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에서는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정글의 법칙’이다.

공직선거도 마찬가지다. 1등만 살아남는다. 2등은 없다. 2등은 그저 말없이 사라질 뿐이다.

‘정글의 법칙’이 문명한 인간사회에서도 예외 없이 진행되고 있음이다.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제도가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약육강식의 정글 속 서바이벌 게임이 되고 있다.

야만과 문명이 짝짓기 하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20대 총선 D-58. 제주지역 3개 국회의원 선거구는 이미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서바이벌 게임장이 되었다.

“사느냐, 죽느냐‘의 생존 게임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16일 오후 후보공천 접수를 마감하고 25일쯤 후보 경선에 나설 최종 대상자를 확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보자의 경력, 전과기록, 여론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탈락자를 추려내는 ‘컷 오프’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본선 진출의 상수인 셈이다.

선거구 별로 2명 내지 3명 선으로 압축해 본선 진출자를 확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불어 민주당이나 국민의 당 등 야권에서도 경선 룰이 확정되는 대로 본선 진출 후보 선정 작업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여든 야든, “여론조사를 활용하여 공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일각의 비판적 시각도 있다.

정책과 자질과 능력, 정치 철학 등에 대한 검증 절차 없이 전화 여론조사만으로 후보자를 결정하는 것은 되레 여론을 왜곡 시킬 수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인지도 높은 기득권 세력에 편향되는 불공정 공천이라는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여론(모 집단)을 대표하는 '표본'의 대표성 결여, 문항배치나 질문순서의 혼선, 낮은 응답률 등으로   전화 여론조사 신뢰도는 밑바닥으로 떨어진지가 오래다.

이런 상황의 여론조사 결과를 공천 룰에 적용한다면 후보 공천제도가 희화화 할 수 있다.

물론 여론조사는 빠른 시간 안에 흐름의 대강을 읽을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의 하나이기는 하다.

극소수 ‘표본’을 통해 전체 ‘모 집단’의 생각을 유추해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가 통계학에 의한 과학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서 출발한다.

모든 선거에 여론조사가 위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한 셈이다.

그래서 지금 한국은 ‘여론조사 공화국’이라 할 만큼 여론조사를 만능키인양 활용하고 있다. 정치권이 특히 그렇다.

각 정당과 공직 출마 후보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그 결과로 여론의 흐름을 주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전제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적절할 표본과 설문, 인터뷰 방식, 과학적인 정교한 분석 등이 뒤따라야 한다.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접하고 있는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는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부정확하고 부적절한 표본 추출, 너무 낮은 응답률, 조사기법의 오류 등 곳곳에 여론을 왜곡하고 악용할 함정이 도사려 있다.

지난 설 명절을 앞둬(12월 31일 ~ 1월 2일)실시 했던 도내 언론사 그룹의 설문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이 같은 오류의 개연성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A언론사 그룹과 B언론사 그룹의 20대 총선 도내 3개 선거구 출마 예비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다.

A그룹은 선거구별로 19세 이상 제주도내 유권자 500명씩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응답률은 13.2%였다.

이 같은 응답률은 여론조사 기관이 표집단위 500명을 만들기 위해 3787명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3787명 중 500명만이 응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B그룹은 선거구 별로 19세 이상 도내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응답률은 갑선거구가 7.26%, 을선거구 7.09%, 서귀포 선거구 6.61%였다.

같은 논리로 갑선거구는 표집단위 800명이 응답하도록 11019명에게, 을선거구는 11208명, 서귀포선거구는 12102명에게 전화를 건 결과다.

이렇게 낮은 응답률이 여론조사 결과로서 유의미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은 전문가 몫이라고 하자.

그러나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고개를 갸우뜽 할 수 밖에 없다.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표집단위, 응답률 또는 조사기법의 차이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두 언론사 그룹이 같은 기간에 실시했던 여론조사 결과에서 특정 예비후보의 경우 지지율은 10%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여론조사 신뢰성 상실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유권자들은 텔레마케팅 등 각종 전화 여론조사 피로감에 지쳐 있다.

선거 여론조사 전화를 받지 않거나 끊어버리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응답률이 낮게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정당은 20대 총선 후보 공천을 전화 여론조사에 의존하려는 것이다.

각 예비 후보들이 민생정책, 지역개발 정책 방향 비전 제시보다는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인지도 향상 마케팅 등 전화 여론조사에 올인 하도록 내몰고 있는 셈이다.

당리당략에 의한 싸움으로 선거구 획정도 하지 못하면서 여론조사에 정치적 운명을 걸고 서바이벌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는 꼴이다.

한심하고 부끄러운 한국정치의 희극적 민낯을 보여주는 상황이다.

언론사 역시 후보자들의 정책비교나 분석보다는 경마식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만 연연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론조사를 빙자하여 신성한 유권자의 뜻을 왜곡하고 숫자놀음의 허상에만 매달리도록 유혹하는 정치는 희망이 없다. 위험하기 짝이 없다.

“여론조사나 선거 속에서 표현되는 의견은 인간 판단의 최고 수준이 아니라 최하의 수준을 이루는 것”라고 일갈했던 에리히 프롬의 지적은 그래서 오늘에도 가슴 때리는 유효한 경구(警句)다.

여론조사 정치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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