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은 개그 콘서트의 준말이다. 주말에 편성된 한 TV방송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통렬한 풍자와 반어적 익살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프로그램이다.

왜 개그 콘서트 이야기인가. 지난 24일 제주시장 예정자에 대한 도의회 인사 청문 위원들의 행태를 빗대기 위해서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는 대상자에 대한 정책 추진 능력과 자질과 도덕성 등을 검증하는 제도적 장치다.

제주시장 예정자나 서귀포 시장 예정자에 대한 도의회 차원의 인사 청문회도 마찬가지다.

전문성·능력·도덕성·자질 등 적격성 여부를 검증함으로써 업무 수행에 적합한 공직자를 가려내는 작업이다.

단체장 인사 전횡에 대한 도의회의 감시·견제 장치로서, 도지사가 인사권을 신중하게 행사하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의회가 집행부에 대한 의미 있는 견제 기능인 셈이다.

이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검증에 참여하는 도의원들 역시 후보자 못지않은 고도의 도덕성과 수준 높은 검증능력과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식의 비아냥거림을 받지 않기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따라서 청문위원들로서는 대상자에 대한 철저한 자료조사와 분석을 통해 예리한 논리 개발 등 열심히 공부해야 할 일이다. 그것은 기본에 속할 것이다.

‘아니면 말고‘식 신상 털기나 윽박지르기, 호통 치기가 아니고 검증자료를 동원한 정연한 논리를 무기로 대상자의 정책 능력과 자질을 변별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청문회 목적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이를 전제로 한다면 이번 제주시장 예정자에 대한 도의회의 인사청문회는 낙제점으로 기록 될 것이다.

청문위원들의 청문진행 태도가 ‘개콘’ 수준에도 한참 밑도는 저질 코미디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개콘’ 출연 개그맨들은 그래도 관객 또는 시청자의 흉중을 꿰뚫어 웃음을 촉발 할 수 있도록 피나는 노력과 공부와 연습을 한다.

그러나 이번 청문위원들의 행태는 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말 그대로 가관이었다.

예정자에 대한 ‘용비어천가’ 수준의 치켜세우는 것도 모자라 자신들의 지역구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들의 한심한 작태는 도민 대의기관으로서의 자존심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의무까지 저버린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도의원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어떤 수준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부끄러운 제주도의회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공직 대상자에 대한 청문에 앞서 ‘인사 청문 위원들을 상대로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새로운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상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책을 많이 읽고 수필집을 내는 등의 창의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46만 시민을 책임지는 시장 적임자로 생각 한다”.

“시장이 되면 시립교향악단을 통해 제주도내 초·중·고 교가를 연주해주고 학교 가로등도 설치해 달라”.

이외에도 자신의 지역구에 해녀 복 지원과 도로개설 및 농업용 하우스 보급 등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는 등 지역민원 챙기기에 놀라운 순발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예산과 인력 배분을 놓고 청문 위원 간 볼썽사납게 지역 갈등 유발 소지의 기 싸움을 벌이는 등 청문위원들의 청문 태도는 한심하고 저급하고 경박했다.

도의회의 존재 이유는 행정(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에 있다.

인사청문회의 기능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구성지 도의회 의장은 인사청문회 도입과 관련 2012년 12월에 “사전 내정설, 비선라인 인사 개입 등 도정인사정책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데 있다”고 했다.

“반칙과 편법, 물 타기를 일삼던 기회주의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공직사회에 정의가 숨 쉬도록 하는 작은 디딤돌과 같다”고도 했다.

그런데도 감시와 견제 대상인 제주시장 예정자, 그것도 아직 임명여부도 확실치 않은 시장 예정자를 향해 아양 떨고 지역구 챙기기 민원성 주문에 충실했던 것이다.

이는 인사 대상자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며 압력일 수도 있다. 청문회를 지역 민원청탁 자리로 만들어 버린 꼴이다.

이쪽저쪽 눈치나 살피면서 뒤틀린 명망이나 한 줌 권력놀음을 즐기려는 천박한 기회주의자들의 몰골을 보는 것 같아 역겹고 부끄러웠다.

쟁점 사안에 대한 접근 방식도 ‘수박 겉핥기 식’이었다. 변죽만 울리다 끝나버렸다.

제주시장 예정자의 수의계약에 의한 체비지(替費地) 매입 건은 “그럴 수도 있다”는 온정주의적 접근으로 끝낼 일은 아니었다.

현역 고위 공직자가 행정부서의 내부 정보를 입수하여 공개경쟁 입찰의 조례나 규칙을 무시하고 수의 계약으로 체비지를 매입했다면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

예정자는 해당 행정기관의 고위직 출신이었다. 일반인은 접근이 어려운 체비지 매물 정보를 자신이 근무했던 행정기관 공무원으로부터 전달받아 매입했다. ‘이상한 커넥션’ 개연성이 충분하다 하겠다.

마침 시장 예정자 체비지 매입 시기에 체비지 수의계약 매입자가 16명이나 된다. 조례와 규칙으로 경쟁 입찰을 해야 함에도 수의계약으로 체비지를 팔아치웠다면 심각한 수준의 체비지 관리다.

그런데도 청문회에서는 용두사미식으로 한번 건드리고 그냥 맥없이 넘겨버렸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오라 관광단지 문제도 어물쩍이었다. 중산간 지역 난개발과 환경 파괴나 훼손 등과 연동될 수밖에 없는 심각한 개발 정책문제다.

그럼에도 개발 가이드라인을 만든 장본인으로서의 예정자에 대한 환경 보전 철학이나 환경정책의 속살을 파헤치는 데 실패 했다.

이번 제주시장 예정자에 대한 도의회 인사청문회가 통과 의례적 이벤트거나 저질 코미디 수준이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의회 인사 청문회의 한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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