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밥그릇을 사이에 두고 다투는 싸움이었다. 도민 일반의 보기가 그렇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 이사장을 겨냥한 품격 제로의 거친 도지사 공격과 간부들을 총 동원해 쏟아낸 제주관광공사(JTO)의 역겨운 감정 배설은 공적기관 수준이 얼마나 한심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왜 그랬을까. 공방의 앞뒤를 뜯어보면 그것은 ‘진흙탕 속의 밥그릇 싸움’에서 비롯됐다.

엄청난 수익이 보장된다는 소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면세사업권을 둘러싼 물어뜯기였다.

JDC는 국가 공기업이다. 국토부 산하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2002년 설립됐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한 개발 전담기구로, 국가차원에서 제주도를 지원하기위해 만든 특수 공기업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재원 마련을 위해 지정 면세점(내국인 면세점)을 제주공항 출국장에 개점했다.

면세점 연간 매출액은 2015의 경우 4345억원을 기록하는 등 JDC수입의 80%를 견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할만하다.

이 같은 독점 체제의 JDC 지정 면세점은 JTO가 뛰어들면서 깨졌다.

2009년 3월 관세청으로부터 지정 면세점으로 선정돼 중문 관광단지 내 제주컨벤션센터에 면세점을 개점하면서 부터다.

이 역시 2015년 매출 550억원을 달성했다.

JTO가 면세사업에 가세하면서 제주도내에서 국가 및 지방공기업이 운영하거나 준비 중인 면세점은 6곳이 됐다.

JDC는 제주국제공항 지정 면세점과 제주항 국제터미널의 시내면세점(외국인 전용) 등 두 곳이다.

JTO는 중문 컨벤션센터의 지정면세점과 성산항 지정면세점, 그리고 중문관광단지 롯데호텔 내 시내 면세점 등 세 곳이다.

이에 더해 관세청은 2015년 7월 10일 제주지역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JTO를 선정했다.

이로써 숫자로만 봤을 때 JTO는 지정 면세점 두 곳과 시내면세점 두 곳 등 네 곳의 면세 사업권을 따냈다.

단순 비교로 JTO의 제주도내 면세사업권 점유율이 50%다.

여기에다 신라면세점이나 롯데면세점 등 제주시내에 재벌기업이 운영하는 시내면세점 두 곳이 피나는 각축을 벌이고 있다. 제주지역 면세 사업은 이처럼 치열한 경쟁구도다.

여기서 JTO의 욕심이 발동한다. 국가 공기업과 지방 공기업간 제 살 깎기 식 저열한 진흙탕 싸움의 원인은 여기에 있다.

JTO가 중문관광단지 내 컨벤션센터에서 운영 중인 지정 면세점을 제주시내 등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매장 협소 등 입지 여건 열악과 매출액 감소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입지 여건은 넓은 주차시설과 지척에 민군관광미항 크루즈선석이 배치됐다.

컨벤션센터는 도 산하기관이다. 의지에 따라 매장을 넓게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다른 곳보다 오히려 입지 여건은 좋은 편이다.

특히 JTO는 컨벤션센터 내 지정 면세점을 개점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제주관광 경쟁력 제고, 지역 간 균형발전 등을 내세운 바 있다.

그래놓고도 떠나겠다는 것이다. 지역을 위해 면세점을 개점한다고 생색을 냈으면서 지역을 위해 떠나겠다는 말인가.

이는 중문단지 컨벤션 센터 지정 면세점이나 중문단지 롯데호텔 내 시내 면세점 개점이 기획단계에서부터 잘못됐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락가락하는 논리적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들 때 말이 다르고 날 때 말이 다르다면 공기업으로서의 신뢰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떠도는 소문에는 지정 면세점 이전 장소를 제주시내 드림타워나 서귀포지역 신화역사 공원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시내면세점(외국인 전용)은 신화역사공원, 지정 면세점(내국인)은 드림타워를 생각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JTO의 공격 스타일에 빗댄다면 이 같은 ‘찌라시 수준의 소문(?)’은 일반 도민들 사이에서도 이미 JTO의 속내를 읽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꿩 먹고 알도 먹겠다‘는 ’놀부의 탐욕’을 간파한 것이다.

군사 용어를 빌어 쓰자면 JDC 이사장에 대한 ‘지사의 함포 사격’과 JTO의 ‘기총소사’ 협공작전은 선뜻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협공작전 공격 포인트는 한마디로 “JDC이사장이 JTO를 망하게 했다”는 것이다.

컨벤션센터 지정 면세점 이전도 JDC 이사장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 관세청이나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가 JDC이사장이 “하라”, “하지마라” 한 마디에 꼼짝 못했다는 말인가.

정부 부처를 쥐락펴락하는 JDC 이사장(?), 가당키나 한 일인가. 정부 부처의 권한을 우습게 여기고 욕보이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지나친 침소봉대거나 면세사업 지지부진에 대한 책임회피성 공격 카드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누가 잘했나”, 판단은 도민의 몫이다. 양쪽 모두 잘못이라는 양비론적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누가 욕심꾸러기인가, 판단하기는 어렵지 않다.

따라서 JTO는 더 이상의 게걸스런 욕심에서 벗어나야 옳다.

선진 경영 마케팅 기법 등을 개발해 중문 관광 단지 내 면세점들을 키우는 일에 진력할 일이다.

재벌 기업 면세점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제주지역 시내 면세점에 대한 특단의 대책마련이 밥그릇 싸움보다 우선이다.

고급 유명 브랜드 입점 경쟁, 고객 유치 수수료 경쟁에서의 경쟁력 확보는 시내면세점 생존과 연명의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다.

그러기에 면세사업과 관련해서 JDC와 JTO간 공생 할 수 있는 '윈-윈 전략' 마련을 주문하고 싶은 것이다.

두 공기업간 꼬리 잘라 먹기 식 출혈 경쟁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면세사업 통합운영'을 제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JDC 공항 면세점 임대료 등은 한 해 500억원에서 600억원 수준이다. 이를 시내로 옮길 경우 이 같이 엄청난 금액의 상당부분을 절약 할 수 있을 것이다.

관광개발 사업 등 제주발전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두 공기업이 힘을 합쳐 면세사업을 통합 운영할 경우 ‘너 죽고 나만 살자’는 살벌한 경쟁이 아니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윈-윈 상생전략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재벌 면세점과의 싸움에서도 힘 있는 대처가 가능하다.

그냥 해보는 소리가 아니다. 이는 두 공기업간 의지의 문제다. 서로 밀어내기가 아니고 서로 끌어안기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기에 면세 사업 통합운영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고 시급하다.

JDC든, JTO 든 제주 관광 발전의 견인차이자 동반자가 아니던가.

‘욕망이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다 자라면 죽음을 낳는다’고 했다. 성서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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