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술원 원예작물연구담당
고상환

“날개 없는 추락”, “팔면 팔수록 손해” 등 감귤 관련 헤드라인이 일간지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최근 감귤 경락가격이 생산과 출하비용을 합한 금액이하로 떨어지면서 비유된 문구다. 과거 “대학나무”, “지역경제를 뒷받침하는 기간작물”로 일컬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한 표현이다.

되돌아보면 이러한 현상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다. 90년대 후반, 늘어난 감귤 재배면적과 생산량 때문에 도매시장 경락가격이 급락했고, 그 결과는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져 재배농가들 뿐만 아니라 행정과 생산단체 등 관련 주체들을 숨 쉬기 조차 힘든 긴장감 속으로 몰아넣었었다. 다행히 당시의 위기는 폐원과 간벌 등 생산량 감축과 비상품과 출하 억제 정책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15년산 감귤의 수익성 저하현상은 과거 공급과잉이 원인이 되었던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생산에 따른 비용 상승과 함께 시장에서의 소비 둔화가 수익성 하락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생산측면에서는 노동력 감소와 이상기상 현상에 따른 낮아진 상품화율 등이 생산비 상승의 직접적 요인이 되고 있고, 수요측면에서도 확대된 시장개방과 심화된 산지 간 경쟁으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품목이 매우 다양해졌다.

다양한 먹거리가 넘쳐나 소비주권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해진 지금, 감귤의 고품질화도 이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 그래야 팔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럴수록 생산자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의 크기는 더 커질 것이다. 제주감귤에 대한 체질 개선을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이유다. 생산만하면 팔 수 있을 것이라는 생산자 중심의 사고방식 탈피를 시작으로, 고품질 생산과 생산비 절감을 위한 투자와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에 농업인, 생산자단체, 행정, 연구․지도기관 등 어느 관련 주체도 예외일 수는 없다.

현재 겪고 있는 시련은 보다 높은 도약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조금 더디더라도 제주감귤의 체질개선을 위한 대책안 마련과 실천을 통해 어떠한 여건에도 흔들리지 않는 제주감귤이 재탄생되기를 기대한다.

* 외부기고는 본 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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