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원

이상한 출판기념회

12월 3일 이상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통상 출판기념회는 책을 발간한 작가를 축하하는 자리다. 한 권의 책을 쓰는 일을 아이를 낳는 일에 비유하기도 한다. 정신의 아이를 낳기 위해 숱한 불면의 밤을 보냈던 작가에게 축하의 덕담을 권하는 자리가 바로 출판기념회다. 그런데 이날 열린 출판기념회에는 책을 쓴 작가는 참석하지 않았다. 참석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는 바로 󰡔화산도󰡕의 작가 김석범이다. 그가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서울에서 열린 󰡔화산도󰡕 완역을 기념하는 국제학술대회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다. 두 번째 출판기념회는 그의 단편집 󰡔까마귀의 죽음󰡕 재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까마귀의 죽음󰡕은 표제작인 「까마귀의 죽음」, 「간수 박서방」 등 김석범 문학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단편들이 실려있다. 원래 이 작품은 1957년 일본에서 발표되었다. 제주 4.3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손꼽히는 현기영의 「순이삼촌」은 1978년도에 발표되었다. 작가가 일본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제주 4.3의 문제를 국내에서보다 훨씬 이전에 본격적으로 다룬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김석범은 「광주시편」, 「니이가타」를 섰던 시인 김시종과의 대담에서 자신이 「까마귀의 죽음」, 「간수 박서방」을 쓰고 나아가 󰡔화산도󰡕라는 대작으로 제주 4.3을 다룰 수 있었던 이유를 살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4.3 발발 직전 일본으로 피신했던 작가는 제주 4.3을 직접 겪은 체험 세대들을 수시로 만났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체험에 대해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아무도 4.3에 대해 말하지 않을 때 4.3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삶의 토대가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절박한 심정에서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것이 바로 김석범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 4.3을 다룬 작가의 문학적 열정은 2015년 제1회 4.3평화상을 수여로 고국에서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평화상 수상 연설에서 작가는 해방 공간에서의 친일 세력과 미군의 책임 제주 4.3의 원인이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일부 보수 신문과 정치인들의 반발을 불렀다. 조선일보는 사설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작가라는 낙인까지 찍었다. 이 때문인지 지난 10월 있은 󰡔화산도󰡕 완역 출간 기념 학술대회에 작가 김석범은 고국에 입국할 수 없었다. 사실상 대한민국 정부가 입국을 불허한 것이다. 그리고 두 달 후인 12월에도 그는 역시 고국을 방문할 수 없었다.

비정상이 정상이 된 사회

제주 4.3특별법 제정과 대통령의 공식사과, 그리고 국가추념일로 지정으로 제주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과거사 청산의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2015년 오늘 정작 제주 4.3을 알리고 역사의 비극과 정면으로 마주했던 작가는 입국조차 거부당했다. 이것이 바로 제주 4.3의 현주소이다. 이날 출판기념회에 최상돈 가수의 노래 공연이 있었다. 오랫동안 제주 4.3을 노래로 불렀던 가수 최상돈의 첫 곡은 바로 ‘잠들지 않는 남도’였다. 제주 4.3 진상규명 과정에서 숱하게 불려졌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노래가 바로 ‘잠들지 않는 남도’이다. 하지만 올해 제주 4.3 추념일에서 이 노래는 불려지지 못했다. 마치 5.18 추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려지지 않은 것처럼. 노래가 불려지지 않는 사회, 평생 소설만 써왔던 작가가 고국 땅을 밟지 못하는 사회가 바로 2015년 오늘의 모습이다. 비정상이 마치 정상처럼 여겨지고 있는 이상한 사회의 모습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비정상이 일상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정작 제주도정은 아무런 대응도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4.3 국가추념일 주관이 행자부라는 이유로, 4.3평화상 수상자 김석범에 대해 감사요청에 대해서도 중앙정부의 권한이라는 이유로 그 흔한 유감 표명조차 못하는 도정의 태도가 문제다. 2015년 12월 철 지난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제주 문제와 관련한 무관심과 무책임이 지난 일 년간 도정의 일관된 태도라는 데 있다.

지난 10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외국인 국내 토지소요 관련 제도의 쟁점과 과제-제주특별자치도를 중심으로’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제주도 땅 매입이 최근 3년(2011~2014년)간 480%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소유한 제주도내 토지는 2011년 말 951만6000㎡에서 2014년말 1662만7000㎡로 74.7%(711만㎡) 증가했고 이 기간 중국인이 소유한 땅은 142만㎡에서 834만㎡로 무려 487.3%나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규모는 외국인이 제주도에서 보유한 토지 총면적(1663만㎡, 공시지가 기준 4590억원 상당)의 50.2%에 달한다.

