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정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

※ 제주학비연대회의(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제주지부와 전국학비노조제주지부로 구성)와 제주도교육청간의 임금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제주학비연대회의는 지난 6월 23~24일 이틀간에 걸쳐 사상 최대의 총파업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6월 24일 열린 교섭에서 제주도교육청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교섭안을 들고 나와 다시 한번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우롱했습니다. 제주학비연대회의는 제주도교육청의 무성의한 교섭태도에 항의하며 6월 27일부터 교육청 현관 입구에서 무기한 단식농성과 릴레이 단식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가성고처원성고(歌聲高處怨聲高)

<이석문 교육감 취임 2주년 축사>

지난 6월 23, 24일 제주지역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여금 지급, 급식보조원 월급제 전환, 전직종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이틀 동안 파업을 벌였습니다. 이번 파업은 지금까지 해왔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역사상 최대의 인원이 참가한 파업이었습니다. 100여개에 가까운 학교와 500여명이 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번 파업에 참여했습니다. 제주도교육청 입구부터 제주도의회 입구까지 인도가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로 가득 넘쳤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도 파업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사상 최대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파업 조직화의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이석문 교육감과 제주도교육청이었습니다.

애초 제주학비연대회의는 정규직과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많은 요구를 내걸고 교섭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예상했던대로 이번에도 제주도교육청은 교섭 때만 되면 당연히 나오는 ‘예산부족’ 메뉴를 들고 나왔습니다. 제주학비연대회의의 18개 요구안 중에 수용의사를 밝힌 것은 딸랑 한 개뿐이었습니다. 기껏해야 혜택을 받는 노동자가 1년에 5명이 채 될까말까한 ‘셋째자녀 이상 출산 시 축하금 지급’이었습니다. 교육부 비정규직 처우개선 지침도 무시했습니다.

교섭하는 내내 제주도교육청은 무성의하고 불성실한 교섭태도로 일관했습니다. 마치 벽을 보고 얘기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제주학비연대회의에서 교육부 처우개선 지침을 따르라고 하면 “지침은 지침일 뿐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무시해버립니다. 교육부 지침이 없는 처우개선 요구에 대해서는 “교육부 지침이 없어서 못주겠다”고 발뺌합니다. 프로쿠르테스의 침대가 떠오릅니다. 프로쿠르테스의 침대는 자기 기준에 맞춰 남의 기준을 강제로 바꿔버리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기 기준만 고집하는, 독선과 아집의 또 다른 말입니다. 당연히 이석문 교육감과 제주도교육청의 유일한 기준은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은 그냥 해주기 싫다”이고요.

제주도교육청의 막무가내식 교섭태도에 질린 제주학비연대회의는 결국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했습니다. 그때서야 마치 큰 선심이라도 쓰듯이 급식보조원들에게 그동안 지급하지 않았던 가족수당과 자녀학비보조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교사, 공무원은 올해부터 3% 오른 기본급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비정규직에게는 3% 기본급 인상조차도 소급적용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5%를 올려도 소급하지 않으면 노동자는 손해고, 교육청은 이익입니다. 교육청으로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교섭을 질질 끌면 끌수록 유리한거죠. 생색은 생색대로 내고요. 참고로 새누리당 원희룡 도지사는 임금협약이 늦게 체결돼도 소급적용을 하고 있습니다. 교섭 때 상여금 액수를 알려달라고 하니 묵묵부답입니다. 그래서 “30만원은 줄꺼냐?”고 물어봤더니 “그것도 안된다”고 합니다. 다른 시도교육청은 최저금액이 49만원이고 대부분 50만원 이상이고 100만원을 주는 교육청도 있습니다. 교사, 공무원은 기본급의 120%(평균 200만원 이상)를 받는데 비정규직에게는 1/4도 아까운 모양입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영어회화전문강사와 같은 교원대체직종이나 교육청의 폭력적 임금체계 개악에 동의하지 않은 교육복지사처럼 교육청에 ‘찍힌’ 직종의 비정규직에게는 그것조차 안주겠다고 합니다. 이석문 교육감이 약속했던 ‘급식보조원 월급제 전환’ 도 나몰라라 합니다. 식언(食言)입니다. 아무리 누리과정 예산 때문에 교육청에 돈이 없다고 해도 사람이 밥을 먹고 살아야지 자신이 내뱉었던 말을 다시 주워 먹어서는 안되는 거 아닌가요?

이석문 교육감이 취임 2주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했더군요. 수능, 청렴도 전국 1위라고 자랑을 했더라고요. 근데 또 다른 전국 1위 얘기는 언급도 하지 않았더군요. 7시간 근무한다고 교통비를 7/8만 지급해서 차별하고, 똑같은 밥과 반찬을 먹는데도 밥값을 7/8만 주면서 차별하고, 똑같이 위험한 일을 해서 받는 위험수당도 7/8만 받아야한다고 차별하는 ‘비정규직 차별 전국 1위’ 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차별이 당연하다고 우기는 ‘후안무치’로도 전국 1위라는 사실 말입니다.

이석문 교육감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 아니라고 했답니다. 무기계약직이니까, 정규직이라고 했답니다. 고용 보장해줬으니까 정규직이다?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옵니다.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요? 그럼 교육감 말대로 학교비정규직이 정규직이라고 칩시다. 그럼 정규직이 받는 월급, 각종 수당과 상여금, 밥값, 교통비 똑같이 적용해주실 건가요? 유급병가도 똑같이 적용하고, 복지포인트도 똑같이 주실 건가요? 아니잖아요? ‘비정규직 차별’을 ‘정규직 차별’로 바꾼다고 ‘차별’이 없어지나요?

소위 진보교육감 취임 2주년인 오늘,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마치 오늘도 손바닥만한 텐트 하나를 벗삼아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처럼 느껴집니다.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석문 교육감에게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신해 빗속에 마침 떠오르는 글귀를 축사로 바칩니다.

金樽美酒千人血 금동이의 좋은 술은 천사람의 피요

玉盤佳肴萬姓膏 옥쟁반 위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燭淚落時民淚落 촛물이 떨어질 때 백성들의 눈물이 떨어지고

歌聲高處怨聲高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드높아라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