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친구 생태텃밭 오연숙

6년 전 와흘 상동 과수원 집 살던 때.
그때도 오늘처럼 별빛이 쏟아졌었지…….
하루에 버스가 3번만 다니는 곳이 제주에도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아무것도 없이 새로 시작한 그 동네가 작고 예뻤다.
하늘 가득 빛나는 별빛들……. 떨어지는 별똥별에 재빨리 "건강과 평화~!" 주문을 걸며 일편(개)이랑 동네 한 바퀴 돌고는 마을 연못 에서 딸아이가 막차타고 오는 마중 나가는 했다.
자발적 가난과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택한걸 후회하진 않지만 참 많은 부분이 불편했던 시간들…….
950원이 아까워서…….
아직은 밝으니 해지기 전에 집에 갈수 있을 거야... 나이 많은 자동차는 고장이 잦았고 그렇게 땀나게 걸어 가다보면 아직 반밖에 못 왔는데 해는 꼴딱 넘어가고 등에 맨 가방은 삶의 무게처럼 어깨를 짓누르고 흰 발 두개만 바삐 바삐 어둠을 헤집으며 집으로 가던 길 ...
인가도 드물고 달빛하나 없는 그때 별빛은 너무나 아름답게 빛났었다.

새벽 시간에 조금이라도 텃밭 일을 해야지 하다보면 시간을 잊고 일에 빠지기 일쑤여서 이제나 저제나 동동 기다리던 딸이 7시 되면 이 텃밭 저 텃밭 엄마 찾아 헤매며
"엄마 ~~~~ 엄마 나 지각해~~~"
그렇게 1년을 매일 등교를 시켜주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담임선생님 면담을 신청했더니 교장선생님께서 친히 자리에 마주하시고는
" 전학 간다는 말씀만 안하시면 영교시 안 해도 좋습니다. 지각 처리 안하겠습니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한 시간 반을 가야하는데 눈이 오면 버스도 차도 못 다녀서 사흘 비상식량을 끼고 살아야 되는 곳이라는 말에
"결석 처리 안 하겠습니다 안전하게 학교만 보내주세요~"
어느 분이 그렇게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실까? 작은 학교라 한명의 아이라도 더 절실해서 편의를 봐준 차원이 아닌, 누구였든지 그 학생의 입장을 십분 이해해 주셨을 참 교육자 교장선생님~! 그 진심이 담긴 상담 이후 전학 생각을 아예 접어 버렸다. 지금도 감사하고 존경한다. 또 불편한 먼 길을 불평 없이 다녀준 딸도 기특하다.

위대한 스승님들……!
초5 담임선생님도 딸아이가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끼친 선생님이셨고 담임선생님들 말고도 참으로 많은 샘들이 계셨었다.
고2 때 몰입교육 연구소 소장님은 무상으로 직접 지도해 주였었다.
훌륭한 스승님들 덕에 어둔 밤길 방향을 잃지 않고 집으로 향할 때처럼 딸아이이도 열심히 잘 자라 벌써 고3을 맞이했구나 싶어 새삼 한 분 한 분 떠올리며 이 밤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공부가 전부가 아닌 세상에서 애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지만 모든 고3생과 부모들이 겪는 공통된 고민과 통과의례를 우리도 똑같이 겪었다.
여름 방학 때부터 수시를 아예 안내고 정시를 택한 딸을 말없이 응원하고 기도하면서 어떤 선택이건 딸의 선택을 존중한다 말했다.
"그래, 니 인생은 니꺼야~!"
모의고사가 너무 쉬웠을까? 물수능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너무나 안 나온 점수에 한동안 말을 걸기 무거운 시간이 지나고…….
점수는 안한다고 택한 IT 계열 대학.
생태텃밭에서 난 것만으로는 육지 대학 등록금도 버거운데 생활은 어찌할까 싶지만…….
00장학금을 저축해 둔거에 외할머니가 주신 대학 축하금을 합해서 할거는 많고 뭘 할까 심사숙고 끝에 딸은 소원이던 노트북을 샀다.
종류는 어떤걸?
늘 딸아이를 응원해 주시는 진로담당선생님께서 알아보고 추천해 주신 S사거를 샀는데 가격에 비해 성능이 왕짱~!
너무나 신통방통 검색만 하면 좋은 정보가 떴다.
제주개발공사에서 운영하는 기관이 있다는 소식을 알면 날짜에 늦지 않게 서류를 내고 농협중앙회에서 주는 장학금이 있다하면 곧바로 신청했다.
"노트북 산거 너무나 잘 한거 닮아~!!!"
어서시민 큰일 날 뻔 했다며 쌩끗 웃는 딸.
또 어떤 놀라운 정보가 더 있을지 모르지만 땅의 언어에 익숙하고 아직도 컴퓨터가 무서운 나는 기계 문명의 첨단인 노트북의 모든 게 신기하고 놀랍다.
신청한 게 다 된다면 더욱 감사 하겠지만 만약 우리애가 안 되도 작은 꿈을 꾸는 어느 집 아이는 혜택을 볼 것이니 그것도 감사할 일이다.

눈이 와도 기쁠 거 같다는 기도를 지나치게 들어주셨나 보다 병충해 걱정을 덜 정도만 내려 달라 했는데…….
엄청난 눈 폭탄~!
35년만의 폭설이 온 제주 섬을 뒤덮어 텃밭은 난리가 났다. 하우스 안 깻잎은 시꺼멓게 얼어 죽고 노지에 무, 적겨자 잎들은 동해 입고 축 쳐져 버렸다.

검은콩(서리태)으론 막장을 만들고 콩나물 콩은 콩나물 주름을 놨는데 영하의 날씨에 안쓰럽고 호박이며 고구마도 신문지로 싸 놨지만 15도 이하는 견디기 어려운 작물들이라 걱정되지만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아는 농사꾼들은 다 안다.
이제 곧 입춘임을 ~!
여전히 보리밭은 푸르다.
눈 온 뒤 잔설속 보리밭은 더 푸르러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상처투성이다.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힘!
우리 삶에도 추위를 이겨낼 따뜻한 힘들이 숨겨져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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