이러한 중국인 부동산 보유의 폭발적 증가 이유에 대해서는 2010년 시행된 부동산투자이민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투자이민제는 일정 금액 이상(미화 50만 달러 또는 한화 5억 원 이상)을 투자하면 국내 거주 자격을 주고, 이후 5년이 지나면 영주권을 허용하는 제도다.

연구를 담당했던 이창호 조사관은 “중국인들의 투자열풍이 이어지면서 잘 지켜야 할 제주도의 경관에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 늘어나고, 도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불만과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이 영주권이라는 이권이나 차익만 챙기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등의 부작용을 고려하여 영주권 취득 후에도 처분기간을 제한하는 등 제도적 미비점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투자진흥지구에서의 투자금액을 업종별로 차별화하고, 투자진흥지구의 명확한 해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특별한 상징성을 갖는 지역은 도시·군기본계획, 도시·군관리계획이나 경관조례 등을 구체화하고, 일정 비율의 외국계 토지 상한선을 정하여 운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말로만 제주현안 “알고 있다” 

정책, 행정 없는 말잔치에 그쳐

그동안 중국인 제주 토지 소유와 관련해서는 여러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원희룡 지사 역시 2014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토지소유가 늘어가는 것이 제주도의 정체성이나 제주도 투자개발계획을 추진하는 제주도정의 정책관리능력에 지장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인식은 단지 문제 인식에만 그쳤다. 도정 최고 책임자의 문제의식은 정책과 행정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제주도, 제주발전연구원도 중국인 소유 토지의 문제점과 관련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구체적 행정으로 표출하지는 않았다. 제주발전연구원의 발간자료, 보고서 등을 검색해보아도 원희룡 도정 출범 이후 이와 관련한 구체적 대안을 마련한 연구들은 찾을 수 없다.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연구 이전에 제주도 차원에 이러한 연구가 선행되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 행정이 구현되어야 한다.

제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서민들의 주거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과 관련 전문가들은 제주도만의 토지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이를 제주도정이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면 어떠한 행정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제주도가 제2공항 건설 계획 발표 이후 서귀포 성산읍 지역 일대의 투기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제2공항 캄캄이 발표에 장밋빛 전망만

언제까지 도민 희생을 담보로 한 개발인가

제2공항 건설계획 과정 역시 비정상이 일상화된 행정의 안이한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제주도민 누구도 알 수 없었던 깜깜이 발표했다. 제주도민은 물론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없었다. 정부의 일방적 발표였다. 발표 직후 원희룡 지사는 에어시티 구상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장밋빛 전망일 뿐이다. 구체적 복안도 실현가능성도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2공항 건설계획과 관련한 용역의 책임자도 에어시티 구상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2공항 건설계획 예정지 주민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조직화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연일 신문 방송을 통해 제2공항 건설이 제주도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는 선전에만 몰두하고 있다. 개발이 진행되면 수백년 이어온 마을 공동목장도, 용암 동굴 지대도 파괴될 우려가 있지만 이런 목소리에 대해서는 귀막고 눈을 감고 있다.

한중 FTA 체결 등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제주 1차산업에 대한 대책도 늦기는 마찬가지다. 감귤값은 폭락하고 양배추와 콩 등 밭작물은 수확을 포기한 채 애써 가꾼 밭을 갈아엎고 있다. 농민들의 가슴은 타들어가고 한숨은 깊어만 간다. 현안은 쌓이는 데 제주도정의 인식은 굼뜨다.

제주가 세계 문화지도를 바꿨다는 원희룡 지사,

제주 지역 문화예술 현실 알기나 하는 건지...예술계 부정적 반응

원희룡 지사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지방정부연합 이사회회의 참석해서 제주도의 문화정책과 활동은 세계의 문화지도를 바꿨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를 본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반응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것이다. 제주 문화정책을 담당하는 주무관은 한 명뿐이다.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됐지만 법률이 정하고 있는 지역문화진흥 시행규칙 마련은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1년 가까이 묵혔다가 지난 11월에서야 부랴부랴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 제주문화예술 행정의 현실이다.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과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사무처에는 문화예술과 전혀 관련성이 없는 공무원이 파견되고 제주 아트센터에는 변변한 기획공연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 제주 문화의 현주소다. 그런데 제주문화가 세계의 문화지도를 바꿨다고 말한다. 내치는 엉망인데 해외 순방을 다니면서 자화자찬을 남발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무엇이 다른가. 현안은 산적한데 해결은 남몰라라 하는 제주도정. 무책임, 무관심, 무능의 삼무 도정이다. 스스로를 잠룡이라고 여기는지 모르지만 지금의 도정 운영으로서는 잠룡은커녕 이무기도 되지 못하는 것이 현 도정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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