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기행] 마을과 주민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와흘본향당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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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기행] 마을과 주민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와흘본향당굿'
  • 고은희
  • 승인 2016.02.26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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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에는

당 오백, 절 오백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곳곳에 신당이 모셔져 있다.

제주의 마을 곳곳에 있는 본향당에는 송당 본향신의 자손들이 뻗어나간

신당(神堂) '와흘 본향당'은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마을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와흘리 주민들의 생산, 물고, 호적, 장적을 관장하는 이 곳은

'와흘한거리 하로산당' 또는 노늘당'이라고도 한다.

 

이 곳은 신들을 대표하는 송당 본향당과 함께

제주의 민간신앙으로 현재까지 맥을 이어오고 있다.

'와흘 본향당'은 2005년에 제주도 민속자료로 지정됐다.

와흘 본향당 당신(堂神)은

'송당 소로소천국 열한 번째 아들 백조도령'을 모시는 당으로

사냥을 하는 산신(山神)이기 때문에 당굿은 산신놀이로 한다.

처신(妻神)은 '서울 서정승 따님애기'로 출산과 농경을 의미하는 신이다.

제단은 동쪽에 따로 마련되어 있다.

 

제일은 1월 14일(대제일), 7월 14일(백중제)이다.

제일에는 당에 마을 주민들은 물론 도민, 관광객 등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고

커다란 팽나무와 주변의 반원형 제단에는

각 가정마다 정성껏 준비해 온 음식이 제물로 진설해 놓아 축제의 분위기를 무르익게 만든다.

본향당 돌담 너머 들려오는 북과 장구 소리에서

심방(무당의 제주 방언)이 주도하는

굿판이 신명나게 벌어지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와흘 본향당내 수령 400여년을 자랑하는 마을 수호 신목인 팽나무는 

무속행위(2009년 1월 28일) 등으로 발생한 화재때문에 

팽나무가 훼손되어 심각한 고사위기에 처해있다는 내용과 당분간 본향당내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붙여있다.

하지만 이날은 문을 활짝 열고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마을 부녀회에서 마련한 국수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바탕 굿판이 벌어지고 난 후

마을신께 세배를 드리는 심방(무당)이 떡을 돌린다.

미리 준비하거나 호주머니 깊숙이 감춰 두었던 돈으로

망설임없이 인정을 건다.

심방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있는 마을 할머니의 애잔한 모습은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잠시 쉬어 가더니 큰심방(무당)이 등장한다.

반원형의 제단에는

마을에서 정성껏 준비한 제물과

각 가정에서 정성껏 준비한 제물들로 푸짐하게 올린 모습은 장관을 연출한다.

각자의 제단에는 한지 위에 가족들의 이름과 나이를 적은 쌀봉지가 보인다.

'백조십일도령본향신위'와는 달리 조촐한 제물이 올려진 '서정승 따님 신위'는

초라해 보이지만 정작 제주 어머니들은

힘들었던 고단한 삶과 넋두리, 답답한 심정과 하소연을 이 곳에서

촛불을 켜 놓고 풀곤 했던 장소다.

아득한 옛날부터

소지를 가슴에 품고 간절한 소망을 담아

가슴에 한을 풀어 놓으며 가지마다 무명천과 오색천을 묶고

자신의 안녕보다는 가족들의 복과 건강을 빌며 신에게 정성을 다했을

할머니와 어머니의 애잔한 모습이 느껴진다.

 

주문을 외듯 부드럽게 들려오는 심방(무당)의 목소리는

이 곳 와흘 마을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주문으로

북소리, 장구소리에 맞춰 심방(무당)의 굿판이 다시 펼쳐진다.

굿은 절정에 이르고 마을 주민들은 물론 구경꾼들을 불러 모은다.

북과 장구에 맞춰 남녀노소 춤판이 벌어지고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된다.

심방(무당)이 신에게 기원하고 난 뒤에 소지에 불을 붙여 잘 타도록 한다.

불꽃이 위로 솟고 잘 타야 좋은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어머니들이 정성을 다해 만든 제물을 짊어져 왔을 구덕과 바구니가 길게 이어져 있다.

신을 청해 기원하는 의식이 끝나고

신과 한바탕 신나는 굿판이 이어진다.

와흘본향당 주신이 사냥을 하는 산신이기 때문에

당굿은 산신놀이로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심방(무당)은

와흘 이장님에게 올 한해 마을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며 당부의 말도 전한다.

신명난 굿판이 끝나고 마을 주민들과 구경꾼들에게 떡을 돌리기 시작한다.

'이 떡을 먹어야 올 한 해 액을 물리치고 좋은일이 생긴다.'

는 덕담은 주저없이 큰웃음으로 인정을 건다.

심방(무당) 곁으로 마을 어르신들이 모이더니 한 해의 운수를 보는 쌀점을 봐주기 시작한다.

제단에 올렸던 가족들 이름이 적힌 쌀주머니와

1만원을 함께 심방에게 내 놓으면 심방은 중얼중얼 뭔가 주문을 외우며  

쌀을 위로 던지며 손에 잡히는 쌀알의 수로 점을 봐준다.

 

아주 좋다는 점괘가 나오면 얼굴은 금새 밝아지지만

좋지 않은 점괘에는 얼굴이 굳어진다.

심방은 언제 언제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열심히 치성을 들이라고 한다.

쌀점을 마지막으로 와흘본향당굿은 막을 내리고

가지고 왔던 제물들은 머리에 이거나 등에 짊어져 올 한해 무사안녕을 바라며 집으로 향한다.

닭은 무속신앙에서

인간의 좋지 못한 운수나 운명을 대신하여 액운을 쫓기 보다는

제물(희생물)로 신을 달래는 의식으로 치뤄진다.

 

'신(神)들의 고향 제주'

본향당은 제주의 신들을 모시는 신당(神堂)이다.

와흘본향당은 마을공동체의 신당,  

땅과 하늘의 기운을 이어주는 신령스런 곳으로

무교식 마을제의 모습이 잘 남아 있어 마을주민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고향에서 심방(무당)이 하는 굿을 보고 자란 탓도 있지만

민간신앙으로 내려오는 마을제가 신명나는 굿판으로 '제주문화유산'의

축제로 잘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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