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국토교통부가 지난 10일 제주 서귀포 신산리 지역에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 이후 제주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제2공항에 관련한 얘기들을 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 제주 자연 훼손 등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6일 제주도의회 시정연설에서 "개발과 보전에 대한 원칙 정립은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았다고 생각한다"며 "더 이상의 난개발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과연 그럴까. 제2공항만큼 관심을 끌지 않지만, 제주지역에서는 큰 현안으로 다뤄지는 일이 있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이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는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와 버자야그룹(말레이시아 자본)의 합작법인인 버자야제주리조트(주)가 서귀포시 예래동 74만4205㎡ 부지에 2017년까지 2조5000억 원을 투자해 추진하는 대규모개발사업이다. 콘도, 호텔, 의료시설, 상가시설, 카지노를 짓겠다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 대해 지난 3월 20일 대법원이 주민들의 토지를 강제수용한 것은 물론 사업계획을 인가한 서귀포시의 행정처분조차도 원천무효라는 판결을 했다. 대법원은 유원지로 추진되는 예래형휴양형주거단지가 주민복지향상을 위해 공공성을 띄어야 하지만, 개발사업자의 영리추구가 목적인 사업으로 변질됐다고 '원천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도와 JDC의 입장은 무엇일까. 법을 바꿔서라도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하반기 정기국회에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제주도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올라가 있다. 원희룡 지사가 국회의원에게 발의를 부탁해 추진하고 있는 청부입법이다. 제주지역시민단체는 물론 많은 제주도민들이 이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주지역시민단체의 하나인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 대표를 12일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사진 박진현

"지난 2011년 고등법원에서 이미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에 대해 토지강제수용이 하자가 있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JDC는 고등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JDC 입장에서는 설마 했겠지만, 대법원에서는 한 술 더 떠서 예래동 주민들의 토지를 강제수용 한 것뿐만 아니라 사업계획 조차도 원천무효라고 판결했다. 유원지는 공공이 이용할 수 있는 취지로, 주민복지향상을 위해 만드는 곳이다. 그런데 예래휴양형주거단지는 부동산영주권 혜택을 볼 수 있는 분양형 콘도미니엄 사업이다. 분양하면 개인의 배타적인 재산이 된다. 공공이 이용할 수 없다. 판결의 핵심적인 내용은 유원지의 공공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부동산영주권제도는 5억 원 이상의 분양형 호텔이라든지, 콘도미니엄을 구입해서 5년이 경과하면 한국 영주권을 주는 제도이다. 2008년부터 시작해서 2018년까지 하는 한시적인 제도다. 제주도뿐만 아니라 인천 송도와 같은 경제자유구역 등 7곳이 대상지역으로 현재까지 제주도에만 실적이 있다.

홍 대표는 "1580가구가 영주권 대상이고, 대부분 중국사람"이라며 "부동산영주권제도가 제주 부동산 가격 폭등을 견인했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 설명에 따르면 "분양형 콘도미니엄 분양가가 평당 1억 수준"이라며 "예래휴양형주거단지에 20평짜리 2층 건물들이 들어서는데 50억 원에 내놓을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이 부동산영주권제도에 편승해 제주도와 JDC가 외자를 유치해 중국사람들을 대상으로 대규모개발사업을 벌였다. 홍 대표는 "대법원 판결이 제주도와 JDC 입장에서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유원지가 예래동에만 있는 게 아니다. 다 합쳐서 26개다. 대부분 개발사업이 유원지로 추진되고 있다. 제주도와 JDC가 유원지로 개발하면서 관광지구로 지정해 지금과 같이 분양형 콘도미니엄 사업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헬스타운, 신화역사공원 같은 곳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제주도와 JDC의 외자유치 방식 자체에 큰 구멍이 생겼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도와 JDC는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을 법을 고쳐서라도 계속 추진하려고 한다"

제주에 와서 언론을 통해 난개발, 막개발로 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곳이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신화역사공원, 헬스케어타운이다. 이 세 곳 모두 JDC가 외국자본을 유치해 대규모로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세 곳 다 분양형 콘도미니엄이 들어설 뿐만 아니라 신화역사공원은 카지노 문제로, 헬스케어타운은 우리나라 최초 영리병원 설립으로 제주지역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홍 대표는 2011년도에 제주도가 발표한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제주도를 중국인 관광휴양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의 핵심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복합리조트를 세우겠다지만, 복합리조트는 포장일 뿐 카지노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버자야그룹이 예래휴양형주거단지를 추진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카지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쯤 되면 누가 제주도를 망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정해져 있다. 제주도의 정치, 행정과 중앙 정부 산하 공기업이 결탁되어 외국자본을 유치해 벌이는 한판 난개발에 대법원조차도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 판결은 어떻게 보면 도지사에게 좋은 기회일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의 난개발이 아닌 주민들과 새로운 모델을 찾아가는 전기가 될 수도 있었다. 원희룡 지사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시민단체가 너무 이상적이고, 반대하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표현까지 썼다. 포장은 그럴 듯하지만 근본적인 생각은 개발주의자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감도 ⓒ박진현

추석연후 제주MBC 여론조사 결과 제주도민 59%가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살려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의견을 보였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여론조사에서도 제주도와 JDC가 사활을 걸고 있는 '제주특별법 개정 후 사업 추진'은 공무원 34.6%, 주민자치위원 27.1%만 선택했다. 공무원들조차 원희룡 지사와 생각이 달랐다.

