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여행하는 이들을 위한 길~

아름다운 바다경치를 만끽하며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눈 앞에 와 닿는 아름다운 절경에 숨이 멎는 듯 하다.

제주올레8코스는 월평~대평 올레로 18.9km(6~7시간)이다.

올레길 완주를 목적으로 했지만

가는 길마다 걸음을 멈추게 하는 떨림은 결국 시간을 멈춰버리게 한다.

완주라는 욕심을 버리고

'걷고 싶은 만큼 머물다 가는 것'

마음을 바꾸니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내게로 온다.

 

월평포구를 시작으로

야자나무군락지~대포포구~주상절리~베릿내~중문색달해변~예래생태공원(대왕수천)~

논짓물~용문덕~질지슴~진황등대~하예포구~대평포구

로 이어진다.

바다로 이어지는 작지만 아름다운 월평포구

어촌마을의 아름다운 일상을 담으며 포구의 아침을 연다.

제주 속의 또 다른 제주~

하늘로 시원스럽게 뻗어나가는 '워싱턴야자'가 이국적인 모습으로 드러난다.

나무 아래에는 눈부신 햇살 아래 아름다운 들꽃들이 기지개를 편다.

연대는 옛날에 적이 침입하거나 위급함을 알릴 때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로 연락을 취했던 통신시설이다.

대포동 해안과 접한 25m의 벼랑 위에 축조되었다.

자연이 다듬어 놓은 몽돌해변과 솔빛바다는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달그락거리는 돌들의 부딪히는 청명한 소리는 길게 이어진다.

주상절리로 가는 길에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한반도 모양으로 보인다.

절리는 액체 상태인 뜨거운 용암이 고체 암석으로 굳으면서 부피가 줄어들어 형성된다.

육각형으로 갈라진 형태가 거북이의 등모양과 비슷해서 '거북등절리'라 한다.

천연기념물 제443호로 우리나라 최대규모다.

주상절리대는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대포동에 이르는 해안을 따라 약 2km에 걸쳐 발달해 있다.

약 25만년에서 14만년 전 사이에 '녹하지악' 분화구에서 흘러온 용암이 식으면서 형성된 것으로

기둥 모양으로 쪼개지는 주상절리는

뜨거운 용암이 식으면서 부피가 줄어 수직으로 쪼개지면서 만들어지는데

대체로 5~6각형의 기둥형태가 흔하다.

안내글 설명이다.

 

주상절리의 '주상'은 기둥모양이고 '절리'는 갈라진 틈을 말한다.

자연이라는 신이 다듬어 놓은 돌기둥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웅장함과 절묘함에 한 번 놀라고

검붉은 바위와 용솟음치는 파도의 만남에 다시 한 번 놀란다.

눈 앞에 펼쳐지는 천혜의 절경에 빠져든다.

시원스럽게 하늘로 솟아오른 '와싱턴야자'와

우아하고 멋스런 '카나리아야자'가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정상부에 용의 머리에 솟은

두개의 뿔 형상을 하고 있는 뿔바위 '군산'이 보인다.

낙석위험이 커져 8코스의 해병대길을 당분간 폐쇄한다는 안내글이 보인다.

 

8코스를 진행하려면 하얏트호텔에서 나와

중문관광단지 입구~예래동~논짓물에서 다시 8코스로 진입하라는

안내글 따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옮긴다.

아래로 보이는 바닷길따라 가면 해병대길이다.

 

예래동은 용천수의 보고라 할 수 있는 마을로

해안을 따라 마을이 조성되어 있는 전형적인 농어촌마을이다. 

아침 일찍 햇살이 비치는 곳의 물이란 뜻으로 '조명물'이라 불린다.

물의 용출량은 많지 않지만 휴식공간은 마을 가까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남탕과 여탕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

예래동에서 가장 큰 용천수로 샘물이 크고 수량이 풍부해서

아무리 가물어도 수량이 줄지 않는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샘 주변의 통 모양은 왕(王)자로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곳에서 흘러 내린 물은 '너분내'로 흘러 소왕수와 합쳐져서 해안으로 흐른다.

 

대왕수와 인접한 곳에 위치한 '소왕수'는

바위틈에서 물이 계속 흘러 내리는 샘이다.

해변 가까이 있는 논에서 나는 물이라 하여

혹은 바다와 인접한 곳에서 물이 솟아나 바로 바다로 흘러가 버려

쓸데없는 물이라는 의미로 '논짓물'이라 한다.

하지만 쓸데없는 논짓물은 둑을 쌓고 폭포를 만들어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담수욕장으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예정한 시간이 다 되어간다.

'여기서 걷기를 포기하고 돌아갈까?'

생각도 잠시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농부는

20분이면 대평포구에 도착할 수 있다고 넌지시 웃는 얼굴을 하신다.

완주를 하는 걸로 마음을 먹고 바다에 비친 지는 해를 바라보며 길을 이어간다.

환해장성은 선조들이 액운이나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해안선 따라 쌓은 성으로 공동체의 얼이 깃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바다에서 하늘로 승천하던 용이 지나가는 문턱이라 해서 붙여진 용문덕은

용이 지나간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 내는 '큰 코지'

석양 노을지는 모습이 아름다움을 더하는 곳으로 멀리 진황등대가 보인다.

대평리의 원래 이름은 '난드르'라 한다.

'평평하고 긴 들판'을 뜻하는 제주 방언으로 옮기면 대평(大坪)이 된다.

박수기정이란 '박수'와 '기정'의 합성어로

바가지로 마실샘물 '박수'와 솟은절벽 '기정'이라는 뜻이다.

 

걷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예정된 시간은 자꾸 지나가 마음이 조급해진다.

울창한 수림과 절벽이 바다를 향해 이어져 있는 박수물, 박수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대평포구가 점점 가까워진다.

수천년 탐라국의 바닷길~

박수기정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대평포구는 당포, 당캐로도 불린다.

당나라와 원나라에 말과 소를 상납하는 세공선과 교역선이 내왕한데서 연유한 이름으로

어부들의 생활터전인 어선정박 장소로도 이용되는 유서깊은 곳이다.

대평리는 바다가 멀리 뻗어나간 넓은 들이라 하여 '난드르'하고 불리는 작은 마을이다.

 

8코스의 마지막 지점이면서 9코스의 시작점에 이르니

해는 뉘엿뉘엿 하루해가 저물어간다.

갈 길이 아직도 멀고 다리는 뻐근하지만 아름다운 하루로 기억된다.

택시 기사님이 들려준 해병대길 이야기는

올레꾼들에게 기쁨을 주는 길이지만 지금은 막아버려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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