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절한 영혼들아, 꽃다운 나의 딸들아
 - 효순이・미선이 14주기에 붙여



효순아 미선아 
이제 14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하늘 그 먼 나라에서 지켜봐서 알겠지만
그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단다
그새 너희가 일으킨 촛불이 
수없이 타올랐다가 꺼지는 동안 
또한 수많은 아픈 죽음들이 너희 곁으로 갔단다
하지만 미선아 효순아
너희를 짓이긴 그 육중한 괴물장갑차들이 여전히
사드라는 폭력으로 탄저균이라는 억압으로
백주대로를 부끄럼 모른 채 활보하고 있구나
뻔뻔하고 비열하고 천박한 인종들이 
사욕으로 나라를 헤집고 사리를 채우고 있구나
그러나 효순아 미선아 한숨과 냉소로 
모른 체 방관할 수만은 없지 않으냐
그 속에서 괴물은 더욱 몸집을 불리지 않더냐
그 속에서 나라는 더욱 헐벗고 예속되지 않더냐
그래 미선아 효순아
고운 꿈 성한 몸으로 너희가 편히 쉴 수 있게
땅 위의 온갖 더러운 이물질들을
이제는 깨끗이 도려내야 되지 않겠느냐
그래야 너희들 살아 숨 쉬는 심장
그 꺼지지 않는 횃불로 잊히지 않는 명징한 분노로
겨레의 가슴에 다시 살아오지 않겠느냐
그렇지 않느냐 효순아 미선아 
우리 대신 죽어간 통절한 영혼들아
해방된 통일조국의 어여쁜 청춘들아 
살아 서른이 넘었을 꽃다운 나의 딸들아
 

시인의 말

 효순이 미선이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이제 14년이 지났습니다. 
가해자들은 무죄 판결을 받아 미국으로 돌아갔고, 
사고의 원인이 된 미군 무건리 훈련장은 계획대로 확장되었습니다. 
또 소파SOFA라는 이름의 한미불평등 조약은 여전히 그대로 있습니다. 
평등한 한미관계를 요구하며 수천 수만의 촛불이 타올랐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차츰 사그라지고 말았습니다. 
효순이 미선이는 이렇게 우리에게서 차츰 잊히게 되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꺼지지 않는 횃불로 잊히지 않는 명징한 분노’로 
‘땅 위의 온갖 더러운 이물질들을/ 이제는 깨끗이 도려’낼 때, 
‘우리 대신 죽어간 통절한 영혼들’인 ‘해방된 통일조국의 어여쁜 청춘들’인 
미선이와 효순이는 우리에게, ‘겨레의 가슴에 다시 살아’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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