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상가 개보수 공사가 지난 1일부터 진행 중인 가운데, 공사현장내 안전로가 확보되지 않는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그대로 노출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제주시는 뒤늦게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뒷북행정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오늘로 공사 사흘째인 중앙로 지하상가. 제주시는 이달부터 8월말까지 노후된 전기시설 교체 등 안전시설 개보수 공사를 계획하고 진행 중이다. 공사로 인한 시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제주시는 공사 전 ‘지하상가 내 시민 안전통로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장은 달랐다. 지하상가 내 공사현장은 시민들에게 그대로 노출됐고, 바닥에 깔린 나무판자 외에 별다른 안전시설은 물론, 따로 구획된 통로도 없었다.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지하상가는 총 10개의 입출구 중 중앙로 회전구간 4개 입출구만 개방돼 있다. 중앙로 회전구간이 도로상 횡단보도가 멀리 위치해 있어 시민의 원활한 통행을 위한 필수구간이기 때문이다.
개방된 입구로 들어가면, 제주시가 약속했던 시민을 위한 안전통로는 없이 뜯겨진 천장의 배선들만 드러나 있다. 일부는 시민들이 오가는 통로에 길게 늘어져 있어 취재 중 몇몇 시민들은 전기선을 그대로 스치며 걸어가기도 했다.
바닥에는 천장을 철거하면서 나온 대못이 나뒹굴고, 그 외 철제 폐기물도 따로 정리돼 있지 않았다. 그나마 통로에 깔린 나무판자 또한 청테이프로 서로 고정돼 있어 테이프가 뜯긴 곳이나 고정되지 않은 곳은 시민이 걷다가 넘어질 위험성도 커보였다.
출구에 대한 안내판도 철거돼 공사현장내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시민들도 다수 있었다.
한 60대 부부는 지하상가 회전구간으로 내려왔다가 통로와 계단 어디에서도 나가는 곳의 위치가 안내돼 있지 않아 길을 헤맸다. 부부는 “이럴 거면 아예 다 통제해버리는 게 낫지, 모르고 들어왔다가 나가는 출구도 모르고 헤매서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중국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임에도 공사 안내에 대한 문구는 한글로만 돼 있었다. 한 중국인 가족단위 관광객들은 지하상가 공사를 모르고 찾았다가 현장에서 출구를 찾아 헤맨 뒤 나갔다.
어제는 김병립 제주시장도 직접 나서서 지하상가 개보수 공사 현장의 '안전 무방비'를 지적했다. 정례직원조회에서 김 시장은 “지하상가 공사가 끝날때까지 임시 횡단보도 설치 등 시민안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임시횡단보도 설치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자치경찰단과 협의중이지만 도로상 횡단보도를 설치하기 쉽지 않은 구간이라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상가 공사가 처음이다보니 미숙한 처리가 있는 면은 사실”이라면서 “건축부분 시공사와 배선부분 시공사가 달라 천장 배선 노출이나 정리부분이 아직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천장배선을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는 정리하고 이후 시민 안전통로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