지난 7월 27일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 현행 법령상 설치가 불가능한 분양형 콘도미니엄 등 체류형, 정주형 숙박시설 등을 유원지 범위에 포함시켜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공사를 재추진하기 위한 법안이다. 대표발의자는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시흥갑)이고 여야 21명의 국회의원이 발의에 참여했다. 새누리당에서는 대표발의한 함진규 위원 이외에 정두언, 이재오 의원 등 11명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진선미, 임수경, 유대운, 노옹래 의원 등 10명 의원이 발의에 참여했다. 홍 대표는 "특별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첫 번째 유원지에 관광시설을 포함시키고, 두 번째 유원지의 공공적인 측면과 사업적인 측면을 도 조례로 정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두 번째 권한은 도지사에게 있고, 도의회는 공공적인 측면과 사업적인 측면 비율을 조정하는 정도다"라고 지적했다.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다. 제주도 출신 의원(강창일, 김우남,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은 다 빠졌다.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나서 국회에 올라갔다. 법을 발의한 의원들을 만나보니 법을 잘 모르고 있었다. 대표 발의한 함진규 의원조차 법 내용을 잘 몰랐다. 새정치민주연합 쪽 의원을 만나보니 강창일(제주시갑) 의원이 제주를 위한 일이니 발의해달라고 부탁해 서명을 해줬다고 얘기했다. 정작 강창일 의원은 법안 발의 할 때 빠져 말이 많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쪽 의원 6명은 우리에게 법안 발의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안행위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특별법 개정안이 말도 안 되는 법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특별법 개정안이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소급입법"이라며 "위헌적인 성격을 띤 법률"이라고 지적했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전임 장관도 재임시절인 지난 달 제주를 방문해서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하더라도 예래주거형휴양단지에 소급적용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그렇지만 제주도는 사업중단으로 엄청난 손해를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특별법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실제로 버자야그룹이 지난 11일 JDC를 상대로 35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했다.

"토지수용에 하자가 있다는 2011년 고등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2013년 JDC와 버자야그룹이 공사에 착수했다. 버자야그룹과 JDC는 공동사업자다. 소송을 해도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 제주도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버자야그룹이 소송을 걸지 않았나 의심이 든다."

홍 대표 말대로라면 이번 소송이야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원희룡 도지사는 지난 3일 특별법 개정 건의문을 들고 국회를 찾았다. 제주도의회도 지난 4일 재적의원 41명 중 38명이 투표해서 찬성 25명, 반대 9명. 기권 4명으로 '유원지 특례 도입을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안 조속 통과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홍 대표는 "소송에, 도지사의 건의문에, 도의회 결의안 채택 등 다각도로 특별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위헌적인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여러 법안과 함께 묻혀 큰 논란 없이 통과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예래동은 생태마을로 지정된 곳이다. 생태적으로 우수한 예래천과 그 옆에 반딧불이 자생지도 있다. 해안도 매우 빼어나다. 바다에 근접해서 용천수가 나오는 논짓물도 있고, 주상절리대가 있는 객깟도 있다. 문화적으로나 생태적으로 아주 풍부한 마을"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세대와 현재 세대,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야할 미래세대가 공유할 이 가치를 JDC와 제주도는 '땅장사'를 해서 외국자본에 팔아넘기고, 난개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원희룡 지사가 "더 이상 난개발이 없다"라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으려면 대법원 판결을 인정하고,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는 청부입법부터 중단해야 하지 않을까.

▲대법원 판결로 공사가 중단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박진현

홍 대표는 예래휴양형주거단지의 대안으로 지역주민과 제주도도 참여하는 협동조합 모델을 얘기했다. 개발과 보전에 대한 원칙을 지역주민과 함께 세우고, 개발로 인한 이익을 외국자본에 넘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다. 원희룡 지사에게 이게 너무 이상적으로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영리병원, 영리학교, 카지노 등 제주도를 온갖 나쁜 정책의 실험장으로 만들고, 난개발로 망치는 것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제주투데이 DB

'제주도특별법 개악 저지를 위한 범도민대책회의'가 17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에서 출범 및 1000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특별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했다. 제주지역 3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범도민대책회의는 새누리당에 대해서 "개발업자의 이익을 위해 공공성을 짓밟는 행태에 책임을 저야 한다"면서 "새누리당에 부화뇌동하면서 뒤에 숨어있는 야당도 명확한 입장을 밝혀라"라고 촉구했다. 이어 "제주 출신 강창일, 김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어떤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적극적인 조치가 없다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경고했다. 제주도를 망치는 난개발을 중단하라, 대법원 판결을 지키라고 얘기할 국회의원 한 명 찾아보기 힘든 불행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 이 글은 프레시안에도 실렸습니다. 

박진현 한살림제주 조직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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