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좌읍 하도리와 애월읍 고내리 포구에 있는 영어 스펠링의 조형물. 동일한 디자이너와 제작업체가 만든 성인 키 높이의 이들 조형물은 자율관리어업에 따른 것으로, 자율어업지원금의 상당부분이 ‘효과를 알 수 없는’ 조형물 제작 비용에 쓰여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시 제공

제주시가 일부 포구에 자율어업관리육성지원금을 투입해 잇따라 조형물을 설치하고 있지만 사업 효과에 대한 분석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14년 구좌읍 하도리 포구, 그리고 이듬해 애월읍 고내리 포구에는 난데없는 ‘조형물’이 등장한다.

'Hado'와 ‘GOnae'라는 영어 스펠링을 대략 가로 6m, 세로 2m 크기로 만든 이 조형물 설치비용은 각각 약 2500만원, 3700만원으로 일반적으로 어촌에서 들이는 사업비 치고는 비용이 적지 않았다.

이들 조형물은 해양수산부의 ‘자율관리어업육성사업’ 지원금으로 설치됐다. 제주시는 지난 2002년 조천읍 신흥어촌계를 시작으로 해마다 2~3곳이 ‘우수공동체’로 선정돼 사업비를 지원받아왔다.

사업비를 지원받은 어촌공동체들이 대부분 △패조류 투석 △종묘매입 방류 등 수산자원 조성이나, △해녀복 구입 등 복지사업, △어촌계 사무실 리모델링 및 집기류 구입 등에 쓴 반면 하도리(2014년)와 고내리(2015년)는 이들 사업 외에 ‘홍보’ 명목으로 포구에 해당 조형물을 설치했다.

-비용대비 효과 장담 못하면서 지원금 절반 ‘조형물’ 설치

문제는 비용대비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데도, 지원금 중 상당부분을 ‘조형물’ 설치에 들였다는 것.

처음 조형물을 설치한 하도리는 총 지원금 2억4970만원 중 2700만원을, 이듬해 고내리는 총 지원금 8000만원 중 절반에 가까운 3700만원을 조형물 설치비로 내쳤다. 두 조형물 모두 디자이너와 제작업체가 동일하다.

제주시 관계자는 “우수공동체로 선정된 어촌계의 사업신청에 따라 사업비를 지원했다.”며 “자율적으로 어촌계가 신청한 사업이라 특이 사항이 없으면 대부분 심의에서 통과된다.”고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해양수산부의 [자율관리어업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동체가 구성원의 합의로 사업을 선정했다 하더라도 심사를 맡은 ‘사업집행주체(시장)’가 구성한 사전심의위원회의 심의에서 해당 사업내용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해당 사업은 수정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특히 사업집행주체는 사업 완료 후 다음 연도부터 2년간 사업효과를 분석해야 하지만, 제주시는 하도리와 고내리의 조형물 사업효과를 분석하지 않아 이달 있었던 감사위원회의 정기 종합감사에서 ‘사후관리 소홀’ 지적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시 관계자는 “조형물 같은 경우 ‘홍보’를 이유로 설치된 것인데, 그 사업효과를 분석한다는 게 쉽지 않다.”며 사실상 사업규정에 명시된 사후관리를 시행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먼저 설치된 하도리의 조형물 홍보 사업효과를 알 수 없음에도 바로 이듬해 총 사업비 중 절반 가량을 같은 사업에 비중을 낸 고내리의 계획을 ‘타당하다’고 심의를 통과시킨 셈이다.

더욱이 해당 사업의 규정에서 ‘공동체는 다수 어업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 및 사업을 우선 선정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도, 적지 않은 금액을 ‘홍보’를 이유로 조형물에 쓰고 이를 연이어 집행한 부분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녹색당 제주도당 한 관계자는 자신의 SNS를 통해 “미적이지도 않고 의미도 없는 이 상상력 부재의 작품은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세워졌나”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도 “과거에도 자율관리어업 횡령 사건이 있었던 만큼, 사업집행자인 제주시가 사업목적에 맞게 어촌 살림 낫게 할 사업인지, 해당 사업비 산출내역이 타당한지 꼼꼼히 사업내용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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