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밥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떠맡을 권리가 있는 나의 유일한 책무는, 어떤 때이고 간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는 일이다.

-헨리 D 소로우

예나 제나

법은 가진 자의 편이다

법의 여신이 재는 것은 진실의 형평(衡平)이 아니라

미리 재단하는 그들의 이익이다

보라, 오늘 강정의 모든 판결을

그래서 4・3 때도 항상 탄피수보다 죽음이 더 많았다

법의 지엄한 그 원칙대로

무산자(無産者)의 생명과 재산을 약탈했다

법의 그물망을 펼치며 장난치는 법비(法匪)들아

그래, 너희들은 법을 따져라

우리는 그물을 태워 태초(太初)의 밥을 짓겠다

법 없이도 공평하게 나눌 수 있는

한 솥 밥 두루두루 나누겠다

법보다 밥이다

밥이 하늘이다

밥이 평화다

 

김경훈 시인

시인의 말

“이 새끼 또 밥 달라고 성화할 테냐 죽여버린다.”

“엄마 다시는 밥 안 달라께 살려줘.”

청마 유치환의 ‘그래서 너는 시를 쓴다?’라는 시의 한 부분입니다. 살벌하지요? ‘밥’이 곧 생명이고 죽음입니다. 태초에 밥이 있었습니다. 이 밥을 나누기 위해 법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밥의 손자쯤 되는 법이 밥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공동으로 같이 나누는 밥을 법이 나서 어느 한쪽으로만 몰아줍니다. 바로 가진 자의 밥그릇만 커지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법의 일이 됩니다. 비적(匪賊) 무리 중에서 가장 더러운 것이 법을 가지고 장난치는 법비(法匪)입니다. 요즘 연일 터지고 있는 법조계 비리를 보십시오. 이제 ‘밥’이 ‘법’을 다시 재단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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