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친구 생태텃밭 오연숙

사람이 너무 많아 어깨가 부딪치는 일로 미안합니다 인사하다간 날 저물겠다 싶었다. 거리엔 한복 입은 사람들이 너무 많길래 웬일~? 했더니 한복입고가면 궁 관람이 공짜란다 아하~!

그런 관광 아이템을 짜낸 사람은 또 어떤 머릴까... 학생들에게 단체로 과제를 내는경우도 있다 해서 뭔가 기발한듯, 또는 왜곡된듯 무튼 외국인도 연인도 친구도 곳곳에 한복이 눈에 띄인 북촌 한옥 마을 .

늘 초록색만 마주하던 농촌 삶과는 다르리라 예상은 했지만 멋스러운 전통가옥 앞을 개조하여 새로이 단장한 각종 상권이 즐비한 거리부터 시작한 딸과의 여행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돈 안들이고 버스타고 다니는 여행도 좋다며 5년내 엄마의 맘을 다독이며 언젠간 해외여행을 꼭 가자던 딸이 큰맘 먹고 겨울동안 모은 알바비를 내놓았다

"엄마 우리 이걸루 여행가자!"

어차피 기숙사 가기전에 한번은 동행해서 외로움 덜 느끼게 서울거리를 익숙하게 해 주고 싶던 차였다

봄 씨앗 파종시기랑 맞물려 날 빼기가 어려웠지만 귤빼때기는 야간 작업으로 강행하고 상추류 등 몇가지만 우선 물에 담궜다가 젖은 신문지에 싸서 이불속에 하루밤 우리와 동침한 애들을 유기상토에 심어놓고 물을 듬뿍 준 다음 비닐로 덮어줬다. 우수날에 씨앗을 뿌렸으니 자연의 절기보다는 조금 이르지만 잘 자라주길 빌면서...~

명동 예술 극장에서 '날 보러와요'를 보고 커튼콜을 하는동안 껐던 핸폰을 켰더니 난리가 났다

둘다 전화가 안되니 섬 촌놈들 도시가서 문제가 생겼나 싶어 애가 타서 실종 신고 접수 하려던 참이란다. 에잉~? 우리 궁 투어 한 뒤 연극 본다 해신디 ~??? 제주 영화관 처럼 진동이라도 해 놓을줄 알았나 보다~!

연극전용 극장이라 진동소리도 방해가 되는줄 모르는 사람이 우리 말고 또 있구나~~~ !!!!

첫날은 갖고간 쌀로 냄비밥 짓고 김장김치에 방울 양배추 삶은거랑 텃밭 쌈채소들로 맛나게 마무리~.

한국 전통과 서울의 다양한 변화하는 문화를 이제 곧 전문적인 학문에 접합 하려는 딸과 함께 느끼고 싶었다

동대문 DDP 전시관에서 귀한 간송 전시회가 열린다길래 제주에서부터 궁금했다.

각각의 의미가 담긴 다양한 화훼영묘 작품들. 해설용 이어폰으로 감상해보고 너무나 맘에 들어 색칠용 그림도 하나 사고.( 고양이가 70세 , 나비가 80세를 의미하는데 오래오래 장수 하시라는 뜻이 담긴 그림)

메가박스에서 " 오페라 투란도트" 영화도 세시간 풀로 꼼짝 않고 보고 (보는것도 지친데 와 ~~~~ 오페라 가수들 체력이 장난 아니네~!), 꽁시면관 짬뽕도 맛나게 먹고, 무서운 느낌에 가볼 엄두 안났던 이태원 거리도 걸어 보고 한시간 줄서서 먹는 만두집도 발 동동 기다렸다 뜨끈한 홍합국물을 홍합 껍질로 떠서 캬~~~~ 만두맛 죽인다~ 싸고갈까~??? 입가심으로 커다란 네모 피자도 먹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수제맥주로 마무리. 좀 익숙해졌나~? 그래도 낯설다.... 어 어~! 달이다~!!!

