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보미오름'은 표선면 성읍2리에 위치한 말굽형 형태를 하고 있는

표고 342m로 정상까지는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좌우에 봉우리가 있어 서로 의지한다는 의미에서 좌보메,

오름 모양이 범이 앉아 있는 형상이라 좌범이(左虎)라 불렀던 것이 '좌보미'로 변형되었다.

 

가운데 좌보미알오름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둘러싸인 좌보미의 등성이는

오름의 멋을 한껏 만끽할 수 있다.

5개의 큰 봉우리와 4개의 굼부리, 작은 봉우리까지 13개의 봉우리들이

드넓은 벌판 한 가운데 아름다운 능선을 꿈꾸며 정겹게 둘러 앉아 있다.

좌보미알오름을 중심으로 좌보미오름 굼부리 안으로는 태역밭과

군데군데 이름 모를 묘들이 자리하고 있다.

남서, 북서쪽 기슭 아래 산재한 봉긋하게 솟아오른 봉우리들은

지체 높은 양반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오름의 왕국을 만들어 낸다.

 

주인공 좌보미오름과 조연을 맡고 있는 좌보미알오름  

군데군데 솟아 오른 기슭의 새끼오름들은 아마 엑스트라일까?

우뚝 솟아 있는 봉우리는 오름왕국의 전설처럼 다가온다.

좌보미의 주봉으로 아침 햇살이~

가을 날, 한껏 아름다웠을 억새의 은빛 물결은 이미 빛바랜 모습이었지만,

겨울바람과 맞서며 움직이는 억새의 작은 움직임은 아직까지도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손을 흔든다.

성산포의 하늘 아래

바다의 궁전 '성산'도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암설류군의 언덕들이 연이어 보인다.

오름의 굼부리는 원형 분화구의 흔적을 갖고 있는 모습 사이로 자그마한 둔덕들이

기러기가 떼지어 날아가는 모습처럼 줄지어 서 있다.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니 '좌보미' 입구가 보인다.

철조망으로 빙 둘러진 웉타리를 지나 일명 '개구멍'을 통해 들어간다.

납작 엎드리지 않으면 간혹 옷이 찢어지는 불상사가~

늘 낮은 자세로 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등반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빨간 리본도 파란 하늘과 잘 어우러져 눈에 확 들어온다.

숨도 고를 겸 잠시 뒤돌아보니 큰돌이미, 백약이, 월랑지 등

동부 오름 능선들이 광활한 벌판에 한 편의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테지만

오늘은 나를 위해 그 자리에 있는 듯 잠시 착각에 빠져들어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좌보미의 첫 관문인 경방초소가 눈 앞에 들어온다.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으와!' 감탄사만이~

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탁트인 사방이 속에 묻어 두었던 답답함을 바람따라 멀리 날려 버린다.

 

한라산이 보이고, 바다에 떠 있는 궁전 '성산'도 한껏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내 눈은 쉴 틈 없이 이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 보지만

대자연 앞에서 나의 모자람은 어찌 할 수 없다.

봉우리를 내려오니 또 다른 오름 능선이 눈 앞에 버티고 있다.

가파르게 보이는 모습이 조금 힘든 구간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겠지.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주봉을 향해 go go~

누군가에 의해 돌을 올려 놓다 보니 돌탑이 완성되었다.

'올 한해 무탈함과 소원성취하는 작은 바람'을 담아

잠시 소원을 빌고 간다.

중턱에 서서  뒤돌아 보니 내가 오르고 내려왔던 오름이 눈에 들어온다.

경방초소도 선명히 보인다.

광활한 수산평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제주의 바람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쉼 없이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의 힘찬 소리는 '제주의 소리'이다.

겨울인데도 등 뒤에는 이미 땀이 송송 맺힌다.

잠시 바람을 막아주는 아늑한 공간은 우리를 기쁘게 해주고,

향 좋은 커피와 간식거리는 오르미들에게 그저 행복한 웃음을 선사한다.

따뜻한 차 한잔은 꽁꽁 언 손 끝을 녹여준다.

오름 등성이에는 잘 익은 겨울딸기가 좌보미의 위용에 한 몫을 보탠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많은 열매는 보이지 않았지만,

빨갛게 익은 겨울딸기를 따먹는 오르미들의 행복한 웃음은 나의 행복이기도 하다.

정상에 왔나 싶으면 다시 이어지는 오름 등성이와 굼부리로 이어지고

다시 불쑥 솟아난 봉우리들을 오르고 내리다보니

나의 인생사를 보는 듯 하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끝없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오름에 담겨져 있다.

좌보미의 매력이 여기에 있는 듯 하다.

나의 인생목표도 정해보고, 삶의 정상까지는 어느 지점까지 왔나? 되새겨 보기도 하는...

주봉을 내려오니 눈 앞에 다랑쉬오름, 문석이, 거미오름, 손지오름이

'수고했다'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준다.

측백나무, 비자나무, 벚나무등이 조림되어 있고,

낙엽되어 앙상한 청미래덩굴만이 들판 중간중간 자리하고 있어

겨울의 앙상함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출발점으로 도착해보니

'금백조로'의 아름다운 곡선이 백약이오름과 더불어 조용히 다가온다.

오름들 사이로 나있는 도로 '오름사이로'로 불리는 금백조로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드라이브코스(송당~수산구간) 중 하나이다.

길 양쪽으로 출렁이는 은빛 억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가을에 떠나 보세요~

 

금백조로는 송당의 '본향당'에 좌정해 있는 당신(堂神) 중 하나인

금백조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랫만에 찾은 좌보미오름은 온 몸으로 느낍니다.

"넓게 펼쳐진 광활한 들판을 걸으며 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오름 등성이를 따라 걷는 행복감"

이 좋다는 길동무의 짧은 미소가 아름다운 하루로 길게 남는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