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권역외상센터의 제주 유치와 관련 단편적인 시각으로 독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주장을 제기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부가 왜 막대한 비용을 들이면서 권역외상센터를 지정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어 빚어지는 일이다. 권역외상센터 유치의 필요조건으로 접근성과 공공성을 꼽는 것은 일견 타당성 있어 보이지만 이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생사기로에 있는 중증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중증응급환자 진료역량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우선 권역외상센터란 교통사고, 추락 등으로 인한 다발성 손상, 과다출혈 등의 중증외상환자에 대해 365일 24시간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외상전용 전문치료센터를 말한다. 즉 권역외상센터는 해당 권역 내에서 외상환자를 책임지는 최종의료기관을 의미하며, 지역내 외상진료체계 구축에 대한 중심역할을 해 나가는 곳이다.

이같은 점을 염두에 두면 접근성과 공공성만을 따지는 것이 얼마나 단편적인지 알 수 있다. 사실 제주도에서는 어느 지역이든 제주시내에서 차량으로 1시간이내 거리이다. 외상환자의 골든타임을 감안하면 제주지역에서 차량 이송에 따른 접근성은 그리 큰 문제가 될 수 없다. 게다가 환자 이송이 헬리콥터나 해경 경비정 등으로 이뤄지는 사례도 많다는 점이다. 제주한라병원은 부산항공청의 정식허가를 받은 헬리포트 시설을 갖춘 도내 유일한 의료기관이다. 또 도내에선 유일하게 해양경찰청과 협약을 맺어 해경경비함으로 이송하는 응급환자에 대한 원격진료가 가능한 해양원격응급의료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병원은 접근성에 있어 타 의료기관에 비해 더욱 강점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접근성뿐만 아니라 얼마나 빠른 시간내 중증 응급환자를 소생시키기 위한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치료가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중증외상환자는 단순한 외상환자가 아니다. 외상 외에도 신체내 온갖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따라서 외상전문의가 응급수술을 한 뒤에도 기능을 상실한 장기들이 회복될 수 있도록 심장내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관련된 모든 진료과의 진료능력은 물론 협진체제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러한 병원에 권역외상센터가 들어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더욱이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전국 응급의료기관 414곳을 대상으로 진료능력을 평가한 결과를

제주한라병원 노동조합위원장
오용창

최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제주한라병원은 응급의료기관중 최상위 기관인 권역응급의료센터 가운데 최상위 권역응급의료센터로 평가됐다. 하지만 도내 여타 응급의료센터는 중하위권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대응능력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권역외상센터가 어디에 들어서야 할 것인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음으로 운영기관이 국공립이라고 해서 의료공공성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현재 전국에 지정된 권역외상센터 운영기관 13개소 가운데 국공립은 3개소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사립의료기관이라는 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현재는 의료법에 의하여 공공의료를 정의하고 의료공공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내리고 있다.

현재 정부가 권역외상센터 운영에 국비를 쏟아붓는 이유는 수익은 안되지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즉,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공공의료를 논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권역응급의료센터나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의료공공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부는 권역외상센터의 성격을 감안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해당 권역에서 최고의 응급대응능력과 책임 진료능력을 가진 병원을 선정, 권역외상센터로 지정해왔다.

결론적으로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시설인 권역외상센터의 선정은 한 사람의 중증 외상환자라도 더 소생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병원을 선정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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