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18일 개막한 가운데, 일주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제주도는 이번 엑스포를 계기로 전기자동차(이하 전기차)의 보급과 저변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제주도는 전기차의 보급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제주도의 핵심프로젝트임을 강조하며 제주도의 모델이 전 세계 도시의 모델이 될 것이란 당찬 포부까지 밝혔다. 즉, 제주도는 전기차 보급의 핵심이 기후변화 대응에 있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전기차는 기후변화 대응방안으로써 인정받을 수 있을까? 먼저 전기차가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를 알아보자. 전기차는 말 그대로 전기를 동력원으로 삼는 자동차이다. 차 내부에 내장된 배터리에 전기를 충전하여 움직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전기차는 친환경적이라고 할 만하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대기오염물질도 그리고 기후변화에 부담을 주는 이산화탄소도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전기차에 충전하는 전기는 어디서 만들어지냐는 것이다.

전기는 당연히 발전소에서 생산한다

그렇다면 제주도의 전기 생산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제주도의 대부분의 발전설비는 화석연료 중 석유를 이용한 설비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전체의 54%에 이른다. 그리고 육지부 핵발전소에서 해저송전케이블을 통해 보내오는 전기가 36% 정도이다. 나머지 10% 정도가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에서 보급되는 전기다. 화석연료는 적든 많든 다양한 대기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고, 핵발전은 국민안전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가공할 만한 핵폐기물은 물론 방사성물질을 꾸준히 배출한다는 점에서 제주도의 전기는 친환경적이라 말하기엔 모자란 점이 많다.

이런 전기를 이용하는 전기차가 친환경적이라고 단언하여 말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도심 내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일 수는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근원적인 측면에서 전기차는 친환경적이라고 특히 기후변화 대응에 핵심적인 정책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런데도 제주도는 전기차를 폭발적으로 보급하는 것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좋은 정책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교통 환경을 위협하다

제주도에 있어 자동차와 관련해 가장 큰 이슈 중에 하나가 교통 환경의 지속적인 악화다. 늘어나는 자동차는 이미 제주도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교통체증은 이미 심각한 상황이고, 이로 인한 미세먼지 등 시내 대기오염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주차난과 전국 최고 수준의 교통사고 등 제주도는 말 그대로 교통지옥에 빠져있다. 그런데 현재의 전기차 정책은 보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차량 감차나 대중교통 개선에는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교통 분야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본방향은 차량감차와 대중교통의 개선에 맞춰져 있다. 대중교통 이용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자연히 개별차량의 이용을 줄이고, 이렇게 해서 교통과 관련해 발생하는 대기오염은 물론 기후변화까지 대응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늘어나는 화석연료 자동차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전기차 보급만을 내세우고 있다. 전기차 보급정책은 있는데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존 화석연료 자동차에 대한 감차정책은 없는 것이다. ‘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의 계획대로라면 기존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자동차를 모두 전기차로 바꾸어야 하지만 지금의 정책방향대로라면 계획달성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전기차 보급보다 우선되어야 할 가장 핵심정책인 대중교통 체계개선역시 진전이 없다. 제주도의 대중교통체계 개선의 핵심은 불편한 대중교통 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있다. 현재의 대중교통체계는 이용자의 편의와 효율성보다는 노선의 수익에 집중된 면이 있다. 이러다 보니 자가차량을 이용하면 금방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길게 돌아서 가는 등의 불편함이 존재한다. 이런 불편함이 대중교통 이용률 향상을 방해하고, 나아가 개별차량 이용의 확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선의 효율성 증대와 배차간격 조정을 비롯해, 교통약자와 소외지역을 배려한 정책도입, 시내버스와 시외버스간의 연결성 확보, LNG도입에 따른 CNG버스 등의 친환경버스 도입 등이 필요하고 나아가서는 공영제까지 논의되어야 하지만 ‘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계획에는 이런 내용이 빠져 있다. 전기차 보급만을 외치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을 넘어서는 개념인 탄소제로(Carbon Free)의 달성은 요원하다.

필요한 것은 전기차가 아닌 친환경 교통체계

그래서 필자가 전기차 정책을 완전히 원점으로 돌리자는 것이냐고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원점으로 돌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답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라는 것이다. 정책추진의 성공과 실패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예측과 해결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정책과 대안이 결합했을 때 계획의 성공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앞서 지적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전기차는 결코 기후변화에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기차 보급보다 제주도에 어떤 친환경 교통체계를 구축할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전 세계에 당당하게 소개한 탄소제로의 모델이 헛구호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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