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거행된 공청회 모습

제주도가 오는 2025년 인구 100만 명에 대비해 수립한 도시기본계획안을 놓고 20일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과 제주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주민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공청회에서 도민 생활과 밀접한 계획을 세우면서도 정작 도민 의견 수렴은 없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한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현황을 제대로 분석해 제주도 도시기본계획 변경안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잇따라 제시했다.

특히 제주 인구가 2025년 상주인구 73만명을 포함해 1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제주시 공청회에서 장성수 제주대 교수는 “경제 계획지표를 보면 지역총생산이 2013년 13조원에서 2025년 26조원으로 늘어난다고 하는데 전 세계가 글로벌 불황을 겪고 있다. 지금 제주는 인구 하나 늘어날 뿐”이라며 “최근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각종 계획지표를 조정해서 견실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변경안에서 제주의 도시권역을 동서남북 4대 권역으로 나눈 것에 대해 “실제는 제주시 도심 중심의 1개 거대 권역과 나머지 3개 권역인 ‘1대 3중’인데 4대 권역이라고 하면 혼란이 생기며 생활이나 소비, 생산, 유통 등으로 연계돼있는 지역을 묶어야지 가까이 있다고 권역을 묶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기호 제주대 교수는 “최근 2∼3년이 속된 말로 제주도가 뒤집어지는 시기였기 때문에 과거 데이터 추세를 갖고 앞으로를 예측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현황에 대한 의견 청취나 설문조사에 대한 분석 없이 기본방향을 제시했는데 이런 식으로는 제주 실정에 맞는 실천전략이 나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계획지표가 인구 정도뿐이고 특히 교통계획 관련 지표는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도로 확장이나 신설 계획 등이 변경안에 포함돼있는데 어떤 점에 근거한 건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제주 미래비전의 가치인 청정과 가치가 어떻게 반영됐는지 체감되는 부분도 없다고 혹평했다.

박정근 제주대 교수는 “양적 성장을 위한 계획지표에서 중요한 부분이 인구인데 최근 제주 인구 추이가 조만간 정점을 찍고 둔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던 만큼 다시 한번 잘 검토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제2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고 최근 크루즈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전략적, 선제적으로 검토해서 계획을 잡아가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성모 서울대 교수는 교통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지표가 제시되지 않았으며 제주공항과 제2공항, 제주항과 강정항, 여러 도로 등을 아울러 항공, 해운, 육운을 어떻게 연결해서 복합환승센터나 물류 거점을 만들지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귀포 공청회에서는 2025년 제주도의 계획인구를 100만명으로 잡는 것의 타당성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

도는 2025년 상주인구 73만명, 체류인구 27만명 총 100만명으로 계획했다. 이는 기존 계획인구 80만명(상주인구 66만명, 체류인구 14만명)보다 20만명 많은 것이다.

김태성 제주YMCA 대표는 “최근 유입인구의 급증으로 집값과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과연 미래에 후손들이 집을 장만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최근 3년 사이 인구 5만명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는데 과연 인구 100만명이 된다면 도민의 삶의 질이 좋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민이 행복한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며 “지역의 토박이들이 외지 자본, 사람들에 의해 다 쫓겨나가면 우리의 정체성이 어떻게 될 것인지 고민이 든다. 너무 양적인 측면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석하 제주국제대 교수도 “인구 예측은 10년의 인구 변동 추이를 토대로 이뤄지는데 최근 3∼4년의 인구증가 추세를 토대로 2025년 계획인구 목표치를 세운 것 같다”며 “이런 인구증가는 당분간 지속하다 둔화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2020년까지의 증가율과 2025년까지의 증가율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반면 조판기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적정 인구에 대한 문제는 정답이 없다고 본다. 누군가는 100만명을 넘어 120만명·150만명을, 또 다른 누군가는 현존 인구 유지를 원한다”며 “지난해에만 1만5000명의 사람들이 제주에 내려올 정도로 유입인구가 엄청나다. 도시를 떠나 제주로 내려오는 사람들을 막을 방법이 당분간은 없다”고 말했다.

이성호 제주관광대학교 교수는 “2015년 제주의 인구는 64만명. 1년에 1만명씩 단순히 증가한다고 계산하더라도 2025년 상주인구는 75만명에 달하게 된다”며 “미래 인구가 예상치를 넘어서게 되면 각종 어려움에 직면하기 때문에 계획을 세울 때 인구 예상 최대치를 잡고 나서 앞으로 이에 대비한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제주시에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체류인구 분석을 통한 서귀포시 체류인구를 늘리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시민

제주도는 오는 29일까지 주민의견을 검토해 계획안을 보완한 뒤 도의회 심의를 거쳐 연말까지 도시기본계획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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