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자

오미자에게 문자 메시지로 은근히 수작을 부렸다
“나, 오미자 사랑해도 돼?”

오미자는 오씨 성을 가진 미자라는 이름의 여자가 아니라
김군 재인 조앤 영미 태나맘  
강정마을 다섯 명 여성 지킴이들의 통칭이다

자기 걸로 하나라도 더 챙기려는 이 세상에
자신을 전혀 앞세우지 않고 뒤에서만 헌신하는
진정의 구도자들이 오미자, 바로 이들이다

바로 답장이 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보니
“거부합니다, ㅋㅋ!”

아무리 거부한다 하더라도 나는, 오미자를 향한
순정의 짝사랑마저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김경훈 시집으로 [삼돌이네집], [한라산의 겨울], 강정 시편 [강정은 4・3이다] 등.산문집 [낭푼밥 공동체] 등.제주작가회의와 놀이패 한라산 회원.

시인의 말

어느 순간 어떤 것을 어느 누구와 같이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때 나는 그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무엇이든 생기는 대로 어느 누구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여전히 그 어느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오미자에게서 ‘자신을 전혀 내세우지 않고 헌신’하는 ‘진정’을 보았습니다.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오직 세상의 아름다움을 구도하는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고귀한 마음입니다. 
이런 오미자를 짝사랑할 수 있는 순정이라도 제게 남아있다는 사실이, 
아직은 저가 그렇게 늙지 않았다는 반증이 되기도 합니다. 
여전히 거부당할 것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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