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각시바위는 형태는 원추형이고

표고 395m로 이 오름의 돌들은 조면암질로 녹회색을 띠고 있는데

굳고 단단한 세사질(細砂質) 암석으로 되어 있습니다.

오름을 오르는 동안 등반로에 깔아 놓은 돌들은 모양이나 색깔이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어 이채롭습니다.

 

정상에 오르면 조금은 험해 보이는 바위들이 위태해 보이지만 

아름다운 서귀포 앞바다와 시내가 한 눈에 들어 옵니다.

주변의 좋은 경치로 인해 예로부터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던 곳이라고 합니다.

멀리서 보면 학이 날개를 펴고 앉아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양가집 며느리가 아들을 얻기 위해 치성을 드리다가 회한을 안고 죽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연유로 각시바위, 각수바우(열녀바위)라 하는데

오름에 얽힌 '열녀바위' 전설이 전해지고 있네요.

한자로 각수악(角秀岳)이라 하고 있습니다.

학수암(鶴首岩)은 학의 머리와 같다는 풍수지리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오름 입구 표지판에는 '학수바위'라 적혀져 있네요.

정상까지는 20분 정도 소요됩니다.

각시바위를 오르는 길은 두 군데가 있습니다.

영산사와 화암사가 위치한 과수원을 통하는 길과

차 한대가 겨우 통과할 수 있는 구불구불한 농로를 따라 가족묘지를 가로질러 가는 길이 있는데

탐스런 겨울딸기를 빨리 만날 생각에 가족묘지를 가로질러 가는 길을 택합니다.

출발해 볼까요~

가족묘지를 막 지나면서 빨갛게 익은 겨울딸기가 눈에 들어 옵니다.

초입을 지나 숲 속으로 가는 길에는 지천으로 널브러진 겨울딸기를 보며

길동무들의 감탄 소리가 멀리까지 들려 옵니다.

먹음직스런 빨간딸기를 입안 가득 넣으면

사르르 녹으며 '톡'하고 입안 가득 터지는 상큼한 소리에

길동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는 메아리되어 되돌아옵니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여러 모습의 암석들이

저마다의 품격을 자랑합니다.

오르는 내내 숨은 가쁘지만 숲이 주는 매력은 한결 몸이 가벼워짐을 느낍니다.

겨울의 숲 속은 엄숙하기만 합니다.

 

정상을 오르는 길 오른쪽으로는

암자로 내려가는 계단과 나무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와 밤낮으로 누군가를 위해 간절한 소원을 빌고 있을 테지요.

꼭 1년만에 찾은 각시바위 정상에는

큰 바위 틈새로 싱싱한 모습의 '석위'가 겨울 햇살이 따뜻한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올라 오느라 수고했다고 반겨줍니다.

정상에서는 남사면쪽은 아주 가파른 절벽이고 북사면은 완만합니다.

한라산은 저만치 있을테지만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고

산 아래로 보이는 솔오름의 전망대는 선명하게 보입니다.

제지기오름~섶섬~문섬~범섬으로 이어지는 서귀포 앞바다와

따뜻한 서귀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집채만큼 크고 작은 바위들의 신비로움에 넋이 나가고

전설 속의 바위가 어느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늘과 산 아래를 내려다 보며 오늘도 치성을 드리는

간절한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확트인 정상을 내려와

사방이 울창한 숲으로 막힌 또 다른 정상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가는 길에는 2개의 묘가 자리하고 있는데

기이하게도 쌍둥이 바위가 보살펴주는 듯 착각을 일으킵니다.

봄과 여름을 지나며 아름답게 꽃 피웠던 들꽃들은

탐스런 열매를 맺으며 겨울나기를 합니다.

각시바위의 주인공인 숲속의 빨간 진주 3총사 겨울딸기, 자금우, 백량금은

차디찬 땅바닥에서 늘 변함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웃음을 한보따리 담아줍니다.

 

겨울딸기를 담느라 가던 길도 멈추고

허리를 구부리며 어린아이의 해맑은 얼굴처럼 마냥 신났던 길동무들은

눈 속의 겨울딸기를 담는 꿈을 꾸며

12월의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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