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진리추구 임무에 매진하는 학자와 학생들의 공동체다’. 칼 야스퍼스는 그의 책 ‘대학의 이념’(1946)에서 그렇게 정의 했다.

사실 대학은 그동안 적어도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 연구와 교육, 그리고 사회봉사를 하는 신성한 지성의 전당으로 인식돼 왔다.

정말 그럴까?.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박제된 이론서가 아니고 살아있는 현실에서 ‘대학은 이익 추구 집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진리탐구의 탈을 쓰고 각종 비리와 부정을 저지르고 탈법과 편법을 동원해 이익 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결과 대로라면 제주한라대학은 이러한 ‘비리 복마전(伏魔殿)의 전형(典型)’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감사원은 최근 학교 법인 한라학원과 제주한라대학교의 교비 횡령, 입시 부정 등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제주한라대학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국회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 이 자체만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다.

국회는 지난 7월 입시부정, 이사장 손녀의 부정 입학, 교비횡령, 사외이사 임명관련 비리 등 20건이 넘는 비리 의혹에 대해 공정하고 엄중하게 감사원 감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한라대에 대한 감사원의 특정 감사 안건은 국회 본회의에서 217명 여야의원이 참석하고 206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지난 9월14일부터 10월 8일까지 감사를 실시했고 지난 23일 결과를 발표 했다.

이에 따르면 대학 교비로 농지를 취득하며 법인 이사장명의로 등기 했다고 했다. 부동산실명법 위반에다 농지법도 어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 등기명의자를 허위 등기하고 농지 취득자격 증명도 허위 발급 받았다.

대학 부설 유치원 설립과 관련해서는 법인 재정으로 부담해야 할 설립 비용 31억원을 대학 교비로 부담시켰다.

미등록생 50명을 정원에 포함시켜 국고 보조금 1억4천만을 과다 지급 받기도 했다.

교수로 재직 중인 이사장 자녀 2명이 민간 기업체 이사를 맡아 영리행위를 하고 있었는데도 이를 묵인 해 왔다.

이사장 손녀가 지난 2007년 추가 등록기간에 선순위 후보자보다 먼저 합격시켰다는 입시 부정 의혹도 조사했다.

그러나 관련 자료 보존 기간 5년이 지나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심증은 가나 물증을 확보 못한 것이다.

이 같은 총체적이고 전 방위적인 비리 부정부패 의혹의 상당수가 감사원 감사결과 사실로 확인 된 것이다.

이처럼 한라대학의 부정행위로 대학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는 와중에 학내 기구 운영과 관련한 또 다른 의혹이 제주도감사위원회에서 추가 적발됐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최근 대학 평의회 구성과정에서 민주적이고 합리적 절차를 무시한 편법으로 11명을 위촉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경고 조치와 함께 개선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아도 족벌체제 재단 운영의 횡포, 총장의 독선적 학교 운영과 갑질 논란, 대학 구성원간의 갈등과 분열 조장 등 대학 운영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제주한라대 교수협의회가 교수 업적평가와 관련해서 총장 규탄 성명서를 발표한 것도 비리 복마전이라는 한라대 실상의 일부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수들은 총장이 교수 업적 평가에서 평소 자신에게 비협조적인 교수들에게는 고의적으로 영점에 가까운 총장 점수를 줬다고 했다.

편파적이고 부당한 교수업적 평가 제도에 대한 규탄이었다.

교수들의 연구 및 교육 활동을 진작시키기 위한 업적 평가를 교수 통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총장이 아무런 객관적 기준이나 근거도 없이 제 입맛에 따라 임의적으로 교수들을 평가하면서 비판적 교수를 탄압하고 충성교수 줄 세우기에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그냥 넘어가거나 쉬쉬할 일이 아니다. 대학을 위해서나 지역사회를 위해서라도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대학의 주체는 교수와 학생이다. 유능한 교수와 질 좋은 학생들을 유치하고 이들에게 폭넓은 자율성을 제공해주는 것은 재단 등 대학 운영 주체의 몫이다.

공정한 경쟁과 합리적 절차에 따라 대학이 운영되어야 교육의 효율성과 수월성이 제고 되는 것이다.

그래야 수준 높은 교육이 가능해지고 기대되는 것이다.

대학의 주체인 교수나 학생들이 재단의 눈치나 보고 총장 앞에서 ‘앞으로 나란히’ 줄을 선다면 대학의 발전이나 자율성은 백년하청일 뿐이다.

따라서 재단이나 대학 경영자인 총장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잠재력을 계발하고 창의적 지식을 습득하며 사물을 올바르게 판단하는 능력과 사회적 책임감, 그리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교수는 이를 안내하고 도와주는 도우미이자 견인역이다.

재단이나 총장이 이들 교수들에게 최대한 자율권을 보장해주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학의 책임과 역할은 여기서 비롯된다.

재단이나 총장이 교수들을 줄 세우기 하가나 ‘사병화의 덫‘에 옭아매려는 대학은 사실상 제대로 된 대학이라 말할 수가 없다.

따라서 교수들에게 ‘갑중의 갑’으로서 ‘갑질 횡포’를 일삼는 한라대학 총장은 이미 지성의 수장(首長)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자질은 물론, 자격도 없다 하겠다.

대학 경영자가 대학을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만들거나 구성원간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 놓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부도덕한 일이고 비윤리적이다. 그런 대학에는 희망이 없다.

스스로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최소한 양심을 지키는 일일 터이다.

대학이나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그 같은 행태에 대한 지도감독 기관의 진상조사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관련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