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안 좋다? 영양가도 없다? 한끼 식사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공통점은? 혹시 라면? 아니다. 천만의 말씀이다. 라면은 배고프고 궁핍하던 시절 서민들의 허기를 채워줬다. "라면만 먹고 뛰었다"는 육상선수 임춘애도 생각난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라면은 더 이상 헐한 음식이 아니다. 신세대들 사이에는 라면이 당당히 일품요리로 대접받고 있다.

서울 명동에 가면 '틈새'가 있다. 옛 제일백화점과 폭40cm, 길이 2m의 작은 공간. 8평 밖에 되지 않는 반지하의 이 작은 공간은 그러나 라면 하나로 독점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지난 91년 건물공사 때문에 한 블록 뒤로 옮겼지만 유명세는 변하지 않았다. 어떻게 틈새라면이 지난 20여년 동안 명동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을까?

비결은 상품 경쟁력. 이 식당의 메뉴는 단 한가지. 라면이다. 면의 기름기를 빼고 고춧가루 계란 떡을 넣어 순식간에 끓여낸 ‘빨계떡’, 마늘 향이 시원한 ‘불김밥’, 라면 국물에 넣어 먹으라고 일부러 차갑게 식힌‘찬밥’이 메뉴의 전부다.     

그러나 비법은 라면과 면발에 있다. 단순하지만 쉽게 볼 게 아니다. 라면은 물의 양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여기저기 찌그러진 계량컵도 큰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고열에서 순간적으로 끓여야 맛이 밖으로 새지 않기 때문이다. 고춧가루는 시골에서 직접 구입한다. 오랜 세월
시행착오를 거치며 얻어낸 비법임을 기억해야 한다.

안성기는 국민배우·조용필은 국민가수, 그리고 라면은 국민음식?

제주시 연동 로얄쇼핑 인근 라면전문집. 덩치가 만만찮은 20대 남자 서너명이 고개를 숙인 채 연신 땀을 훔쳐낸다. 급기야는 훌쩍훌쩍. 콧물 눈물 다 빼더니 '팽~'하고 코를 풀어댄다. 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라면이다. 짬뽕라면의 매운맛에 혼쭐이 난 것이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일주일에 두개꼴로 라면을 먹는다는 통계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자주 먹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게 ‘맛있게 라면 끓이는 법’을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배고플때 대충 요기로 먹더라도 푹 불은 것보다는 쫄깃쫄깃한 게 백배 낫다.

그렇다면 비결은? 인터넷사이트에 올라있는 라면 매니아들의 라면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대강 이렇다.

우선, 라면국물 공식. 라면 갯수가 늘어날수록 라면 1개당 수프의 양을 줄이자. 한 봉지는 수프를 90% 넣고 끓이지만 한 봉지를 더 넣으면 추가 수프의 양은 80%. 이런식으로 한 개 추가 때마다 10%씩 수프량을 줄여야 짜지 않은 라면을 즐길 수 있다.

면과 라면 짬뽕으로 끓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면은 안성탕면, 스프는 신라면 식으로 자기만의 라면을 조합해보자. 스프는 각각 특성이 있어 면이 다르더라도 신라면 스프를 넣으면 영락없이 신라면이 된다. 마찬가지로 가는 면발에 너구리 국물을 먹고 싶다면 스낵면의 면과 너구리 스프를 넣자.

라면은 끓었는데 바로 먹지 못할 때가 있다. 오래 두면 면발이 불게된다. 이것을 방지하려면 끓인 다음 바로 얼음 몇 덩어리를 넣는다. 오래 지나도 면발이 쫄깃쫄깃.

또 하나. 분식집에서 먹는 라면은 집에서 먹는 라면과 좀 다르다. 비결은 뭘까? 그것은 적당히 설익을 때까지 끓이다가 뚜껑을 덮고 불을 끈 채 1분쯤 뜸을 들이는 것. 직접 시도해보라.

변신은 무죄!

최근들어 새로 생겨난 라면요리 전문점들도 저마다 개성적인 라면요리를 개발, 고객끌기에 분주하다. 이미 라면은 우동이나 자장면 등을 제치고 가장 다채로운 면 요리로 자리 잡았다.

종류도 가지가지. 없는 게 없다. 떡라면은 기본이다. 얼큰한 국물에 오징어, 새우, 소랏살을 얹은 '짬뽕라면'이 있고 시원한 굴 소스로 맛을 낸 '해물라면', 된장으로 구수하게 국물을 낸 '된장라면' 게다가 어묵라면, 유부라면, 참치라면…. 어? 치즈라면도 있네!

이제 라면에 대한 편견들은 바로 뜨거운 국물에 녹아버린다. 푸짐함에 놀라고, 국물 맛에 놀라고, 맛과 양에 반비례한 저렴한 가격에 놀라게 된다.

라면요리가 각광을 받는 것은 저렴한 가격과 요리의 간편성이라는 라면의 특징이 바쁜 요즘 사회에 잘 부응하는데다 요리에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찾으려는 신세대들의 튀는 감각이 어울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주시청 인근 분식집에서 만난 이모씨(22·제주대 3)는 라면 예찬론자. "라면요? 꼬불꼬불한 면발에 쫄깃쫄깃한 맛이 거의 예술"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라면을 직접 요리하면서 터득한 경험담과 아이디어를 보태져 라면 조리법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며 "라면요리는 누구나 부담 없이 손쉽게 만들어 볼 수 있어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PC통신에는 라면의 별미를 즐기기 위한 음식동호회들이 하나 둘이 아니고 인터넷에는 라면강정 새우깡라면 라면샐러드 초콜릿라면 등 이색적인 라면 요리법을 소개하는 홈페이지가 널려 있다.

라면의 원조는?

모든 국민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는 라면의 원조는 과연 어느 나라일까. 정답은 일본. 원래 유래는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란 설도 있지만 근대적 의미의 인스턴트 라면은 안도 모모후쿠라는 일본인이 처음 개발에 성공했다.

생면을 집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에 착안한 안도는 기름에 튀긴 면발에 스프를 갖춘 현재의 라면개발에 성공해 56년 특허를 출원, 이를 닛신(日淸)식품이란 회사가 ‘치킨라면’이란 이름으로 출시한 게 그 시초라고 한다.

우리나라 라면의 역사는 일본보다 5년 정도 늦은 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양식품이 일본의 묘조(明星)식품과 제휴해 국내 최초의 라면 ‘삼양라면’을 출시한 게 원조다.

모처럼 점심 때 라면 집을 찾아간다. 눈물을 쏙 빼고 싶을 때는 특별히 매운 맛을 주문하면 된다. 남은 국물에 찬 공기밥(1000원)까지 말아먹고 나면 한끼 푸짐한 행복이 면발과 함께 위장 가득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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