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YMCA부설 제주교통연구소
송규진 국장

제주도내 차량 등록 대수가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42만대가 넘어섰다. 도로는 출퇴근시간 뿐만 아니라 낮 시간대도 정체현상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교통 혼잡으로 인한 사회적비용은 2014년 말 기준 2300억원이며, 2020년에는 32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또한 이면도로를 내다보면 무질서한 양면주차로 차량 교행이 불가능하고, 비상 차량 등의 진입과 신속한 이동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보행자들이 보행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도로로 보행하는 모습은 우리의 일상이 돼 가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와 개선 요구를 해왔으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긍정적인 변화는커녕 오히려 도심의 교통 혼잡 및 주차난, 보행안전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톰슨과 워드롭이라는 교통학자가 주장한 이론에 따르면 도심에 교통체증이 발생할 때 행정은 도로와 주차장을 확보해 교통문제를 해소하려고 한다. 이러한 인프라가 확충되면 단기적으로는 교통문제가 해소되는 듯하지만 시민들은 도로에 차량 흐름이 원활하고 주차 문제에 불편이 없어진 것으로 보고 차량을 구입해 도로로 나오게 된다. 그렇다보면 다시 도로는 교통체증이 심해지고 행정은 도로와 주차장 확보에 예산을 투입한다. 이 이론을 보면 제주의 모습과 너무나 비슷하다 못해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의 행정은 도민들의 행동과 생활 방식, 선호도를 감안하지 않고 쉽게 접근 가능한 물리적인 요인에만 치중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했다고 필자는 단언하고 싶다.

그러면 향후 교통 관련 여러 가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과감히 탈피해 수요를 조절할 수 있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차량 증가를 어떻게 억제하는 가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 2000㏄ 이상 차량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차고지증명제의 전면 확대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또한 공공기관 주차장은 단계적으로 전면 유료화하고, 도심 무료주차장들을 점차적으로 유료화해 도심으로의 차량 진입에 부담을 줘야 한다.

둘째, 도민들의 인식 개선이다. 제주도민들은 차량을 주차해 목적지까지의 적당한 거리를 30m 이내라고 생각한다. 다른 도시의 150~300m보다 훨씬 짧다. 이러다 보니 일정구간 및 장소는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게 된다.

셋째, 이면도로를 보행자의 천국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

제주도지역 이면도로에 보행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보도를 전면 설치해야 한다. 일본의 도심 이면도로 정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기존 차량 위주의 이면도로 정책을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해 전면 일방통행화하고 보도를 확장해 보행자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다닐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배려의 행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중교통이다. 도민들이 차량을 구입하는 것은 대중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꾸리찌바시와 싱가포르 수준의 교통정책만이 60%가 넘는 자가용 위주의 수송 분담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최선의 접근 방식이 될 것이다. 자가용 차량의 도심 진입을 억제하는 것만이 도심의 교통 정체, 주차문제, 보행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불편한 대중교통을 획기적·도민 친화적으로 바꾸기 위한 대중교통 체계 개편 용역을 수행 중이다. 이 연구용역이 현실성에 부합해 도민들에게 사랑받는 대중교통시스템이 도입되는 단초가 되기를 희망한다. 복잡하게 꼬여 있는 제주의 교통문제는 대중교통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답은 대중교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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