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어라 그날이 다가 온다’. 2004년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투모로우’의 포스터 카피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투모로우’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빙하시대 도래를 경고하는 환경 재난 영화다.

영화 속의 잭 홀 박사는 기상학자다. 남극에서 빙하 코어를 탐사하던 중 지구에 이상변화가 일어날 것을 감지했다.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어 결국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거대한 재양이 올 것”이라는 그의 경고는 비웃음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그의 경고는 얼마 없어 현실로 나타났다. 북반구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뉴욕과 워싱턴 등지의 수많은 사람들이 고립돼 추위로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는 이미 수 십 년 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코스모스’의 작가 칼 세이건도 생전에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의 전 부통령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 고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도 그렇다.

지구 온난화가 지구 종말의 대재앙을 가져 올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았다.

23일부터 제주에 몰아친 혹독한 한파도 이와 무관하지가 않다.

93년만의 최저 기온, 32년만의 대 폭설 등 기록을 경신하는 대형 눈 폭풍은 바로 지구 온난화가 불러들인 재앙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한파는 북극을 벨트처럼 둘러싸며 한파를 막는 역할을 했던 제트기류의 약화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북극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생긴 에너지가 대기의 변동성을 키워 북극 한파를 한반도까지 덮치게 했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가 제주에 최강 한파를 불러 들였다는 것은 재난 영화 ‘투모로우’의 설정이 얼마나 놀라운 예지력과 예측능력을 발휘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제주를 꽁꽁 얼어붙게 한 눈 폭풍과 한파가 지구 온난화가 빚어내는 지구 종말의 대재앙 신호가 아닌지, 으스스한 공포가 살 떨리는 소름으로 다가선다.

지구온난화는 한반도에서도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반도의 평균기온이 지난 100년간 1.5도 상승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는 같은 기간 0.74도 오른 지구 평균 기온보다 두 배나 높은 것이다.

‘냄비 속 개구리’처럼 온난화의 재앙을 피부로 느끼지 못할 뿐이다.

미지근한 물이 주는 포근함이 '죽음에 이르는 병'임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온난화는 언제 덮칠지 모르는 기후 재앙이다. ‘설마 설마’ 하는 사이 어느 날 갑자기 어둠처럼, 도둑처럼 덮칠지 모른다.

마크 트웨인은 ‘인간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은 무지가 아닌 잘못된 확신’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구는 너무 커서 무슨 짓을 해도 자정 작용으로 해결 될 것이라는 잘못된 확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희망 사항이기는 하지만 이번 제주를 얼어붙게 한 북극 한파가 잘못된 확신을 갖는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치는 계기로 작용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온난화에 대한 무관심을 일깨워 제주형 기후 관련 시나리오를 개발 할 수만 있다면, 과학적인 기후 변화 위험 관리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부를 수 있다면, 한파의 고통 경험은 소중한 약이 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제주는 꽁꽁 얼어붙었다. 매서운 눈 폭풍에 하늘 길도 막혔다.

그래서 제주를 찾았던 9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발이 묶여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사실상 제주가 고립상태다.

중산간 마을길도 끊겼다. 산록도로 통행도 제한되고 있다.

감귤 등 각종 농산물에 엄청난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도민들이 힘을 합쳐 이들 어려운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 서야 할 것이다.

힘들고 아픈 상황을 개인 욕심 채우기나 나만 살겠다는 이기심으로 더럽혀서는 곤란하다.

행정당국은 물론 각급 기관 시민봉사단체 등이 함께 힘을 모은다면 혹독한 한파의 아픔과 고통도 조금은 따뜻하게 녹여 낼 수 있을 터이다.

그것이 자랑해 마지않은 ‘제주의 인정’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번 혹독한 한파가 막대한 어려움과 불편과 피해를 줬다고 해도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더불어 사는 제주 공동체 복원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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