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강정마을내 '김영관센터' 야외마당에서 열린 해군의 '금요마당' 공연장 옆에서 한 시민이 '마을은 초상집 만들고 해군은 음악잔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강정 커뮤니티

해군의 34억원 구상권 청구로 초상집 분위기인 강정마을에 때 아닌 대중가요 ‘내 나이가 어때서’가 울려 퍼진다. 섹소폰이며 드럼, 보컬까지 가세한 해군 군악대의 음악잔치는 금요일 대낮, 마을 곳곳을 떵떵 울렸다. 속 뒤집어 놓은 해군이 음악잔치를 벌이는 풍경을 주민들은 그렇게 매주 만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3시, 이날도 어김없이 해군의 음악잔치가 열렸다. 지난달 25일부터 매주 금요일 강정마을내 ‘김영관센터 강정어울림마당(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해군의 ‘민-군 어울림 금요마당 공연’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지난달 25일 해군은 '민-군이 만드는 하모니, 상생과 화합의 분위기 조성'을 목적으로 매주 금요일 낮 3시, 강정마을내 '김영관센터' 야외공연장에서 열릴 음악공연을 예고했다. 해군은 그로부터 3일 뒤인 28일 강정마을 주민 등 120여명, 5개 단체에 대해 34억여원의 구상권을 청구했다. @변상희 기자

해군이 지난달 25일 배부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공연은 ‘민-군이 만드는 하모니, 상생과 화합의 분위기 조성’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한술 더 떠 해군은, 매주 금요일 펼쳐질 이 공연이 “제주도와 서귀포를 찾는 관광객들이 찾아 볼 수 있는 새로운 관광·문화 컨텐츠로 정착시킬 예정이다.”고 기대했다.

주민들의 항의는 이어졌지만, 해군은 아랑곳 않았다. 지난주 마을에 울려 퍼지는 해군의 노랫소리를 참다못한 한 주민이 ‘열불 터진다’며 직접 공연장을 찾아 중단을 요청했지만 미동도 없었다. 그렇게 한 주 지난 7일, 해군은 ‘벚꽃엔딩’ ‘내 나이가 어때서’ 등 인기가요를 열창했다. 관람석에 앉은 해군들의 웃고 떠드는 박수소리도 어김없었다.

이날 보다 못한 한 시민은 피켓을 들고 공연장 옆에 섰다. 그는 “마을은 구상권으로 초상집 같은데, 마을 사거리까지 울려 퍼지는 공연은 너무 하다. 이 시기에 생각 좀 해달라”고 해군측에 청했지만 오히려 ‘피켓을 들면 안 되는 곳’ 이라는 경비원의 제지만 받았다고 한다.

SNS로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민들의 따가운 질책이 이어졌다. 박 모씨는 “민-군 공동구역이면 마을에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하지 않았나? 할 거면 건물 안에서 하던가”라고 댓글을 남기는 등 여러 시민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해군의 이번 공연을 중단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한편 해군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해군기지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강정마을 주민 등 120여명과 5개 단체를 대상으로 34억5000만원의 구상권을 청구했다. 시민단체는 물론,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 후보들은 "강정을 두번 죽이는 몰지각한 행태"라며 해군의 구상권 청구를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해군은 미동도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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