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마중 나온 굼부리는

겨울잠에서 일찍 깨어나 봄의 왈츠가 한창입니다.

차가운 땅 위에도, 돌 틈에도, 나무 밑에도 소리없이 봄은 찾아왔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굼부리로 가는 길은 살얼음이 얼어 조심조심 발을 내딛으며

제각각 봄의 굼부리를 상상하며 걷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합니다.

봄의 왈츠는 세복수초에서 시작이 됩니다.

낙엽 위로 황금접시를 연상하는 세복초의 환상적인 모습은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숲이 주는 아침의 상쾌한 공기는

몸도 마음도 한결 가볍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말 일본군이 미군의 상륙에 대비하여

주민들을 강제 동원하여 만들어 놓은 인공 진지동굴의 일부로 추정한다는 안내글이 있네요.

동굴안에서는 찬공기와 만나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보이고

한증탕에 와 있는 듯 후끈후끈합니다.

살얼음이 언 내리막길을 지나 굼부리로 들어갑니다.

굼부리는 녹색 잎을 만들기 전이라 삭막하지만

바람도 멈추게 해주고 따뜻하고 포근한 햇살은 굼부리의 문을 활짝 열어줍니다.

굼부리 바닥은 황금빛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봄을 노래합니다.

산악회에서

정성껏 준비한 제물을 진설하고 시산제를 하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옛날 탐라국의 삼신왕이

이 곳에 와서 사흘 동안 기도를 드렸다는 곳이라 더욱 실감이 납니다.

가장 눈에 띄는 돼지머리...

올해는 봄의 전령사들이 일찍 봄소식을 전합니다.

곶자왈의 코끝을 자극하는 백서향과 길마가지나무, 굼부리의 언땅을 뚫고 나온 세복수초와 변산바람꽃,

아직은 기지개를 펴지 못한 보송보송한 털이 앙증맞은 새끼노루귀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굼부리를 내려오는 삼나무길 끝에는 빛과 희망이 보입니다.

봄꽃 마중하는 굼부리로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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