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둔 후보들의 공약 최우선은 ‘민심’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이 바로 민심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지역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고 장담하는 후보들.

총선을 이틀 앞둔 지금, 그들은 도내 곳곳을 누비며 유세를 펼치고 있다. 때론 큰 절도 하고, 밤낮 없이 큰 목소리로 호소하며, 누구에게나 악수를 청한다. 그들의 ‘말’만 들으면 당장 지역 현안들이 뚝딱 해결될 것 같은 설득력 들이다.

그런 후보들에게 시민단체들의 ‘정책 제안’은 이때가 적기다. 민심이 반영된 최대 현안들이 목록지어 전해지게 되고, ‘후보’로써 현안을 대하는 자세를 살피고 국회의원 자격을 ‘판단’할 수 있는 때이기 때문이다.

사실, 후보들에겐 반가워야 할 흐름이다. 한 명 한 명 유권자들을 찾더라도 다 들을 수 없는 ‘숨어있는 현안’ 또는 다시금 되새겨야 할 ‘현안’을 일목정연하게 단체들이 알아서 제안해주기 때문이다. 후보들은, 스스로를 증명해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각 지역구의 정당 후보들이 결정된 직후부터 정책 제안들은 ‘질의서’ 형태로 후보들에게 전해졌다. 영리병원, 농민, 주민자치, 제2공항, 경제 등 모두 제주지역을 대표할 국회의원으로써 꼭 살펴야 할 ‘현안’들이었다.

빡빡한 선거일정을 고려해 대부분의 정책 제안들은 답변 시간이 연장되기도 했고, 일부 초청 토론은 재차 공문을 보내 참석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앞에선 민심을 대표한다며 스스로를 자신하던 후보들의 자세는 그러나 달랐다. 한 후보는 대부분의 정책 제안 질의서에 답변조차 보내지 않았고, 어느 후보는 “좋은 정책 제안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도의 하나마나 한 답변을 보내 질책을 받기도 했다.

파악된 정책제안과 미답변 후보들의 리스트를 살펴보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회 ‘제20대 총선 후보자와 각 정당에 제안하는 여성농민 10대 정책과제’

[미답변] 새누리당 양치석, 부상일(답변했으나 무성의로 인정되지 않음), 강지용 , 국민의당 오수용 후보

△제주시민단체연대회의 ‘제주를 새롭게 바꿉시다-10대분야 39개 정책’

[미답변] 새누리당 양치석, 강지용, 한나라당 차주홍 후보

△성산읍 제2공항 반대위원회 ‘제2공항에 대한 질의서’

[미답변] 새누리당 양치석, 부상일, 강지용, 국민의당 장성철 후보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 '보건의료정책질의서'

[미답변] 새누리당 양치석, 부상일, 국민의당 오수용 후보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10대 제주현안’

[미답변] 새누리당 양치석 후보

그리고 지난 3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월간 주민자치’ 주최 ‘4.13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초청 대담-토론회-제주특별자치도 국회의원 후보에게 듣는 주민자치’에는 새누리당 양치석, 강지용 후보가 불참했다. 부상일 후보는 한 주민자치위원장의 불호령에 뒤늦게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 특정 정당의 불참이 두드러졌던 배경에는 한 후보가 전체 불참을 제안했었다는 후문도 있다.

일각에서 “선거 때는 마른자리, 진자리 가리지 않고 뛰더니 ‘금뱃지’만 달면 변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을 미리 보는 것 같다. 민심과 정책에 대한 진지한 자세가 후보의 기본인데 그 기본도 못 채운다면 과연 표심을 얻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몇 후보는 지난달 말 화려한 선대위 발대식을 '선'보였다. 각계 각층의 화려한 인사들로 채워진 리스트는 몇 십분의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일일이 호명되기도 했다. 후보의 '힘'이 됐고, 겉에서 바라본 시민들에게 각종 현안을 풀어낼 '든든함'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매머드급' 캠프는, 시민들의 '정책 제안'을 만나면서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만 상기시켰다.

승부는 결국 ‘정책’이고 ‘공약’이고 민심을 대하는 ‘자세’에서 판단이 나야 한다. 불리하면 뒤로 빼고, 자리 골라보며 살살 피하는 그 ‘자세’에 유권자들의 표가 어떻게 반응할까.

선거는 이제 이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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