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기네스 북’에 오를 이야기라고 입방아가 한창이다.

세계 언론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도 했다.

제주지역에서 발행하는 두 ‘종이신문’인 ‘제주일보’와 ‘제주일보’의 이야기다.

법인은 각각 인데 동일 제호의 신문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하나는 (주)제주일보사가 발행하는 ‘제주일보’다. 다른 하나는 (주)제주일보방송이 최근 같은 이름으로 발행하고 있다.

두 신문은 제호의 글자꼴이나 크기는 물론 디자인에 색 처리까지도 판박이다.

창간일(1945.10.1)도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이다. 사시(社是) 역시 동일하다.

다만 지령(紙齡)인 경우는 11월 20일자 발행분 기준, 기존 ‘제주일보’가 ‘21345호’인 반면 최근 발행 ‘제주일보’는 ‘21299호’다.

기존이 후발보다 ‘46호’를 더 찍어낸 것으로 돼있다.

이를 두고도 어느 쪽이 더 많이 결호를 냈고 어느 쪽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 설왕설래가 많다.

그만큼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왜 이렇게 희한하고 어이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상표권 분쟁이 낳은 기형적 현상이다.

독점적 언론 권력 욕심이 ‘진실추구와 사회정의 구현’이라는 언론의 본령을 뭉개버리고 있는 것이다.

두 신문은 사실상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굳이 편 가르기를 한다면 ‘일란성 쌍둥이’라 할 수 있다.

두 신문이 주장하는 바 창간일이 같고 지향하는 사시(社是)가 동일하며 신문제호까지 판박이로 같다는 것은 ‘한 뿌리의 일란성 쌍둥이’임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시시비비는 큰 의미가 없다. 적절하지도 않다. 나름대로 각각의 공과(功過)가 있을 수 있고 변명거리도 준비 되었을 터다.

그러나 그 둘의 상표권 분쟁이나 동일 제호 신문 발행의 행태가 도민사회에 혼란을 주고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라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제주언론 시장에 구정물을 끼얹고 언론의 정도를 벗어났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 둘은 공히 ‘70년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에 대한 은근하고 우쭐한 자부심이다.

그런데 그 긴 역사와 전통에 곰삭았다면 작금의 상표권 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도 깊숙한 내공으로 조용히 삭여야 할 일이다.

제 욕심만 채우기 위한 ‘쌍둥이 멱살잡이 같은 유치한 싸움’ 을 기획하지 않고 자제하는 저력을 발휘해야 했었다.

그래야 ‘70년 전통과 역사’를 이야기 할 건더기라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70년 전통과 역사’를 이야기 하려면 두 법인이 각각 딴 살림을 차려 동일 제호의 두 신문을 만들 일이 아니다.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하여 그야말로 역사와 전통을 이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진부한 이야기 같지만 언론 영역은 공공성에 있다. 공정성과 객관성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공익성이 바탕이다.

이것이 이익추구를 최고의 목적으로 삼는 일반 기업과 다른 영역이다.

그렇다면 지금 문제의 두 ‘종이신문’은 어떠한가. 공공성과 공익성에 충실하고 있는가.

그렇다고 볼 수 없다. 제주언론 시장에 구정물을 뿌리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사익을 최고 가치로 여기고 있는 형국이다.

도민 또는 독자들의 자유로운 언론 선택권을 방해하고 혼란만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그 둘의 사시처럼 ‘정론직필(正論直筆) 민권수호(民權守護) 성실봉사(誠實奉仕)’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도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작태에 다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둘은 ‘70년 역사와 전통’을 말할 자격이 없다. 역사와 전통을 말하기 전에 얼룩졌던 역사와 전통에 대한 반성이 먼저다.

군부정치권력과의 유착을 통한 무소불위(無所不爲) 언론 권력 행사나 거액 부도로 인한 지역경제와 사회에 물의를 야기 시켰던 원죄(原罪)에 대한 고백이 그들의 몫이다.

뼈 속 깊이에서 우러나는 고백을 통해 진솔한 사과가 전제되어야 도민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요 순서인 것이다.

그 둘은 언론의 본질보다는 현상에만 집착하는 듯 하다. 신문은 제호로 표현되는 현상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본질은 내용이다.

사람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성이 인격을 형성하는 본질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정한 신문 제호라야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정의로운 신문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혹여 이번 ‘제주일보’ 제호 상표권 분쟁이 언론시장 경쟁에서 거대화, 집중화, 독점화된 언론 권력을 겨냥한 것이라면 당장 역겨운 멱살잡이 싸움을 그만둬야 할 것이다.

도민적 혼선과 혼란을 야기 시키지 않고 정도를 가는 신문을 만들고 싶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

두 신문이 하나로 통합하여 하나의 신문으로 제작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싫다면 ‘제주일보’만 고집할 필요가 어디 있나. 다른 이름으로라도 제대로운 신문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더 생산적이고 분쟁을 끝낼 수 있는 길이 아니겠는가.

세계적 웃음거리(?)라는 ‘같은 이름의 두 신문 이야기’가 하도 어이없고 씁쓸해서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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