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안적이고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 했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비아냥거림도 나왔다.

제주도정 행태에 대한 비판에는 잔뜩 조롱기가 묻어있다.

앞뒤를 재어보지 않고 홍보효과만을 겨냥한 밀어붙이기 식 도정추진에 대해서다.

도는 지난 5월11일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녹지지역 등에서의 난개발을 방지하고 주택 건설 급증에 따른 지하수 오염예방 등을 주요 골자로 한 조례개정안이다.

여기서 읍면지역 건축 제한 관련 내용이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이것이 읍면지역 주민들로부터 집단 반발을 불렀다.

결국은 읍면지역 주민들의 거센 항의와 반대로 조례 개정안과 관련한 지난 15일의 공청회는 파행 속에 무산됐다.

도 당국이 ‘파격적 제도 혁신’이라고 자랑해 마지않았던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이었다.

그렇다면 왜 도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이 읍면지역 주민들로부터 강하게 배척당하고 있는가.

읍면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 침해가 조례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어서 그렇다.

지역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막무가내 식 탁상행정의 결과다.

조례 개정안에는 읍면지역에서 집을 지을 때 동(洞)지역과 마찬가지로 하수시설을 공공하수관로와 연결하도록 의무화 했다.

공공하수관리 구축 기반이 미비한 읍면지역에서는 사실상 주택 등 건축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기업이나 자본이 뒷받침되는 투기 자본 등은 자체비용을 부담해서 공공하수관로와 연결해 건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규모 주택을 가지려는 실수요 읍면지역 주민들로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당연히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례 개정안의 도로너비 기준 강화도 현실성이 없다.

세대규모별 도로 폭(30세대 미만인 경우)을 현행 6m에서 8m 이상으로 강화한 것은 농어촌 현실과 거리가 멀다.

현행의 개발행위 허가 도로 기준은 2013년 6월 개정된 것이다.

그런데도 3년 만에 도로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근시안적 행정행위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도가 녹지지역이나 관리지역 등에서의 무분별 건축행위로 인한 난개발을 막고 지하수 오염을 예방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옳다.

그렇지 않아도 중산 간 지역에서의 난개발이 경관 훼손과 파괴, 지하수 오염 등 문제점으로 지적돼 오고 있다.

중산간 지역의 지하수 오염원 1700개소의 80% 이상이 개인하수처리시설에 의한 것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지하침투 방식의 현행 읍면지역 개인하수 처리시설도 지하수나 토질 오염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난개발과 지하수 오염은 연동돼 있다.

이를 예방하거나 타개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도 당국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러한 정책대안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책상머리 추진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곤란하다.

철저한 실태 파악과 분석을 통한 현실 적합성, 주민피해 여부와 제도추진의 부작용 문제 등을 골라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그것이 미래 제주의 환경과 지하수 보전, 향후 도민 삶의 질 향상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확신이 섰을 때는 흔들림 없이 과감한 추진력을 발동해야 한다.

물론 광범위한 여론수렴과 이해 당사자에 대한 설득과 공감대 형성은 선결 과제다.

그러나 이번 도시계획 조례개정안은 이러한 과정을 배제했다.

난개발 방지와 지하수 보전이라는 가치만 신봉하다가 벽에 부딪친 것이다.

아무리 목적이 옳다고 해도 수단을 지배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 입법 예고 전에 읍면지역 도로정비와 공공하수관로 정비 등 기반시설 관련 계획 등을 통해 읍면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얻어내야 했다.

이를 지나쳤다가 읍면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고 결국은 일단 꼬리를 내렸다.

읍면지역 주민들의 재산권을 존중하도록 조례 개정안에 예외규정을 두기로 한 것을 말함이다.

소규모 건축허가 조건인 공공 오수 처리 시설 연결 의무화에 예외규정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린 꼴이다. 큰 틀의 정책 방향과 현실사이에 괴리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도 당국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기 모순적 딜레마'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

도 정책의 ‘그랜드 플랜’이 이해 집단의 실력 행사에 꼬리를 내리거나 부랴부랴 ’아랫돌 빼내 윗돌 괴기 식‘ 땜질 처방으로 국면을 모면하려한다면 이는 정책불신만 키우는  비극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유사한 경우의 사례가 되풀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중산간 지역 난개발 방지와 지하수 보전 정책은 결국 '허명의 문서'가 될 공산이 커졌다.

그러기에 이번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 파행은 안타깝게도 원희룡 도정의 정책추진 한계로 기록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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