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민생사법경찰과 경사 나길호

‘괸당’이란 돌보는 무리라는 뜻의 권당(眷黨)의 제주어 표기[제주어사전] 또는 멀고 가까운 친척들을 두루 일컫는 말[제주도속담사전]로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괸당문화’란 예로부터 척박하고 핍박받아온 제주에서 이러한 괸당들끼리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함께 힘을 모아 헤쳐나가는 제주만의 독특하고 따뜻한 문화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좋은 일은 자신만이 누리고 나쁜 일이 생길 때만 괸당을 찾는 문화로 변질된 듯한 느낌이다.

“집이 어디꽈”

각종 단속 업무에 임하다 보면 자신이 위반행위를 했음을 직감한 피단속자가 어느 순간 경찰관들에게 물어보는 말이다. 혹여 경찰관과 피단속자간의 고향이 일치하는 순간 그 때부터 누구네 아방과 누구네 삼촌 등을 거쳐 드디어 이러한 경찰관과 피단속자의 신분은 형님과 아시의 사이로 변할 수 있는 묘한 상황이 연출된다. 설령 당장 단속하는 경찰관과는 괸당 관계로 엮여 있지 아니함이 드러나더라도 일부 사람들은 괸당의 괸당을 동원하여 결국 그 경찰관을 자신의 인적관계 내로 끌어들이는데까지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렇다 하여도 위반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는 없지만 정당한 업무집행임에도 경찰관이 오히려 미안함을 느끼는 경우도 종종 보아왔다.

위반행위를 한 사람들이 자신이 잘못해서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경찰관 중 괸당이 없어서 피해를 보는 것이라 여기게 된 것은 지금까지 그러한 이미지를 심어준 공무원들의 책임도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아직도 그렇게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생각에 무척 안타까울 따름이다. 위와 같은 사례 뿐만 아니라 잘못된 괸당문화는 계약관계, 개발사업, 채용관계 등 제주 전반에 걸쳐 발목을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에 제주의 청렴지수가 매년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이유 중 이러한 잘못된 괸당문화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의 독특한 환경에서 파생된 제주만의 괸당문화가 이러한 부작용만으로 사라져야 할 문화라고 할 수는 없다. 때문에 앞으로 제주에는 공적인 일에 잘못된 괸당문화가 개입하지 않고 예전같이 따뜻함이 남아있는 괸당문화로 전승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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