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는 산간에 폭설, 제주 전 지역이 거센바람이...

겨울 오름은 포기하고 바람을 막아주는 원시림 곶자왈 속으로 들어간다.

일찍 꽃망울을 터트린 저지, 신평 곶자왈의 순백의 사각별 '백서향'의

꿀내음은 아직까지도 코를 자극한다.

선흘곶 동백동산에는 백서향이 꽃망울을 터트렸을까?

선흘곶 백서향이 궁금해진다.

동백나무가 많다고 하여 붙여진 선흘곶의 한부분인 동백동산은

크고 작은 용암 덩어리와 나무, 덩굴식물들이 뒤엉켜 울창한 숲을 이루는 곶자왈이다.

지하수 함량률이 높고 암반 위의 습지가 형성된 산림습지로

2011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다.

 

선흘곶 동백동산 숲길은

탐방안내센터를 시작과 끝으로 5km(1시간 30분~2시간 정도 소요)이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의미의 '먼물'과 끄트머리라는 의미의 '깍'에서

'먼물깍'이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생활용수나 가축 음용수로 이용하던 이 곳은

물을 잘 통과시키지 않는 넓은 용암지대의 오목한 부분에

빗물이 채워져 만들어진 습지이다.

수중발레리나 '순채'와 더블어 초록세상을 만들었던 여름날의 먼물깍에는

수생식물들은 깊은 잠에 빠져들고 '석위'만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이 곳을 찾는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곶자왈 깊숙한 곳으로 들어 갈수록 포자로 번식하는 양치식물들이 많이 보인다.

동백동산 곶자왈의 크고 작은 암석 사이, 함몰지 등 곶자왈만의 갖는 독특한 환경조건은

석위를 비롯해 콩짜개덩굴, 특히 가는쇠고사리가 군락을 이루며

아름다운 길 위를 더욱 아름답게 빛내준다.

하얀 눈 속에 얼굴을 내밀었을 모습을 상상하며

입 속에 넣었더니 사르르 녹아내리는 달콤함에 기분이 좋아진다.

아직까지 달려있는 겨울딸기가 얼마나 기특하고 사랑스러운지...

매서운 겨울바람은 손도 시리고 훌쩍거리는 콧물을 닦게 하지만

천천히 걸으며 맡는 숲이 주는 신선한 공기는

몸을 가볍게 해주는 매력에 빠져든다.

상록수가 울창한 원시림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바람은 잠잠해지고

예쁜 새소리는 대나무길을 지나 혹통으로 길을 안내해 준다.

혹통물은 혹처럼 튀어나와 있다는 뜻으로

오래전에 마을 주민들이 목욕탕으로 이용하거나

말과 소들이 음용수로 이용되었던 곳이다.

작년보다 일찍 꽃망울을 터트린

저지, 신평곶자왈은  백서향의 꿀내음이 코를 자극하지만

선흘곶 동백동산에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몇 안 되는 백서향이

녹색잎 사이로 꽃봉오리를 터트릴 준비를 한다.

 

겨울을 아름답게 빛내주는 지천에 깔린 혹통의 빨간 진주들은

매서운 겨울바람도, 퍼붓는 싸락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용히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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