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들을 자세히 심사하고 여러모로 검토해서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물론 당을 위해서도 선량한 국회의원 자격이 없으면 절대 공천하지 않을 것이며 공명정대한 공천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대한민국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엄격한 공천 심사 속에 여.야당 모두가 참신한 후보를 선정하여 신성한 선거에 임한다고 했다.
 
<그렇지!> 하고 재일동포만이 아니고 해외동포들은 조국 정치 지도자들의 그러한 말을 단순 명쾌한 초등학교 교과서처럼 철석 같이 믿고 공천과 선거 과정을 예의 주시했었다.    
 
그러나 그 신성한 공천 심사 기준부터 여,야당 모두 아전인수여서, 공천 배제 당한 의원과 후보들은 공천숙청, 공천학살이고 토사구팽이라면서 강렬한 항의를 했다.
 
미리 쓰여진 각본 속에 추진되는 연출에 그러한 항의가 먹혀들리가 없었다. 분개한 공천 탈락인들은 정의를 위해서라는 자기 명분 속에, 탈당과 함께 무소속과 새로운 정당으로 입후보하는 반란을 이르켰다.
 
미래를 향한 정책 비전은 자취를 감추고 반란을 제압하기 위한 자객이 동원되고 서로 생사를 위한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었다.
 
지금까지도 공천 후유증은 비일비재였지만 이번처럼 추악하고 추태스러운 적은 없었다. 특히 이름 석자만 올려놓으면 곧 당선이라는 텃밭에서의 공천 배제이니 서로 극에 달할 수 밖에 없었으니 더욱 가관이었다.
 
이렇게 고국에서 자신들의 영달과 패권을 위한 공천의 권력 다툼이 치열하던 지난 3월 초순 그때, 오사카 나가이경기장에서는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아시아 여자축구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 당시 일본의 꽃샘 추위는 한겨울의 강추위보다 더한 한파가 엄습했었다. 저녁 7시 40분부터 시작하는 시합들은 코트, 모자, 마후라, 귀마개, 장갑을 끼고 가이로까지 차서 그야말로 강추위와의 싸움이기도 했다.
 
팔십을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한 초등학교 어린이들까지 하나가 되어 우리 동포들는 작은 태극기를 흔들면서 연일 <대~한~민~국!>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고 연호하면서 고국에서 온 여자축구를 응원했다. 
 
시합을 마치고 귀가해서 인터넷뉴스를 보면 동포들이 경기장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던 이 시간에도, 고국에서는 공천 권력 투쟁에 여,야가 난장판이었다.
 
나 자신도 모르게 어떤 비애가 솟구쳤다. 축구시합이 끝날 때까지 이 공천 싸움은 그칠 줄 몰랐다.
동포들은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러한 고국을 사랑하면서 <대~한~민~국!>을 외쳤다. 
 
4월 13일. 투,개표와 함께 국회의원 선거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아이러니 현상이 일어났다. 유권자의 선택은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우리 당은 물론 대한민국을 위해서 당신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으니 공천할 수 없다.>는 대상 후보자들이 소속 당을 탈당하여 같은 지역구에서 입후보했는데 거의가 당선됐다.
 
그 지역 유권자들은 공천권을 쥔 권력측의 탈락 시킨 함량 미달의 후보자들을 무지의 소치처럼 대거 당선 시킨 꼴이 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공천권을 갖었던 측이 닦부러진 설명 책임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거나 애매모호함 속에 사표만 제출하면 다 처리되는 식으로 넘어갈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여,야당 모두 <태생의 한계> 속에 얽힐대로 얽히고 꼬일대로 꼬인 제20대 국회가 부조리 속에 앞으로 4년간 지속된다.
 
비열한 꼼수를 한점 부끄럼없이 권력을 내세워 자행한 행위에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내려졌지만, 외국에서 조감도처럼 바라보는 고국의 총선거 풍경은 씁쓸하기만 하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