰카 범죄건 수’를 발표했다. 통계자료를 통해서다.

2010년 1134건, 2011년 1523건에서 2012년 2400건, 2013년 4823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6623건이었다. 올 들 어 1월에서 7월까지는 4657건이었다,

남의 은밀한 부분을 훔쳐보는 몰카 범죄가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다.

한국사회의 타락증상이 심각하다는 주장도 많다. 치유불능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성적 자유로 포장되는 음란(淫亂)쇼크가 도를 넘어 이미 ‘섹스 공화국’이니 ‘몰카가 지배하는 사회’니 하는 자조적 소리가 나온 지도 오래다.

‘국립공원 내 짝퉁부부 등산 위장 섹스 금지’라는 현수막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다.

대구지역 국립공원 입구에 내걸렸던 현수막이다.

오죽해야 이런 현수막까지 내걸었겠는가.

‘섹스’와 ‘몰카’로 인한 비윤리적이며 타락한 사회에 대한 경종과 경각심이 필요한 것이다.

‘카섹스 동영상’을 보며 집단관음증에 낄낄거리는 제주사회의 병리현상에 대한 처방전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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