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건도를 찾아가다

서건도를 찾아가려면 서귀포시 월드컵 경기장을 지나 오른쪽을 돌아가면 서건도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그 표지판을 따라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눈앞에 서건도가 보인다.

서건도라는 이름은 땅이 척박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하기도 하고, 고래가 물 빠진 구덩이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어 썩어서 ‘썩은섬’이라 했다고 한다.

이보다는 섬의 암석이 잘 썩는 응회암으로 이루어져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 섬은 바다 속에서 폭발한 화산체에서 형성된 응회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응회암은 썩은 바위처럼 쉽게 부서진다. ‘썩은섬’의 음이 변하여 ‘석근섬’이라고도 하고, 이는 다시 ‘서건섬’이라는 변음이 되어 ‘서건도’라는 섬 이름으로 표기된 것이다. 한자로는 ‘부도(腐島)’라 표기하기도 한다.

현재 섬 전체가 국유지로 되어 있고, 섬 내부에는 산책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어 자연 학습장으로 손색이 없다.

서건도는 남북이 200m, 동서가 120m되는 섬으로 섬의 북쪽 1/2은 응회암으로 되어 있고, 남쪽 1/2은 조면안산질 용암으로 되어있다. 서건도 북쪽의 해안선은 ‘논케왓’라고 부르는 넓은 원형의 분지가 있다.

# 제주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

서건도는 제주의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곳으로 조수간만의 차로 바다 갈라짐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최근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며, 체험 관광 명소로 부각되고 있다.

사람들은 섬 주변을 한 바퀴 산책한 뒤 물이 차오르는 시간에 맞춰 육지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올레 7코스를 지나는 관광객들은 서건도의 색다른 바닷길에 넋을 잃고 그저 쳐다볼 뿐, 서건도까지 다가가질 주저한다.

섬의 특성과 간·만조 시간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서건도에 건너갔다가 자칫 섬 속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 서건도 가기 전 만난 바위

최근 생태체험이 관광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시점에서 서건도 바닷길을 새로운 생태관광 자원으로 가꿔야 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안에서 서건도까지 300m 물이 빠지면 낙지 등 해산물을 직접 잡을 수 있는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필자가 찾아간 날이 마침 물이 빠지는 썰물 때여서 바닷물이 완전히 갈라져 시원스럽게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서건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 곳 저 곳에서 보말이나 해산물 등 해산물을 잡고 있고 모습이 눈에 띈다.

물이 빠진 바닷길을 걷는다. 물이 금방 빠진 때라서 그런가. 아니면 몽돌길이라서 그런가. 바닥이 미끄럽다. 조심해서 건너가기 시작한다.

조금 가니 중간에서 만난 개복치 닮은 바위가 입을 벌리고 있다. 왼쪽에는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어딘지 모르게 범상치 않은 바위이다.

한 마리 곰 같기도 하고, 물개 같기도 하다. 한편으로 보면 두꺼비처럼 보이기도 한 바위이다. 웅크리고 앉은 채 서건도를 향해 바라보고 있다.

그도 아니면 서건도가 무사한지 지켜보고 있는 수호신인 바위 형국이다. 이 바위를 돌아서 보면 독수리가 서건도를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 서건도에 들어가다

이 바위를 뒤로하고 섬을 지키고 있는 물허벅상을 지나 나무계단을 타고 서건도를 들어간다. 서건도에 들어가면 동쪽으로는 범섬이 서쪽으로는 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가 눈에 들어온다.

서건도 곳곳에 쉬어갈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해 있어 무인도가 아닌 그냥 섬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밖에서 봤을 때는 조그맣게 보이는데 실제로 섬에 들어가니 바다는 보이지 않고 수풀만 우거져 있다.

서건도 탐방길을 가다보면 바닷가로 내려갈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 내려가면 서건도의 토질에 대해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서건도는 13,367㎡로 작은 섬이나 기원전 1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 파편과 동물 뼈 등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선사 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바닷가로 내려가니 응회암으로 이루어진 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생쥐 같기도 하고, 고슴도치 같이도 한 바위다.

# 악어바위

왼쪽으로는 거대한 암석들이 있다. 여기서 왔던 길을 돌아 남쪽으로 산책로를 따라 가면 문득 눈에 들어오는 바위가 있다. 뱀 머리 닮은 바위가 눈을 감고 있는 듯한 바위가 있다.

바로 그 앞에 서건도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악어바위가 목을 길게 빼고 있다. 이 바위는 자라목 같이 생겼다. 한편으로 보면 코끼리가 코를 길게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 바위를 자세히 살펴보면 꼭 악어처럼 생겼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바위를 악어바위라 부른다.

성에 차지 않으면 당장 덤벼들 것 같지만 이 바위는 순한 한 마리 어린 악어처럼 생겨 그렇게 덤벼들 것 같지는 않다.

사람들은 간혹 이 바위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곤 하는데 이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바위를 보호하기 위해서나 안전을 위해서 올라가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악어바위를 보고 서건도를 빠져나와 올레 7코스를 따라 법환동 두머니물을 향해 걸어간다.

서건도에서 두머니물을 가는 길에는 화산폭발로 인한 아아용암류가 발달되어 기암괴석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용 닮은 바위, 사람 얼굴 닮은 바위, 물개 닮은 바위 들이 있어 올레길을 걷는 즐거움이 있다.

# ‘두머니물’과 ‘흰돌밑 바위’

울긋불긋 솟아 있는 아아용암류의 기암괴석을 보면서 가다 두머니물에 도착한다.

두머니물은 법환마을과 강정마을의 경계에 있는 곳으로 사소한 이해관계로 충돌이 생겨 싸움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상호 조심스럽게 대하는데 잠수 책임자나 상군해녀들이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누고 화합을 다짐하는 장소였다고 한다.

또한 이곳에서 두머니물을 먹고 목욕을 하면 젖이 잘나온다고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북쪽으로 한라산과 고근산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범섬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해안올레길을 따라 조금만 더 가면 흰돌밑(황해산성터)이 나온다.

흰돌은 ‘두머니물’ 동쪽에 있는 큰 바위를 말하는데 까마귀나 물새들이 이 돌에 앉아 똥을 싸기 때문에 돌이 희게 보인다하여 흰돌이라 한다.

지금도 멀리서 보면 주변과 비교해 희게 보이나 그렇게 희지만은 않다. 이곳에서 범섬을 배경으로 펼쳐져 있는 기암괴석들을 만난다. 이 바위는 멀리서 보면 똑 펭귄같이도 생겼다.

그 옆으로는 개 닮은 바위가 고개를 들고 있는 바위가 있는가 하면 코끼리 닮은 바위, 용 닮은 바위, 곰 닮은 바위를 만날 수 있어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른다.

흰돌밑 주변의 아기자기한 기암괴석을 보고 군가를 조련시켰던 해안변의 오다리, 범섬을 공격하기 위하여 나무로 배를 연이었던 배연줄이, 최영장군이 숙영하였다는 법환 포구의 이름인 막숙에 다다른다.

이처럼 범환마을은 최영장군이 범섬에서 최후의 진을 친 목호의 잔당을 토벌하기 위해 군사를 조련시켰던 당시의 지명이 곳곳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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