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오빠, 영원한 현역, 일요일의 남자, 국민MC, 현존하는 최고령 방송인 등등.

이쯤이면 누구를 말하는지 짐작이 갈 터이다.

왕성한 활동으로 말하자면 ‘90세의 청년, 송해 선생’ 이야기다.

1927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아흔 살’이다.

KBS 장수프로그램 중 하나인 ‘전국 노래자랑’의 단독 MC다.

30년 가까운 세월 매주 일요일이면 국민과 함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프로를 진행해 오고 있다.

1955년 악극단 ‘창공’에서 가수로 데뷔한 이래 가수, 배우, 코미디언, DJ, MC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60년 넘게 정력적이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한 TV 방송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50대 이상 한국 여성들이 가장 결혼 하고 싶은 남자 1위’로 등극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물론 웃자고 하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50대 이상 여성들이 ‘가장 결혼하고 싶은 남자 1위’로 송해 선생을 찍었을까.

90살 넘게 돈 잘 벌어온다, 삼시 세끼를 밖에서 해결한다, 전국 돌아다니느라 집에 잘 안 들어온다, 집에 올 때는 전국 특산물을 한 아름씩 안고 들어온다. 건강하다.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진한 페이소스가 묻어 있다.

노인들을 보는 여성들의 감정이 ‘슬픈 코미디’처럼 어색하고 ‘희극적 비극’을 보는 듯 씁쓸하다.

90세 넘게 왕성하고 열정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것도 고소득이 보장되고 인기를 먹고 살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 않는가.

여성뿐 아니라 노년층 남성들에게도 ‘로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로망’이 순수한 욕망에서 비교되지 않았다는 데 비극적 요소가 스미어 있다.

 남성을 보는 여성들의 눈이 저급하고 가학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따르는 것이다.

일하는 노인들을 돈 버는 기계로 도구화 하고 밥이나 축내는 식충(食蟲)이의 범주로 몰아넣으려는 하등 동물적 인식이 슬프고 비참한 것이다.

‘구순 MC 송해 선생’의 젊은이 못지않은 현역 활동은 축복과 존경받아 마땅한 인간사의 귀감(龜鑑)이다.

인터넷 유머집의 익살스런 노리개 감 일수가 없다.

서산마루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노을이지 여성들 입방아로 찧고 까불거리는 입담의 소재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송해 선생만이 아니다. 아직도 국내외서 주 5일 이상 제자들을 가르치며 봉사활동에 여념이 없는 102살의 왕성한 노익장이 있다.

세계적 침뜸의 대가, 구당 김남수 선생이다. 1915년생, 102살의 왕성한 현역이다.

‘태백산맥’ 작가 조정래는 구당 선생을 받들어 ‘우리의 국보적 존재이며 살아있는 문화재인 신의(神醫)라고 칭송하고 있다.

102살 나이에도 해외에서 또는 국내에서 제자들을 키우며 무료 침뜸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데에 대한 경외감의 표시이자 헌사(獻辭)인 것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그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절망하고 포기하는 노인이 아니라 포기할 줄 모르는 끈질긴 노인의 도전 정신‘을 그리고 있다.

격렬하고 치열한 시련과 삶의 모습을 통해 묘사되는 불굴의 의지와 인간정신의 영원한 승리를 이야기 했다.

끈질긴 기다림과 사투 벌이며 묵묵히 시련을 이겨내는 늙은 어부 ‘산티아고’의 모습에서 송해선생과 구당선생의 활동을 떠올리는 까닭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두 분 선생의 활동에서 서산을 황홀하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황혼을 보는 것 같아서다.

노인은 사회적 잉여 인간이 아니라, 위대한 스토리텔러라는 교훈을 짜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말리 출신 역사종교학자 아마두 함파테는 ‘노인은 위대한 인류의 도서관’이라 했다.

‘노인 한 명이 사라지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것이었다. 노인의 지혜와 사회적 역할에 대해 시사하는 바 크다.

늙음은 낡음이 아니다. 생각의 고루함이 낡음인 것이다. 늙었다고 주눅이 들어서는 아니 된다는 경구나 다름없다.

100세 시대다. 원광대 김종인 장수과학연구소장은 1975년부터 2011년까지 100세 생존률 분석결과 65세 이상 노인 1.6%가 100세를 넘어 장수 할 것이라고 했다.

65세 이상 노인 1000명 중 16명 이상이 100세 이상 생존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100세 시대를 대비해 노인층이 좌절하지 말고 끈질긴 도전정신을 발휘 할 수 있다면 장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송해 선생과 구당 선생의 열정적이고 왕성한 활동을 동원하여 기리는 이유도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노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험하고 거친 '인생의 바다'에서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도전하는 노년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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