우뚝 솟은 빌딩사이로 오히려 섬에서 보다 훨씬 히여멀껀한 달이 빙삭이 웃고 있다. 달아 여기서 보니 더욱 반갑다~

아침 일찍 출발한 길이 오후가 되서야 수원 시청역에 도착 했다. 지하철 1호선이 Y자로 나뉘는데서 갈아타야 되는데 종점까지 가버린 것이다. 여행은 이런거쥐 뭐~ 우린 철로의 끝을 본것도 신기했고 즐거웠다. 지하철 안에서 딸이랑 나란히 앉아 핸폰 으로 인터넷 활용법도 자세히 배워주고.....

"어 이런것도 이선~?"

딸덕에 별거 다 배우는 즐거움.

시간에 쫒길일이 아니니 날 저문들 어떠랴...^^ 구로에서 급행열차로 갈아탈 수 있슴을 알았으니 담번은 훨 수월 하리라 .

아주대 기숙사를 미리 가보자 해서 갔는데 들어갈때 입구에 축 졸업 프랑카드랑 꽃장수들이 즐비하더니 둘러보고 나오는 동안 축 입학으로 부지런히 갈고 있었다.

우린 서로 쳐다보며 공감의 웃음을 날리고 꽃 사줄까 했더니 사양한다.

"엄마 키운 수선화 화분이나 보내주면 기숙사 창가에 놓잰~"

아무래도 얇은 옷에 맘이 걸려 뉴코아 아울렛 백화점을 두어바퀴 돌고서야 맘에드는 반코트 하날 건진다.

현대백화점에 아이쇼핑 할때 눈독 들이던 반코트, 사줄까~? 하는 내 팔을 잡아 끌던 딸의 속내를 모를리 없지만 아주 만족해 하니 현대백화점에 도로 가서 사다 주고 싶었던 아쉬운 내 맘도 노롯해진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이불 도매점에서 아주 포근한 면 이불 셋트도 사구 자잘한 생활용품들도 샀다.

뜻밖에 즐거움은 늘 있게 마련. 신입생이라 당연히 2층침대 일꺼라 생각했고 B라 쓰인걸 확인 하니 와우~!

1층 침대다. 게스트 하우스에서도 2층 싫다며 아래층 내 침대에서 함께 잤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힘센 낙지도 먹이면서 힘내고 열심히 니 미래를 열어가라구 다독이고는섭섭해 할 여유도 없이 서둘러 내려왔다.

아침 저녁 물 주던 콩나물 걱정, 비닐 씌운 육묘 트레이 걱정, 지난 큰눈에 죽어버린 깻잎밭 새로 단두리 , 막바지 귤 빼때기 작업 , 브로콜죽어버린 깻잎밭 새로 단두리 , 막바지 귤 빼때기 작업 , 브로콜리 수확 등등.......

이제 봄이 오고 있다.

추운 겨울을 이겨냈다고 누구나 봄에 한꺼번에 꽃을 피우는 것은 아니다.

제 때가 되어야 향기를 머금은 꽃이 피는 법이고 저마다 다름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딸아 , 너무 서두르지 말고 너두 너의 계절을 만나 그윽한 향기를 품은 꽃이 되고 너만의 열매를 맺게 되길 응원한다

하늘의 기운을 읽는 농부만이 제때에 씨앗을 뿌린다.

그리고 부지런히 씨앗을 뿌린 농부만이 거둬들일 수 있는 법이다.

나에게 이제부터 또 새로이 싹을 틔우고 키워야 할 수많은 애기들이 있기에 나의 분신 , 내새끼 , 내강생이 울 딸을 두고 섭섭할 겨를도 없이 짧은 여행을 마치다.

물 모자라면 요렇게 수염 뿌리가 나는 콩나물 ~!

내 콩나물국 비법 (콩나물 하영 놓고 물 자작하게 ~^^)맛이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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