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26일 나흘 동안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제주의 첫 '국제'평화영화제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데에는 '평화'라는 가치를 하나로 뭉칠 수 있었던 시민들의 연대가 가장 큰 재산이었다. (사진/강정국제평화영화제 제공)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천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한 개막식. 연일 이어진 매진 사례. 진지한 고민과 답을 서슴없이 내놓는 관객들의 이야기. 소소한 시민들의 첫 ‘국제’영화제는 여러 걱정과 달리 당당히 성공점수를 따냈다.

오늘(26일) 폐막한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사실 시작은 지난해 10월부터라지만 집행위의 실무회의는 1월 중순에야 이뤄졌고, 전체적인 틀이 나온 것도 4월 초였다. 불과 몇 달 만에 구성된 강정국제평화영화제는, 물론 다른 ‘국제’영화제의 탄탄한 구성에는 아직 따라가지 못 한다. 그럼에도 지속가능한 축제로서의 ‘가능성’이 발견됐고, 미처 예상치 못했던 수확들도 얻었다. 그 바탕에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사람’이었다.

폐막식을 앞둔 26일 오후, 강정평화영화제의 그 ‘사람들’을 강정 마을에서 만났다. 나흘 동안의 영화제 일정을 지내며 그 중심에 섰던 ‘사람들’. 그들이 경험한 시민의 연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그들은 다음의 강정평화영화제를 어떻게 기대하고 있을까?

다음은 각 인터뷰이와의 일문 일답.

△황진미 수석 프로그래머

△황진미 수석 프로그래머/의사이면서 영화평론가이기도 한 그녀는 강정과 특별한 인연이 없었지만 평소 존경하던 양윤모 영화평론가의 제의를 받고 바로 제주로 왔다. 나흘의 쉬지 않는 일정으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다음 영화제의 전체 구성을 어찌해야할지 묻는 질문에 금세 눈빛이 반짝인다.

-오늘이면 첫 번째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막을 내린다. 소감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성공적이었다. 물론 개막식 때 많은 관객들이 온 것 같은 표면적인 성공도 있지만, 내용적으로 성공이라고 짚을 수 있는 건 관객들의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와 호응이 굉장히 좋았다. 관객과의 대화 때 보면, 영화와 관련한 한 가지 사안에 서로 경쟁하듯 발언을 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감독과 사회자의 얘기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경험을 내놓고 듣는 시간이 놀랍기도 했다.

사실 프로그래머 입장에서는 ‘상차림을 잘 한 걸까? 이 내용을 같이 나눌 수 있을까?’ 우려된 부분이 있었는데, 실제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나름 상차림이 나쁘진 않았다’고 안심했다.

-이번 영화제를 준비하는 게 맨 땅에 헤딩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준비기간도 짧았다.

양윤모 집행위원장(영화평론가)의 제의로 12월에 투입됐지만 실무회의는 1월 중순이 넘어서야 이뤄졌다. 당시 ‘기간이 너무 촉박하다. 1회로 하지 말고 파일럿 형태로 일단 해보자’는 의견도 많았지만 어떻게든 해보자는 결론으로 이렇게 진행이 됐다. 사실, 이달 6일 서울의 기자회견, 19일 제주에서의 기자회견을 할 때만 해도 '진짜 될까?'라는 생각이 있었다. 워낙 촉박하게 준비하기도 했고 중간에 서귀포예술의전당이 대관을 거부하는 바람에 장소를 다시 물색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그렇게 급하게 진행이 됐음에도 이처럼 행사가 잘 마무리된 것은 우리 스스로도 많이 놀랍다.

-넉넉치 않은 예산, 부족한 인력, 촉박한 시간. 그럼에도 나흘 동안의 영화제를 이끌 수 있었던 그 힘,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일단은 10년간 이어져온 강정의 투쟁이 누적된 결과라고 본다. 강정은 늘 ‘평화’를 얘기하고 있었고 어느 곳보다 절실히 ‘평화’를 원한 곳이다. 때문에 ‘평화’영화제로서의 단단한 바탕이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헌신이 성공의 첫 요소가 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싶을 정도로 여러 자원봉사자들의 힘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사실 이만한 영화제를 꾸릴려면 상근인력이 8명 이상은 돼야 하는데, 우리 영화제는 전담 상근인력은 1명이다. 나머지는 모두 갑자기 투입된 격이다. “저는 갑자기 이렇게 들어왔는데, 어떤 일을 하면 될까요?” 식이었다. 평화와 인권, 그 하나로 여러 자원봉사자들의 재능이 결합됐고 모두 제 일처럼 영화제를 준비해준 결과라 볼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있을 것이다.

워낙 급하게 진행이 되다 보니 준비가 미숙한 부분은 물론 있었다.

첫째는, 인적 관리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인원이 어떤 곳에 어떤 일에 투입됐는지 관리하는 총괄적인 시스템이 아직 없다. 뒤늦게 속속 투입되는 인원이 많기도 했고, 그 부분까지 조절할 시간이 없었다. 지속가능한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이 ‘조직력’이 중요한 부분이라 앞으로 신경써야 할 것 같다.

