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의 제주는 3가지 키워드만 보인다.

만개한 제주왕벚꽃, 대통령 없는 4.3희생자 추념식, 혈전을 벌이고 있는 4.13총선.....

그래도 이 세가지 중에서 우리 마음을 가장 즐겁게 해 주는 것은 도내 곳곳 마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의 출렁임이다.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제주왕벚꽃축제가 지난 1일부터 시작됐다.

축제기간 동안 제주대학교 입구와 전농로, 그리고 애월읍 장전리 왕벚꽃 거리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된다. 그리고 오는 8일에는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왕벚꽃 심포지엄'이 진행된다.

바야흐로 제주는 한동안 벚꽃의 화려함으로 물들 것이다.

벚꽃은 일본의 국화(國花)로 알려져 있지만,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제주시 봉개동, 전남 해남 구림리 대둔산의 왕벚나무가 각각 천연기념물 159호, 156호, 173호로 지정된 우리 고유의 특산종이다. 왕벚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활엽 교목으로 4월쯤 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데, 색은 희거나 연한 홍색을 띤다.

왕벚나무가 한반도에서 자생하기 시작한 시기는 옛 문헌이 없어 살펴보기 어렵지만, 프랑스인 에밀 조셉 다케 신부가 1908년 4월 14일 제주도 한라산 북쪽 해발 약 600m 지점의 숲 속에서 표본(표본번호 4638)을 처음으로 채집한 것이 이후 1912년 독일 베를린 대학의 쾨네 박사를 통해 제주가 왕벚나무 자생지임을 최초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왕벚나무의 잎은 어긋난 타원형이거나 계란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겹톱니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은 1909년 창경궁 춘당지에 왕벚나무를 조경수로 심었고, 이듬해에는 일본 정부의 주도로 경남 진해시 도로변에 왕벚나무 2만여 그루를 심었다. 제주에는 1935년 당시 서귀면장이었던 김찬익이 일본산 왕벚나무를 일주도로에 대량으로 심어 널리 분포하게 됐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공원이나 학교 등에 왕벚나무를 많이 심어 왜색 시비가 일자 우리 정부는 1960년대 초 자생지에 대한 본격 조사에 나서 제주와 해남 특산종을 64년과 66년에 잇따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왕벚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그 수가 매우 적은 희귀종이므로 생물학적 가치가 높고 식물지리학적 연구가치가 크다는 게 문화재로 지정한 이유다.

잘 썩지 않고 재질이 치밀하며 결이 고운 벚나무는 예로부터 조각, 칠기, 가구, 공예, 인쇄용 등으로 사용됐고 우리 국궁(國弓)의 활과 시위는 재질이 단단한 벚나무와 탄력 좋은 뽕나무가 만나 조화를 이뤘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려팔만대장경도 벚나무 목재로 다듬었고 ‘악학궤범’에는 벚나무 껍질로 풀피리를 만들었다는 기록도 있다.

벚꽃은 개화시기가 짧아서 조금만 지나면 일본 영화 ‘사월 이야기’의 한 장면처럼 눈송이처럼 흩날리며 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화사하지만 금세 지고 마는 벚꽃의 아쉬움은 환희와 몰락이 교차하는 영욕의 인생사를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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