둘째는, 프로그램 선정이다. 길게 시간을 잡고 작품 출품과 심사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면 더 논쟁적인, 작품들을 모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

셋째는, 아쉬운 점이라기보다 다음 영화제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준비하고 싶은 부분인데, 영화인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제작지원과 프로그램으로 장기적인 프로젝트도 담아내고 싶다. 이번에는 영화학교를 병행했는데, 이 부분을 조금 더 키우고 싶다는 계획이다.

-다음 영화제에서 더 보강하고 싶은 것은?

이번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관심이 높았던 부분이 환경(상영작 GMO OMG 등)과 북한-통일 운동(상영작 불안한 외출 등)이었다. 다음 프로그램 기획시 이 부분에 대해 더 보강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외 생태나 공동체 복원 문제에 대해서도 더 다뤘으면 한다.

△박상미 홍보팀장

△박상미 홍보팀장/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이론 전문사 과정을 수료할 정도로 영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여러 영화사에서 일한 경험과, 기업체에서 홍보를 담당했던 이력으로 역시 양윤모 영화평론가에게 '차출(?)' 됐지만, 짧은 일정의 한계에서 소화해 내야할 고단한 업무가 쌓여있어도 그 열정은 식지 않는다.

-2월에야 투입된 걸로 안다. 따로 인연이 있었던 건가?

서울에서 육지사는 제주사름이라는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데 양윤모 영화평론가와 만난 자리에서 제의를 받았다. 영화사를 다녔기도 했고, 기업체 홍보팀에서 오래 있기도 해서 어찌보면, 차출(?)이 된 셈이다. 2월에 들어와 일단 영화제 후원사들, 조직위원, 집행위, 시민단체 등에 기획서를 돌리는 일부터 시작했지만, 이후엔 홍보만이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일을 하게 됐다.

-어려웠던 점은?

인력이 너무 부족했다. 예산은 어떻게든 맞추면 되지만 사람이 있어야 되는 일들이 있으니 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촉박한 기간 내에 준비해야 하기도 했고... 결국 부족한 시간과 더 부족한 인력과의 싸움이었다. 막판에 또 개막장소가 바뀌는 바람에 더 어려움이 컸었다. 그렇게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는 데도 많은 시민들이 좋게 반응해주고 참여해줘서 다행이다.

-기대 이상으로 좋은 반응들이 나왔다. 그 요인을 짚는다면?

이전까지 제주에 없었던 문화라는 개념이 강한 것 같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제주는 여러 가능성이 많은 섬인데도, 문화향유라는 부분에서 이만한 수요에 부응하지 못 했던 측면이 있었다. 진행도 부족했고, 여러 어려움이 있었는데도 많은 시민들이 함께 호응해준 것은, 바로 그 채워지지 않았던 문화욕구가 확인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 영화제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과, 다음 영화제에서 신경 쓸 부분은?

사실 강정이라고 하면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투쟁적 이미지’로 비춰지는 게 강하다. 이를 아예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한정돼 있지 않은, 대중과 호흡하는 행사로 진행하고 싶었다. 관에서도 내놓는 슬로건이 ‘평화의 섬’이고, 우리 영화제의 슬로건도 ‘평화’이다. 평화는 공공재로, 누가 점유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향유하고 누려야 한다. 때문에 철저히 문화적이고 대중적으로 가자는 데 주안점을 뒀다.

다음 영화제에서 신경 써야 할 것은 지속성이다. 시스템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가 등 참여 인력의 축적된 노하우를 이어받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문화적 시스템이 정착되고 성장돼야 한다. 여기에 주안점을 두고, 문화기획자로써의 활동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성장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싶다.

△박솔잎 자원봉사자/ 우연히 페이스북으로 강정국제평화영화제에서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신청해 4월 초 긴급(?) 투입된 그녀는 이번 영화제에서 외국인 게스트 초청관련 업무를 도맡았다. 영화학도였던 그녀는 강정국제평화영화제만의 매력으로 '사회적 문제를 다룬 영화'를 다양하게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야마시로 히로지 오키나와 평화센터 의장을 직접 공항에 배웅해 주기도 했는데, 그와 나눈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한편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는 지난 23일부터 시작해 26일까지 나흘동안의 일정을 마쳤다. 강정마을의례회관에서 진행된 폐막식에서는 강정평화영화상 시상식도 진행됐다. 영화제는 올해 강정평화영화상으로 [러브오키나와/카케야마 아사코, 후지모토 유키하사 감독]과 [거미의 땅/김동령-박경태 감독]을 선정했다. 또 강정평화영화학교 기획개발비 지원으로 [너영 구럼비영/엄문희 감독]을 선정해 기획개발비 100만원을 지급하고 내년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상영과 해외 영화제 출품진행 등의 특전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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